외국 크루즈선에서 만난 한국 여승무원
외국 크루즈선에서 만난 한국 여승무원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4.05.09 13:30
  • 호수 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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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주 기자의 세상 읽기

세월호 참사로 여객선과 해상여행에 대한 불신과 우려가 커진 요즘 공교롭게 크루즈여행을 하게 됐다. 지난 4월26~5월2일까지 12만톤급 크루즈선 다이아몬드프린세스를 타고 일본의 요코하마·아오모리·도야마·마이즈루 등 4개 도시를 돌았다.
크루즈여행에 앞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해상 재난을 대비한 안전교육이다. 승선하는 순간부터 과연 이 배는 어떻게 교육을 하나 관심 있게 지켜봤다. 첫날 오후 4시, 방마다 구비된 붉은색의 구명조끼를 들고 마스터스테이션에 집합하라는 안내가 있었다. 구명조끼는 가슴 크기의 직사각형 스티로폼 두개를 찍찍이로 맞붙여 사용하도록 돼 있었다. 과연 이걸 입었다고 물속에 가라앉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마스터스테이션은 따로 만든 장소가 아니라 규모가 큰 식당이다. 이 배에는 승객 2000여명, 승무원 1000여명이 탔다. 한 장소에서 훈련을 받을 수 없어 8곳의 식당과 극장에 분산돼 교육을 받았다. 기자의 경우는 배의 7층에 위치한 ‘퓨전’이란 식당이었다. 여행 도중 재난이 발생하면 바로 이곳으로 구명조끼를 들고 뛰어들어야 한다.
미국인·유럽인·러시아인·일본인·중국인 등 세계 각국의 관광객 200여명이 구명조끼를 손에 들고 식당 안에 모였다. 대부분 60~80대의 부부 또는 가족 단위였다. 한 남자 승무원이 식당 전면에 마련된 무대로 나서 영어와 일어로 교육을 시작했고, 20여명의 남녀 승무원이 승객들 사이에 섞여 통제를 했다.
승무원은 준비한 녹음방송을 20여분 들려주었다. 담배꽁초나 휴지 등을 배 발코니에서 바다 쪽으로 버리지 말라는 등 선상에서 주의할 점이었다. 이어 이 남자승무원은 “비상대피를 알리는 부저가 울리면 방에서 구명조끼를 가지고 마스터스테이션에 모여 다음 지시를 기다린다”며 귀에 거슬리는 부저 소리를 들려주었다. 이동 중이라도 부저 소리를 듣는 즉시 구명조끼를 가지러 방으로 돌아가지 말고 바로 마스터스테이션으로 직행하라고 강조했다. 훈련은 구명조끼를 입어보는 것으로 40여분만에 끝났다.
어딘가 허전했다. 마침 승무원 중 한국여성을 발견했다. 최희진(25·대전 용문동)씨는 크루즈 근무가 1년이라고 했다. 최씨에게 세월호 사건을 아느냐고 묻자 “그럼요. 정말 안 됐다”며 “그런 일을 두려워 해 이 일을 그만 두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에게 대피훈련이 별 내용이 없다고 말하자, 승객들은 방송을 통한 승무원 말만 따르면 된다고 대답했다. 승무원들은 훈련을 얼마나 자주하냐고 묻자 최씨는 “수시로 한다”며 “실제로 구명보트를 내리는 훈련도 1년에 2,3회 한다”고 밝혔다. 다이아몬드프린세스에는 배의 좌·우현에 대·소(大·小) 라이프보트(구명배) 24개가 매달려 있다. 큰 보트의 경우 500명이 탈 수 있으며, 보트에는 비상식량과 식수가 들어있다. 물론 준비된 라이프보트에 승객과 승무원 전원이 타고도 남는다. 라이프보트를 타는 훈련은 항구에 정박했을 때에 한한다.
최씨는 “선실에 불이 났을 경우를 가상해 훈련을 주로 한다”며 “승객들을 마스터스테이션으로 안내하는 등 각자 맡은 일과 포지션이 있고 그 위치에서 선장의 다음 명령을 기다린다”고 했다. 그는 또, 프린세스 정도의 초대형 크루즈선은 세월호처럼 갑작스럽게 침몰하는 일은 없으며 서서히 가라앉기 때문에 그 사이에 얼마든지 탈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씨는 선장을 믿고 그의 명령을 잘 따르면 세월호 같은 비극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월호 사건의 충격으로 크루즈여행을 포기하는 이들도 있고 여행사들도 적극적인 마케팅을 못하고 있다. 수시로 대피훈련을 통해 비상시 탈출 행동을 몸에 익힌 승무원과 책임감 있는 선장이 있는 한 크루즈는 그다지 위험한 해상여행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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