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행자를 찾아서] 문상호 (강원 정선 정선우체국 집배원)
[효행자를 찾아서] 문상호 (강원 정선 정선우체국 집배원)
  • 관리자
  • 승인 2007.03.31 13: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결혼 미루고 중풍 아버지 수발에 온 힘

우리 사회가 급속히 고령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사회 보장시스템이 확충되고, 국민의 소득수준 향상에 따라 효행 문화도 바뀌고 있습니다. 전설이나 전시대적인 극한 상황에서 효심을 발휘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오늘날의 생활문화에 맞는 효의 개념정립이 필요한 때입니다. 이에 본지는 현대인의 생활양식에 맞게 바뀌어가는 전국의 효자, 효부들을 만나 효행 사례들을 살펴봅니다.

마흔이 가까워 오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결혼도 미룬 채 중풍으로 고생하는 아버지를 지극정성으로 수발하는 효자가 있어 주위 사람들을 감격시키고 있다.


효행의 주인공은 강원도 정선군 정선우체국에서 집배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문상호(38)씨.

 

그는 4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정선 여량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94년 말경부터 현재까지 13년째 집배원을 천직으로 알고 맡은 일에 충실하고 있다.


아버지를 모시고 오직 한 길 밖에 모르고 달려온 문상호씨에게 2001년 3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사건이 발생했다.

 

다름 아니라 늘 자상하시고 아량이 넓으신 아버지(문돈수·75)가 중풍으로 쓰러져 하반신을 쓰지 못하고 오른손도 혼자의 힘으로는 전혀 움직일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때부터 문씨의 일상은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어머니는 십수 년 전에 돌아가셨고 형은 외지에 나가 살고 있으며, 누이들도 출가를 해서 아버지를 돌볼 수 없었기 때문에 아버지의 식사 공양은 물론 매일 대·소변을 받아내고 이틀마다 목욕을 시켜 드리는 등 근무시간을 제외하고는 아버지 옆을 떠날 수가 없었다.


평소에도 효심이 깊었던 문씨는 하루 종일 누워만 계시는 아버지에게 등창이 생기지 않도록 습한 곳에는 파우더를 발라 드리고 이가 모두 빠져 음식을 잘 잡수시지 못하게 되자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골라 부드럽게 조리해 잡수시게 하는 등 지극한 효심으로 아버지를 봉양했다.

 

또한 아버지가 늘 방안에서 혼자 말벗도 없이 외롭게 생활하고 있는 것을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주말이면 아버지를 업어 승용차에 태우고 가까운 관광지나 해변지역을 관광시켜드렸으며, 몸이 쇠약해지지 않도록 건강에 효험이 있다는 것은 어떻게 해서라도 구해 달여 드렸다.


그러나 이런 문씨의 효행에도 불구하고 그의 아버지는 작년 음력 10월 15일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문상호씨는 “아직도 집에 돌아올 때는 아버지가 방안에 누워계시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며 “상호야 하고 부르는 것 같아 뒤를 돌아 볼 때가 많다”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우회적으로 표했다.


이런 효행이 주위에 알려져 문씨는 지난해 현죽재단에서 효행자에게 시상하는 현죽효행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정선우체국 전경애(여·39)씨는 “문상호씨는 아버님이 염려되어서 직원 회식에도 제대로 참석을 못했다”며 “저도 나이 드신 부모님이 계시지만 솔직히 문씨처럼 효도를 할 자신이 없다. 그의 효행은 보통사람들이 따라 하기 어려운 자기희생적인 것이었다”고 칭송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문상호씨는 “당연히 할 일을 한 것이고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겸손해 하며 “지금 와서 생각하면 이러 이러한 것은 아버지에게 더 잘해 드릴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결혼 계획을 묻는 질문에 “여자가 있어야 결혼을 할 것 아니냐”고 되물으며 “차차 생각해 보겠다”며 잔잔히 미소 지었다.


이두성 기자 dslee@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