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정말 우리의 친구일까
중국은 정말 우리의 친구일까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4.07.11 14:24
  • 호수 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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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주 기자의 세상 읽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한국 방문(7월3~4일) 뒷맛이 영 좋지 않다. 그가 돌아간 지 수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가슴 속 한켠에 맺힌 응어리가 풀리지 않는다. 그가 한국인에게 보여준 태도와 말과 생각들 때문이다. 그는 한국 방문 직전 주요 언론사에 보낸 기고문을 통해 '세 닢 주고 집을 사고 천냥 주고 이웃을 산다'는 한국 속담을 소개하며 “중·한 양국 국민들은 예로부터 좋은 이웃이었습니다. 저는 이러한 좋은 이웃에 대한 좋은 정을 품고 곧 아름다운 한국을 국빈방문으로 찾게 됩니다”고 밝혔다.
한국과 중국이 좋은 이웃이라고? 필자는 그의 말이 의아했다. 그는 방문 후 서울대 강연에서도 “역사상 위태로운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중한 양국은 서로 도와주면서 고통을 함께 극복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오랜 친구’라고까지 했다. 역사적으로 오랜 세월 우방국인 듯한 발언에 대해서도 공감할 수가 없었다. 이틀 동안의 한국 체류 중 그가 한 말들은 모두 공허하게 들렸고, 그의 표정과 행동에 호감이 잘 가지 않았다.
중국은 1400여년의 역사에 걸쳐 우리에게 친구이기 보다는 우리나라를 침략하고 지배하려 했던 ‘적’이었다. 수양제가 110만 대군을 이끌고 고구려를 공격했으나 실패하여 멸망했다. 당 태종은 645년 대규모 침략을 감행했으나 고구려는 안시성에서 이를 물리쳤다.
13세기 초 몽골족은 여진족이 세운 금을 물리치고 원나라를 세워 고려를 침략했다. 원나라의 쿠빌라이는 일본 정벌을 핑계로 고려에 엄청난 군량미와 병력, 화살과 배를 요구했다. 이를 들어주려고 고려 백성들은 주린 배를 안고 노역에 동원되거나 원나라 군인과 함께 일본정벌 원정에 나섰다가 바다에 수장되기도 했다. 일본의 소설가 이노우에 야스시의 소설 ‘풍도(風濤)’에 이런 과정들이 절절하게 묘사돼 있다. 고등학교 시절 이 소설을 읽으며 나약한 조상과 함께 중국을 싸잡아 원망했던 기억이 또렷하다. 원은 고려 백성에게 변발을 강요했고, 무리한 공물과 공녀를 요구했다. 이때 공녀로 끌려간 이가 ‘기황후’이고 최근에 TV 드라마로도 소개됐다.
1627년 후금의 누루하치는 정묘호란을 일으켰고, 1636년에는 국호를 청으로 고쳐 병자호란을 일으켰다. 인조가 남한산성을 나와 머리를 조아리며 굴욕적인 항복을 했고, 그 동안 성 밖의 백성들은 청군에게 살육을 당했다. 이후 조선은 청과 군신관계를 맺어 조공을 바쳤다. 청일전쟁에서 청이 일본에 패한 후 비로소 중국의 지옥 같은 침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대신 일본이 바톤을 이어받아 조선을 괴롭혀 중국과 일본 두 나라의 침략과 강탈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치욕적인 역사를 써내려왔다.
중국은 1949년 10월, 마오쩌뚱이 정권을 수립한 이후 모든 친미국가를 적대국가로 간주하는 외교정책을 폈다. 한국과는 당연히 외교가 단절됐고 북한 위주로 한반도 정책을 결정했다. 현대에 들어와 중국이 우리에게 좋은 이웃이 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의 6·25 전쟁 개입이다. 유엔군과 한국군이 압록강까지 밀고 올라갔을 때 돌연 중공군 230여만명이 국경을 넘어 공격해와 전쟁은 고착됐고 3·8선에 휴전선이 그어졌다. 한반도는 두 개로 쪼개졌으며,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오늘날까지 전쟁 공포와 이념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중공군의 개입은 부분적이고 단순한 병력지원이 아니었다. 중공군은 3년여 전쟁기간 중 2년 8개월 동안 한국전쟁의 전선을 유지하는 공산 측 전투력의 주력군이었다. 중공군은 53년 7월 휴전 이후에도 1958년까지 약 25만 명의 병력을 북한에 주둔시켰다.
시진핑 주석의 좋은 이웃 발언이 공감을 주려면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그가 방중 기간에 한 말은 자국의 이익을 위한 전략적 발언이지 정말 한국을 친구로 생각해서 나온 소리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중국은 동북아에서 세력을 넓히는데 미국과 일본의 견제가 걸림돌이다. 한국을 자기편에 두려는 이유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2015년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와 한반도 광복 70주년을 공동으로 기념하자”는 것도 ‘일본 때리기’에 한국을 끌어들이려는 술책이다. 일본 응징에 이의가 있을 수는 없겠지만 중국에 끌려다니다가는 한미동맹과 한미일 공조에 균열이 가는 불리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우리는 현안에 따라 한미일과 한중 공조를 놓고 ‘등거리 외교’로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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