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문제의 해법, 지역자원을 주목하라
노인문제의 해법, 지역자원을 주목하라
  • 전영수
  • 승인 2014.07.18 13:35
  • 호수 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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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독거노인을 위한 돌봄
이웃 노인이 서비스 하는 구조
일본선 한국 반상회와 비슷한
‘초나이카이’역할 점차 커져

적자생존, 승자독식의 신자유주의는 극단적 양극화를 불렀다. 비시장적 가치마저 상품으로 둔갑하는 ‘황금만능의 시대’를 열었다. 결과는 참혹했다. 중산층의 생활은 심각하게 훼손됐다.
결국 양극화와 맞물린 저성장·고령화는 복지수요의 급증으로 연결됐다. 미끄럼틀에서 떨어진 서민층이 체감하는 위기감은 더 심하다. 우리나라처럼 애초부터 사회안전망이 빈약한 경우 복지는 사실상 개인의 책임으로 귀결된다.
힘들긴 모두들 마찬가지다. 다만 경중을 따지면 그래도 노인인구가 좀 더 힘들 터이다. 연령차별로 인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근로소득이 끊기기 때문이다. 복지수요의 절대비중이 노인인구에게 할당되는 이유다. 반발도 있다. 정부의 재원이 부족하니 노인만을 마냥 챙길 수 없는 노릇이다. 이러한 변명도 절반만 옳다. 노노(老老)격차는 훨씬 심하고 가난한 노인은 절대비중을 차지한다. 돈이 없다고 방치하기엔 노인의 어깨를 누르는 가난이 너무 무겁다.
과연 다른 방법은 없을까. 제안하고픈 건 지역복지의 부활에 해답이 있다는 것이다. 지역사회의 복지 수요는 지역자원의 복지 공급으로 균형점이 찾아진다. 가령 간병이 필요한 홀몸노인은 일자리를 원하는 이웃의 노인이 맡는 식이다. 간병을 예로 들었지만 이밖에도 상부상조의 상생전략은 얼마든지 있다.
노인생활이 불편의 연속이란 점에서 그 불편의 최소화는 새로운 경제수요를 낳고, 이를 공급체계로 엮는다면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지역은 최소한의 생활단위이자 경제활동의 출발점이다. 복지의 완성은 중앙보다 지역에서 수급을 맞출 때 실효성이 커진다.
지역복지란 공동체 문화에 기초한 지역주민의 자발적인 복지시스템이다. 독립적이고 비영리적인 시민단체(NPO)나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지역의 풀뿌리조직을 통한 복지로 전달체계를 구성한다. 시민사회에 뿌리내린 복지체계다. 정부는 이를 떠받치고 거들어주며 복지공급을 완성한다는 게 기본맥락이다. 즉 지역주민이 자발적으로 논의·결정해 현안문제를 해결한다. 핵심주체는 거주민을 포함한 지역단위의 주민단체다. 상권 부활, 축제 주최, 관광유치, 노인부양, 야경조직 등 관심 분야는 지역에 따라 다양하다.
노인국가 일본은 이를 먼저 경험했다. 요컨대 ‘지역력(地域力)’에 대해 주목했다. 자본화·현대화·도시화로 잃어버린 동네의 활력을 되찾으려는 자발적인 정신이 핵심이다. 그 밑바탕에는 공동체문화가 한 몫 했다. 다른 선진국에선 드물게 일본에는 전통적인 자활조직이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주민생활조직인 ‘초나이카이(町內會)’가 그것이다. 이는 한국의 반상회와 비슷하지만 실제 운영은 사뭇 다르다. 한국에선 통합력이 많이 훼손됐지만 일본은 그래도 좀 낫다. 참여 주체도 다르다. 반상회는 중년부인이 주축인 반면 초나이카이는 고령 남성의 입김이 세다. 축제(마츠리)도 상점가를 중심으로 한 은퇴자들이 주축이다.
빈곤 노인을 비롯한 복지수요가 늘면서 최근 일본에선 이 조직의 부활 조짐이 뚜렷하다. 한때 30만개를 넘겼던 이 조직을 통해 지역의 복지수급을 연결시키기 위해서다. 60%대의 주민가입률을 70~80%까지 높여 지역 전체의 참여를 도모한다. 고령인구가 많은 지역엔 독거노인 지원구조를 구축하고 빈집 문제로 고민이면 이주 환경을 개선하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취합된다. 성장 일변도의 부작용으로 잃어버린 안전·안심 등의 전통적 주거행복을 회복하려는 사회자본(Social Capital)의 재구축인 셈이다.
동네 자원의 결합은 전국으로 퍼져나갈 수도 있다. 지역문제에서 탈피해 국가 전체를 상생·협력의 스펙트럼에 비춰보려는 시도다. 이런 활동은 NPO가 선두 주자다. 일본의 NPO는 1998년 23개에서 현재 4만9000여개로 급증했다. 폭발적인 증가세다. 특히 노인과 관계가 깊은 보건·의료·복지활동(57.8%)이 압도적으로 많다. 협동조합도 이를 거든다. 공식집계가 불가능할 만큼 다양한 조직으로 운영된다. 특히 지역의 특성에 초점을 맞춘 생활협동조합(생협)은 소비자·사회운동에 영향을 미치며 생산부터 소비까지 일괄체계를 갖춘 경우가 많다. 공제사업, 의료·간병서비스, 주택분양, 관혼상제 등 일상생활 전체를 폭넓게 취급한다.
한국에서도 지역 공동체의 부활은 시대적인 요구다. 노인 문제를 비롯해 복지 수급의 불일치에 따른 취약계층의 힘겨운 삶을 보듬어줄 좋은 장치가 될 수 있어서다. 한국도 사회적기업을 비롯해 협동조합 등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 노력이 활발해지고 있다. 아직 초기라 부작용과 엇박자가 있을 수 있지만 방향은 맞다. 다만 장밋빛 전망은 아직 섣부르다. 넘어야 할 산이 많아서다. 결국 지역사회에 산재한 자발적이고 공익적이며 능력을 갖춘 여러 자원을 어떻게 묶어내느냐가 관건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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