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우리 동네, 관광객들이 먼저 알아요”
“깨끗한 우리 동네, 관광객들이 먼저 알아요”
  • 한성원 기자
  • 승인 2014.07.25 11:25
  • 호수 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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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욕장 환경정화… 우수자원봉사클럽 선정
▲ 황의철 장동경로당 회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송만영 대한노인회 대덕구지회장(오른쪽 두 번째)이 장동경로당 내 공방을 방문, 작업 중인 어르신들을 격려하고 있다.

와우! 이 경로당 <8> 대전 대덕구지회 장동경로당


다년간 공방 운영 통해 경로당 활성화 기여


장맛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7월 어느 날. 이른 아침부터 경로당에 모여 앉은 어르신들은 애꿎은 하늘만 바라보며 한숨을 내쉰다. 이 날은 경로당 자원봉사활동의 일환으로 동네 곳곳을 청소하는 날이다. 하지만 누구 하나 집으로 돌아갈 모양새가 아니다. 하늘도 이들의 마음을 알았을까. 퍼붓던 빗줄기가 가늘어지기 무섭게 햇볕이 내리쬔다. 그제야 어르신들은 저마다 청소도구를 손에 쥐고 밖으로 나선다. 언제 비가 내렸냐는 듯 푹푹 찌는 더위에 얼굴을 찡그릴 법도 하지만 어르신들의 얼굴은 환한 미소로 가득하다. 동네가 깨끗해지는 만큼 어르신들의 마음도 깨끗해질 것이 분명하다.
대전광역시 대덕구 장동. 도심으로부터 차를 타고 10여 분 꼬부랑고개를 넘어가면 눈앞에 푸른 논밭이 펼쳐진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이곳 마을 중앙에 위치한 장동경로당을 찾았다. 천혜의 자연환경이라는 말을 실감케 하는 그런 곳이다.
아침부터 비가 내린 탓에 예정보다 늦게 시작된 봉사활동. 쓰레기를 줍는 어르신, 나뭇가지를 잘라내는 어르신, 길가에 난 수풀을 정리하는 어르신 모두들 여느 때보다 분주하지만 마음만은 여유가 넘친다.
황의철(82·남) 장동경로당 회장은 “주말이면 산림욕장을 찾는 관광객들로 마을 전체가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산림욕장을 중심으로 환경정화활동을 펼침으로써 관광객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어 보람을 느끼죠”라며 봉사활동에 대한 의미를 부여했다.
‘계족산 황톳길 맨발걷기’로 유명한 장동산림욕장은 2008년 여행전문기자들이 선정한 ‘다시 찾고 싶은 여행지 33선’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장동경로당 역시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노인회가 지원하는 ‘우수노인자원봉사클럽’으로 선정된 바 있다.
노인자원봉사클럽은 노인 스스로 자원봉사 일감을 발굴하고, 주도적으로 자원봉사활동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구성된 자원봉사자들의 소모임을 말한다.
특히 장동경로당처럼 ‘우수노인자원봉사클럽’으로 선정된 경로당은 전국 6만2000여 개의 경로당 중 200여 개에 불과하다.
황 회장은 “매달 두 번에 걸쳐 자원봉사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환경정화활동뿐만 아니라 우리 마을에 거주하는 독거노인들을 찾아가서 직접 돕기도 하고 항상 새로운 봉사활동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죠. 형식적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참여해주는 우리 회원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라며 경로당 회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지난 2008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공방은 장동경로당이 내세울 수 있는 또 하나의 자랑거리다.
경로당 인근에 자리 잡고 있는 비닐하우스. 그 안에는 어르신들이 직접 나무를 깎아 제작한 공예품들이 한가득이다.
작품도 어르신들의 실생활에 유용한 구둣주걱, 지팡이, 안마기 등 다양하다.
아무런 기술도 없던 어르신들이 약 1년간 교육을 받아 지금은 어엿한 작품을 만들어내고, 주문을 받아 이를 인사동에 판매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가격은 1~2만원 수준. 보통 한 달에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1인당 10~20만원에 불과하지만 그 가치는 숫자로 따질 수 없다.
공방에서 직접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는 최항규(77·남) 어르신은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작업을 하는데 이제는 하루하루 공예실력이 느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습니다. 주문이 밀리면 추가 제작도 하곤 하는데 큰돈은 아니지만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내가 만든 작품이 인정을 받는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죠”라며 뿌듯함을 내비쳤다.
이렇듯 활발한 자원봉사활동, 안정적인 공방 운영은 장동경로당 어르신들의 높은 참여도에 따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만 4년째 장동경로당을 이끌어가고 있는 황 회장의 ‘덕망’을 칭송하는 이들이 많다.
물심양면으로 황 회장을 보필하고 있는 김용도(71·남) 장동경로당 사무장은 “우리 경로당의 가장 큰 특징은 어르신들이 자원봉사 등 모든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신다는 점입니다. 자원봉사단이 아닌 어르신들도 시간 여유가 있으면 함께 봉사에 참여해주시곤 합니다. 이런 높은 참여는 모든 면에서 솔선수범하는 회장님의 인덕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항상 화기애애하고, 경로당 운영에 있어 별다른 잡음이 없는 것도 그런 이유가 크다고 할 수 있죠”라고 설명했다.
지난 4월부터 대한노인회 대덕구지회 이사 신분으로 회덕동분회장까지 겸하게 된 황 회장. 자신만의 철학을 묻는 질문에 진심으로 마음을 모아 ‘협동’할 때 청소든 봉사든 모든 것이 가능해진다고 강조한다.
송만영(85·남) 대한노인회 대덕구지회장은 “장동경로당은 어떤 경로당보다 단결이 잘 되는 경로당입니다. 전국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산림욕장 청소 봉사활동의 경우 관광객들의 칭찬이 자자하며, 경로당 내 공방에서 만들어낸 작품들은 외국인들이 앞서 찾을 만큼 인기가 많습니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송 지회장은 이어 “특히 황 회장은 1년 내내 지역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예절 및 인성교육은 물론 텃밭을 가꿔 체험교육을 실시하는 등 이른바 ‘받는’ 노인이 아니라 ‘베푸는’ 노인의 위상을 제고하는 데 모범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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