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비용 1200만원 장례비 3분의 1은 ‘거품’
평균비용 1200만원 장례비 3분의 1은 ‘거품’
  • 유은영 기자
  • 승인 2014.07.25 14:20
  • 호수 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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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비 실태와 바가지 안 쓰는 방법
▲ 유족이 내는 장례비용에는 납품업자와 장의업자간 주고받는 뒷돈이 3~4배 가격 뻥튀기로 포함돼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련없음>

납품로비 뒷돈 대느라 장례용품 가격 3~4배로 부풀려
1억원 황금수의 금 함량 1천원어치… 도매시장서 구매해야
상조회사 서비스와 장례식장 사용료는 따로 계산‘주의’

장례를 치른 삼남매가 부의금만 가지고 사라져 어머니 시신이 5개월 넘게 방치된 사건이 지난해 전국을 뜨겁게 달구었다. 당시 경찰에 따르면 이들 삼남매는 장례비 낼 돈이 없어 어머니 시신 인수를 끝까지 거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돈이 없어 불효를 저지른 셈이다.
본래 돈이 거의 들지 않던 우리나라 장례문화가 장례식장 이용이 일반화되면서 장의업자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한 번 가시는 길 고이 보내드리자’는 자식들의 효심을 이용해 관, 수의, 조화 등 장의용품 가격을 4~5배나 뻥튀기시켜 바가지를 씌우는 일이 흔하게 일어난다. 심지어 장의업자가 최고급 관과 수의를 싸구려로 바꿔치기했다가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장례절차상 시신을 입관한 후 관을 다시 열어보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장의용품 바꿔치기는 장의업계에 관행처럼 행해지고 있다는 짐작도 가능하다.
지난해 사망자 1인당 평균 장례비로 1000여만원이 지출됐다. 그러나 장례전문가에 따르면 평균 장례비에서 거품을 빼면 약 3분의 1가격인 300여만원으로 격식을 갖춘 장례를 충분히 치를 수 있다.
장례비 거품 없애기 운동을 진행하는 비영리재단법인 아름씨에스 임준확 이사장은 “죽음도 결혼식처럼 평소 사전장례의향서를 작성해 두는 등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며 “유족들은 경황이 없어 비싼 줄 알면서 항의하지도 못하고 업자 횡포에 놀아나게 된다”고 말했다.

대형병원 장례식으로 40억 수익
장례비 거품은 장의업자와 상조회사 직원, 장의용품 납품업자 간의 검은 뒷거래로 만들어진다. 누구보다 큰 돈을 벌어가는 건 장례식장이다.
대형종합병원은 장례식에서 평균 38%의 마진을 본다. 지난해 서울의 한 주요 대형병원은 장례식으로만 42억여원을 벌었다. 6만원짜리 유골함을 20만원에 팔고 3만원짜리 수의를 9만원에 파는 식으로 장례용품에 50%가 넘는 마진을 붙여서 거두는 수익이다.
밥값은 가장 이윤을 많이 보는 품목이다. 시중에서 6000원에 파는 육개장 한그릇을 장례식장에서 먹으면 1만5000원에서 3만원의 비용이 유족에게 청구된다.

상납한 뒷돈은 유족에 바가지
죽음이 돈이 되다보니 장례식장과 장례용품 납품업체 간 뒷돈을 주고받다 경찰에 덜미를 붙잡힌 사실이 종종 보도된다.
납품업체는 납품 대가로 장례식장에 상납한 뒷돈을 유족에게 바가지요금을 씌워 충당한다.
이렇게 거래되는 뒷돈은 억대에 달한다. 지난 4월 납품과 장례 유치를 조건으로 판매대금의 절반을 뒷돈으로 주고받은 장례용품 납품업자와 장의업자, 상조회사 직원 90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힌 사건은 너무나 유명하다. 장례용품 납품업자는 지속적인 납품을 조건으로 장의업자와 상조회사 직원들에게 약 1년 동안 3억2100만원을 상납했다. 장례식장 업주는 상조회사 직원들에게 장례유치 건당 10~20만원, 총 2200만원을 주었다.
장례용품 납품업자는 40만원이면 가능한 제단장식을 80만원으로 높여 받고, 꽃과 제사음식을 재활용하는 수법으로 뒷거래에 들어간 돈을 충당해 왔다.
영정사진은 제작비의 50%, 꽃은 납품금액의 40%, 운구차량과 납골당안치비에서 각각 30%를 수수료 명목으로 받아 챙긴다.

시신 소개비 20만원 주고받아
죽음을 통해 거래되는 뒷돈은 인명경시풍조를 부추긴다. 시신을 특정 장례식장 업주에게 넘겨주고 1구당 20~35만원의 뒷돈을 받아챙긴 경찰관과 소방관, 요양병원, 일반병원 응급실 직원들이 대거 적발된 바 있다.
경찰관 등은 변사가 접수될 때마다 문자 메시지 등으로 장의업주에게 정보를 주고 총 1억원이 넘는 대가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시신 소개에 쓴 뒷돈은 고스란히 바가지 요금으로 유족들에게 떠넘겨져지고 있다.
올바른 장례문화 정착을 목표로 지난 2010년 출범한 비영리재단법인 아름씨에스 임준확 이사장은 “장례는 준비할 수 없다보니 사전정보가 없어 업자의 말에 휘둘린다”며 “장례업체에서 권하는 대로 하다가는 두 세배 바가지 요금을 물게 된다”고 말했다.

상조 가입, 완벽한 대비 아냐
2004년 99개에 불과하던 상조회사는 2012년 307개로 늘었다. 상조회사는 매달 일정액을 불입하면 약정된 상조서비스를 제공한다.
상조 가입으로 갑자기 닥칠 장례에 만반의 대비를 갖출 수 있다고 생각되지만 이는 오산이다. 상조회사가 제공하는 상조서비스는 관, 수의, 상복 등 장례용품 제공과 장례절차 및 예절 안내, 조문객 접객도우미, 염습, 장지동행에 한정된다. 빈소, 염습실 등 각종 시설 사용료와 폐기물 처리비, 밥값 등 각각의 비용은 장례식장에 따로 내야 한다. 상조회사에 할부금을 내는 도중에 장례를 치르게 되면 남은 금액도 일시불로 받아간다. 계약을 중도해지하면 완납금을 돌려받기도 어렵다. 부도가 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대마수의 80%가 중국 나일론
그렇다면 업자의 횡포에 당하지 않고 실속있게 장례를 치르는 방법은 무엇일까. 장례용품은 병원에서 구입하면 굉장히 비싼 값에 사게 된다. 그 중 수의는 마진율이 50%가 넘는다. 최고급 대마수의의 원가는 15만원. 시중에선 70~80만원에 판매되지만 장례식장에서는 150~200만원을 받는다. 게다가 국내에 들어와 있는 대마수의의 80%가 중국산 나일론 수의다. 다들 대마수의로 믿고 사지만 나일론 수의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얘기다.
상조회사에 가입했다면 수의가 제공된다. 그렇지 않다면 도매시장에서 직접 사는 게 유리하다. 수의를 고를 때 한 올을 떼어내 침을 묻혀 비비면 대마는 올이 모두 분리된다. 불로 태우면 흔적없이 타고 나일론 수의는 검은 연기를 내뿜는다.
염습할 때 시신을 묶는 베인 멧배 가격은 수의가격에 포함돼 있다. 멧배 가격 따로, 수의 가격 따로 부른다면 거짓말이다.
최근 1억원짜리 황금수의에 금이 얼마나 들었는지를 조사해 봤더니 금 함량은 고작 1000원어치였다. 그나마 이장할 때 싸구려 수의로 둔갑한 것을 발견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없어져야 할 바가지 용품 중 하나로 꼽힌다.

중복청구 없나 명세서 확인해야
장례식장에 달린 식당을 이용하면 1인분에 3만원의 밥값이 들지만 외부식당을 지정해서 대접하면 3분의 1로 아낄 수 있다.
고인의 영정사진을 모시는 제단에 3단 꽃장식을 할 경우 유족에게 청구되는 80만원 중 40만원은 거품이다.
꽃이 너무 활짝 피었다거나 중간중간 색이 누렇게 바랬다면 재사용을 의심해 봐야 한다. 화환 역시 맨 아래 초록색 스티로폼에 구멍이 너무 많이 나 있다면 재사용됐을 가능성이 크고 제물음식은 물컹거린다거나 쉰내가 나면 즉시 항의해야 한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29조는 장례용품의 가격을 이용자가 보기 쉬운 곳에 게시하고 그 외 금액을 받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유족은 장례식장에 게시된 요금표를 반드시 확인하고 부당한 금액이 표시돼 있으면 시 군 구청에 신고해야 한다. 바가지 요금을 씌우다 적발된 장의업자에게는 과태료 300만원을 물린다.
상조회사 가입자는 상조서비스를 받은 품목이 장례식장에서 중복청구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므로 명세서를 꼼꼼히 확인해 새는 돈을 막아야 한다.

장례문화 개선에 동참해야

장례문화가 혼탁해지자 지난 2010년 올바른 장례문화 정착을 위해 공익성격의 재단이 출범했다.
아름씨에스의 장례비용 거품 빼기에 동참한 전국 상조회사 등 개인 및 단체 회원은 현재 전국 60여지부에 7만명이 넘는다. 재단의 설립취지에 뜻을 같이한 장례식장과 장의업자가 협약을 맺고 모범적인 장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재단은 공급자 중심으로 가려져 있는 장례용품 가격 등 올바른 정보를 국민에게 홍보하는 역할을 할 뿐 상조회사 운영은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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