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세운 온조의 어머니 소서노를 만나다
백제 세운 온조의 어머니 소서노를 만나다
  • 김지나 기자
  • 승인 2014.07.25 14:35
  • 호수 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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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백제박물관,‘백제 인물열전’특별전
▲ 출토 모습 그대로 흙덩이 채 옮겨온 공주 수촌리 8호 무덤. 귀걸이와 구슬 장식을 볼 수 있다.

첫 국제결혼 漢출신 보과부인, 일본에 학문 전한 왕인박사 등
꾸미개‧가락바퀴 등 전시… 귀족 여인 무덤 출토 현장 그대로 옮겨
인물 스토리텔링 가미… 단순 관람보다 이야기에 궁금증 가져야 재미


인물들의 삶을 통해 백제의 역사를 살펴보는 특별전시회 ‘백제 인물열전-운명을 개척한 사람들’이 서울 방이동 한성백제박물관에서 지난 6월 24일부터 열리고 있다.
한성백제박물관은 국가사적 297호인 몽촌토성(백제왕도 유적지)을 중심으로 전개된 고대역사와 문화를 알리고자 2012년 설립된 서울시립박물관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소서노, 보과부인, 마라난타, 왕인박사, 도미부인 등 단편적으로 전해지고 있는 백제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백제의 건국부터 고구려에 함락되어 웅진(공주)으로 천도하기까지 5백년 백제의 역사를 그려낸다.
역사 관련 전시가 보통 왕조나 연대별로 기획되는 것과 다르게 이번 전시는 그 시대의 몇몇 인물을 통해 한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들여다본다.
주요 테마는 크게 4가지로 ‘두 나라를 세운 여인-소서노’ ‘다문화, 글로벌 백제인-보과부인‧마라난타’ ‘바다를 건넌 사람들-왕인‧신제도원’ ‘권력에 굴하지 않은 사람들-도미와 그의 부인’이다. 전시된 유물은 청동거울과 금귀걸이, 수막새(기왓골 끝에 사용되었던 기와), 벼루 등으로 다른 박물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인물을 보며 당시 문화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면서 관람하면 감상의 재미를 높일 수 있다.
소서노는 고구려를 세운 주몽의 부인이자 백제를 세운 온조의 어머니다. 백제의 건국을 다룬 이 테마에서는 부여에서 내려온 소서노를 통해 부여와 백제의 정치‧문화적 연관성을 알 수 있는 유물과 귀족 여성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유물들이 전시됐다.

▲ 백제인 형상의‘얼굴모양수막새’.

연천 학곡리 돌무지무덤에서 출토된 마노 구슬과 청동방울, 청동고리는 고구려 무기단식 돌무지무덤에서 공통적으로 출토되는 유물로 고구려를 떠난 사람들이 남쪽으로 이동하던 중 만든 무덤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출토 모습 그대로 흙덩이 채 옮겨온 공주 수촌리 8호 무덤은 당시 백제 귀족 여성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게 한다. 사람이 누운 형태대로 귀 위치에 묻힌 귀걸이와 목걸이 등을 볼 수 있다. 백제 사람들은 구슬을 좋아했다고 전해지는데 이 구슬 목걸이 장식 중간에 ‘곡옥’이라는 옥 장식 눈에 띈다. 이는 씨앗, 즉 탄생을 상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문화’를 다룬 테마에서는 백제의 첫 국제결혼 사례로 꼽히는 보과부인을 만난다. 보과부인은 한나라 대방군 태수의 딸로 책계왕과의 결혼으로 백제에 머물게 된다. 낙랑‧대방군의 무덤에서 당시 상류층 여성들의 호화생활을 엿볼 수 있는 값비싼 칠기그릇이나 청동거울, 각종 화장도구와 꾸미개 등의 장신구 등이 출토 되어 보과부인을 통해 대방군의 문화가 직‧간접적으로 유입되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평양 정백리 등에서 출토된 칠국자와 청동 거울, 비녀 등이 전시됐다.
반대로 백제의 문화를 왜국(일본)에 전파한 정황도 알 수 있다. 5세기부터 왜국으로 건너가 ‘논어’와 ‘천자문’을 전하고 태자의 스승이 되었다는 인물 왕인과 왕실 간의 유대 강화를 위해 왜국에 간 백제의 왕족 여성 신제도원을 통해서다.
신제도원은 왕실 간의 유대와 생활 문화를 전하기 위해 왜국에 건너갔는데, ‘일본서기’에는 “백제 직지왕이 누이 신제도원을 보내 섬기게 하니, 신제도원이 여인 7명을 거느리고 와서 귀화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렇다면 신제도원은 일본에 어떤 문화를 전했을까. 바로 직조기술이다. 그를 알 수 있는 유물로 직조에 사용됐을 ‘실감개’와 ‘가락바퀴’ 등을 볼 수 있다.
또 전시실 바닥에는 당시 백제와 일본의 교역 항로를 표시한 지도를 그려놓고 옆으로는 사신 복장을 재연해 전시했는데, 당시 백제의 교역 문화를 알 수 있는 코너다.

▲ 백제시대 토기.

특히 백제 사신의 모습을 유일하게 알 수 있는 중국 문헌 ‘양직공도’를 프린트해놓았고, 바닷길로 교역했던 만큼 안전한 항해를 기원했던 제사유적 관련 영상, 영산강 하류 지역을 중심으로 출토된 원통모양토기와 딸린곱은옥과 같은 일본 유물이 전시돼 있다. 원통모양토기는 일본 고분 주위에 세운 부장품이고, 딸린곱은옥은 제사를 지낼 때 바치거나 무덤의 껴묻거리로 썼다.
전시 마지막에는 현대에 와서도 꾸준히 동화나 연극, 무용 등으로 재탄생하는 도미부인을 만난다. 도미와 그의 부인은 백제의 호적에 편입된 서민으로 도미부인의 인물이 빼어나 백제 한성도읍기 마지막 왕인 개로왕의 괴롭힘을 당했다고 전해진다. 개로왕이 도미부인을 취하려 하지만 부인은 여러 가지 꾀를 내어 정절을 지키고 남편과 고구려로 도망가 살았다는 이야기다.
도미는 삼국사기에 ‘편호소민’(자신의 땅에 농사를 지으며 각종 의무를 지는 양인 농민)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전시에서는 이런 편호소민의 삶을 보여주는 출토된 그대로의 ‘짚신’과 당시 백제인의 얼굴을 형상화한 ‘얼굴모양수막새’를 볼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김은정 학예연구사는 “인물을 매개로 하지만 전시된 유물들은 백제 문화의 수용과 전파에 대해 알 수 있는 것들”이라며 “소서노부터 도미부인까지 읽어오다 보면 한성 백제 500년의 처음과 끝을 지나오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8월 31일까지이며 8월 14일에는 ‘일본열도 속의 백제문화’란 주제로 강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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