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타고투저’해도 너무해
프로야구‘타고투저’해도 너무해
  • 이상연 기자
  • 승인 2014.07.25 15:14
  • 호수 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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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연 기자의 스포츠‘확대경’

올 시즌 프로야구 전반기는 그 어느 해보다 ‘타고투저’ 현상이 뚜렷했다.
리그 전체 평균 팀타율(0.291)과 평균자책점(5.28)은 프로야구 출범 후 최고치다. 이전 최고 타고투저 시즌은 팀타율 0.276, 평균자책점 4.98을 기록한 1999 시즌이다.
이런 배경 탓에 야구 경기 점수라고 믿기 힘든 경우도 속출했다. 6월 5일 ‘기아’와 ‘삼성’ 경기 13대12, 6월 10일 ‘한화’와 ‘기아’ 경기 16대15 등 양 팀 합쳐 한 경기 20점 이상 나온 경기가 무려 33회에 달했다.
개인기록을 살펴봐도 타고투저 현상은 극명하다. 이재원, 김주찬은 각각 0.394, 0.383의 타율로 전인미답의 4할 타율에 도전하고 있으며, 시즌이 절반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20개 이상의 홈런을 쏘아올린 타자가 8명이나 된다.
리그의 흥행적인 측면에서 볼 때 점수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타격 기록의 증가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타자들의 상향평준화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리그 전체의 질적 저하에 따라 나타난 결과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도 타고투저의 원인으로 외국인 타자 제도 도입, 좁아진 스트라이크 존, 예년과 다른 듯 한 공인구의 반발계수 등이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투수들의 질적 저하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현대야구의 투수들은 철저히 분업화돼 있다. 감독들은 선발투수가 최소 6이닝(회) 이상을 소화하길 바란다. 그러나 올 시즌은 1·2회에 조기 강판된 선발투수들이 많았다. 이는 일정 수준의 이상의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9개 구단 선발 투수들은 총 478경기에서 2560이닝(6월 10일 기준)을 소화해냈는데, 이는 개인당 평균 5.36이닝에 불과하다.
선발 투수들은 팀의 그날 경기 및 시즌 전체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 팀 내 투수들 중 최상급의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 선발을 맡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이 선발 투수들이 기대에 못 미쳤다. 이는 불펜 투수들의 무리한 조기 등판을 초래했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기량이 처지는 이들의 볼을 타자들이 때려대 극심한 타고투저 현상이 야기됐다.
투수들의 기량 저하는 프로야구계 전체가 반성해야 할 문제다. 혹자들은 류현진, 오승환, 윤석민 등 스타 선수들의 해외 진출이 큰 원인이라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이는 어불성설이다. 그간 스타 선수들, 특히 투수들의 해외 유출 사례는 계속 있었다. 단지 그 위기를 코치진의 선수 육성 등 노력으로 극복해온 것뿐이다.
한국 프로야구는 근 10여년간 다방면적인 노력을 펼쳐 국내 1위 스포츠 자리를 수성해왔다. 하지만 그 성취감에 도취돼 꼭 손대야 할 문제들을 등한시했다. 타고투저 현상은 이런 현 프로야구의 부정적인 한 단면이다.
과거 2002 한일월드컵부터 시작된 축구 붐의 여파로 한때 ‘존폐 위기론’까지 거론됐던 프로야구지만 전 구단과 팬이 합심해 훌륭히 위기를 극복해낸 바 있다. 부디 이번에도 타고투저 현상으로 나타난 현 프로야구 질적 하락을 극복해 리그 전체의 상향평준화를 이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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