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상담만 잘 받아도 행복한 노후
성상담만 잘 받아도 행복한 노후
  • 특별취재팀=한성원 기자, 이상연 기자
  • 승인 2014.08.01 11:08
  • 호수 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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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 상담 수요는 많은데 제공기관·프로그램 미흡
▲ 최근 노인들의 그릇된 성문화 개선을 위한 프로그램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사진은‘노년 미팅’행사에 참가한 한 커플의 러브샷 하는 모습.

대부분 초기 상담 그쳐… 지속적 상담 통해 변화 끌어내야


당당한 우리들의 性 이야기 <4>·끝


글 싣는 순서
① 노인 3명 중 2명은 성생활
② 종묘공원의 불편한 진실
③ 이제는 성생활도 100세시대
❹ 노인의 성(性), 부끄럽지 않은 이야기


올해 73세인 A어르신(여)은 10여 년 전 B어르신(93·남)을 만났다. 같은 단지 이웃 아파트에 각각 혼자 거주하고 있던 이들은 금세 친구가 되고, 연인이 됐다. 함께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마치 영화에서 나올 법한 분위기 있는 장면을 연출해가며 사랑도 나눌 수 있었다. A어르신은 일상적인 부분에서부터 성생활에 이르기까지 자신을 극진히 배려해주는 B어르신이 고맙고 좋았다. 하지만 기독교 신자인 A어르신은 교회만 가면 마음이 무거워졌다. 혼외 성관계를 죄악시하는 교리 때문에 죄책감이 들었다. B어르신과의 관계를 모르는 자식들에게도 미안했다. 결국 A어르신은 전문적인 상담을 받았고, 이후 지금까지 B어르신과의 관계를 지속할 수 있었다.
주현희 인구보건복지협회 노인성상담사는 “A어르신의 경우 성에 대한 종교적인 관념, 그리고 노인들의 만남을 바라보는 사회적인 인식 때문에 상담을 신청해왔다”며 “노인들의 만남, 나아가 성생활은 노년층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아름다운 관계로 죄가 아닐 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재정 및 의료 복지 차원에서 권장할 만한 것이라고 말해줬다”고 설명했다.
주 상담사는 이어 “특히 A어르신은 B어르신과 함께 했던 매일매일, 순간순간의 감동을 자세히 기록해놔 상담 과정에서도 행복이 묻어나오는 느낌을 받았다”며 “내가 원하는 것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용기를 보여준 A어르신의 사례는 이성교제와 성생활 등에 대해 좀처럼 드러내기를 꺼려하는 노인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노인들의 그릇된 성문화를 바로잡고, 섹스를 성생활의 전부인 양 생각하는 노인들의 성에 대한 무지(無知)를 깨우치기 위해서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성상담 프로그램이 보다 활성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한 언론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는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많은 49%의 응답자가 박카스 아줌마 등으로 인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면 ‘노년 남성의 성문제 해결을 위한 상담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60대 이상 남성들은 69.2%가 이같이 답해 노인 성상담 프로그램 확충의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
물론 현재도 전국 각 지자체와 노인복지관 등에서 성상담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지만 성상담 제공기관이 아직 미흡하고 전문성도 높지 않은 실정이다.
경남 창원 금강노인복지관 부설 노인성상담센터 소속 상담사들은 지난해 약 7개월간의 전문교육을 받은 뒤 올해부터 현장에 투입돼 노인들의 고충을 들어주고 있다.
대부분이 60세 이상의 노년층인 성상담사들도 교육을 접하기 전에는 성에 대한 편견이 많았으나, 교육을 통해 점차 노년의 성이 부끄럽지 않은 자연현상이라는 점을 깨달았다는 후문이다.
초등학교 교사로 활동하며 학생들의 성문제를 포함해 누구보다 상담을 많이 해왔다는 이혜옥 상담사는 정년퇴임 후 우연히 노인성상담사 교육을 받고 충격에 빠졌다.

▲ 영화‘죽어도 좋아’의 한 장면.

이 상담사는 “그간 노인은 ‘무성(無性)’의 존재인줄 알았으나 실상은 그것이 아니었다”며 “상담을 하다보면 당시 나와 같은 생각을 지닌 노인 분들을 종종 만나는데 그때마다 ‘노인도 성욕이 있다’고 충고해준다”고 설명했다.
성생활에는 생식적이고 유희적이며 관계적인 측면 등 3가지 유형이 있는데, 특히 노인들에게는 관계적인 측면의 성생활이 적절하고 또 필요하다는 것이 이 상담사의 주장이다.
다만 전제조건이 따른다. 자신의 현재 나이를 인지해야 한다는 것.
이 상담사는 “젊은 시절의 체력만 생각하다보면 자칫 심한 자괴감을 느끼고 우울감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북 전주 양지노인복지관 부설 노인성상담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성혜진 상담사는 노인을 대상으로 한 성상담 및 교육을 통해 사회의 잘못된 성 관념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성은 신체접촉을 바라지만 여성은 차를 마시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등 심적 교감을 나누길 원한다”며 “그러나 남녀 어르신 모두 성 관련 교육이 전무하다시피 한 세대이기 때문에 서로 마음 상하는 일이 발생하곤 한다”고 전했다.
이 경우 남녀의 신체 및 정신적 차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서로 상대방을 배려해줘야 한다는 쪽으로 유도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다만 상담사들은 이 같은 노인 대상 성상담 프로그램이 ‘초기 상담’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상담을 실시한 노인들로부터 피드백이 오지 않을 경우 노인들의 성생활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결과를 알 수 없어 지속적인 상담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이 두 상담사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호선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사회복지상담학과 교수(한국노인상담센터장)는 “복지관 등에서 성상담을 받을 경우 다른 사람들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어 부담이 될 것”이라며 “노인 성상담을 활성화하려면 기관들이 직접 찾아가는 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또 “상담 분야도 성상담이라고 직접 내세우기에는 아직 우리 사회가 무르익지 않았기 때문에 일반 상담에 성문제를 포함시켜 상담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본지는 4주에 걸친 ‘당당한 우리들의 성(性) 이야기’ 연재를 통해 노인들의 성문화에 대해 고찰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종묘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노인들의 목소리를 들었고, 그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하는 박카스 아줌마를 만날 수 있었다. 만남 주선 프로그램을 통해 행복한 일상과 건강한 성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커플의 이야기를 전했으며, 콜라텍이 노인들의 새로운 만남의 장으로 변모하고 있는 현장도 포착할 수 있었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성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한 결과에 따르면 노인들은 성기능(22.6%)과 부부성갈등(18.9%), 이성교제(13.1%) 등에 대해 주로 상담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충동(5.8%), 자위행위(4.4%), 재혼(3.3%), 약물문제(2.0%), 성매매(0.7%) 등도 눈에 띈다.
그만큼 노인들은 나이가 들어도 이성교제를 원하고, 정상적인 성생활을 갈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단지 우리 사회가 이를 외면했을 뿐이다.
노인들의 성욕을 ‘주책’으로 치부하던 시대는 갔다. 노인들도 당당히 성을 이야기하고, 성생활을 즐기며 이른바 ‘100세시대’를 맞이할 권리가 있다는 뜻이다.
노인 성문제 전문가들은 말한다.
“노인들의 성에 대한 관심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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