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순수, 변화무쌍한 아름다움이 예술로
물의 순수, 변화무쌍한 아름다움이 예술로
  • 김지나 기자
  • 승인 2014.08.22 11:35
  • 호수 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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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er_천진난만’展, 10월 26일까지
▲ 김 연,‘빛으로의 여행’. 사진=소마미술관

물‧얼음‧안개 등 다양한 물의 이미지 차용… 조각‧설치 등 40여점 전시
놀랍고 기발한 표현… 작가가 숨겨놓은 의도 찾아내는 재미도


현대미술작가 22인의 ‘물’을 주제로 한 작품 40여 점을 소개하는 전시 ‘워터(Water)_천진난만’이 8월 15일부터 서울 송파구 소마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다양한 형태와 특성, 철학적 의미 등 물이 가진 다양한 모습을 예술로 형상화했다.
올림픽 공원 안에 위치한 소마미술관은 서울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해 2004년 개관한 이래 ‘반고흐에서 피카소까지’ ‘팝아트 슈퍼스타 키스해링’ 등 다양한 예술 전시를 개최하고 있다.

전시는 크게 5가지 테마, 1전시실 ‘비춰보기’, 2전시실 ‘얼음깨기’, 3전시실 ‘천진난만’, 4전시실 ‘워터리즘’, 야외 ‘워터토피아’로 구성했다.
물의 ‘비침’ 속성을 표현한 작품이 전시된 1전시실과 물과 얼음, 수증기로 변하는 물의 가변성을 활용해 변화무쌍한 세계의 모습을 담은 2전시실은 물 자체의 순수성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특히 김 연 작가의 ‘빛으로의 여행’ 연작은 스테인리스 금속 재료를 통해 물과 빛의 조합을 아름답게 그려냈다. 스테인리스 금속을 배의 형상으로 만들어 벽면에 붙이고 배의 윗면을 구겨놓아 빛이 벽에 반사된다. 이 모습은 마치 관객이 물 위에서 흔들거리는 배를 타고 물 표면에 반사된 빛의 편린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또 표면을 일그러뜨린 스테인리스 원판에 배의 형상을 붙여 놓은 작품은 마치 망망대해에 배가 표류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사실 원판은 거울을 상징한다. 관람객은 작품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구겨진 표면에 비친, 일그러지거나 조각난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게 되는데, 이는 시간이 갈수록 순수함을 잃어가는 인간의 모습을 상징한다.
넘실대는 파도를 직접 촬영하여 여덟 개 조각으로 나누어 렌티큘러(각도에 따라 이미지가 변하게 하는 기법)로 만든 다음, 직각으로 세운 거울에 비추게 한 하원 작가의 ‘파도’도 인상적이다. 끝없이 확장되는 물을 표현한 이 작품은 천천히 걸어가며 감상해야 시시각각 변하는 파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3전시실에서는 ‘천진난만’이란 부제에 어울리는 동화와 비누방울 등의 소재가 등장한다. 이용제 작가의 ‘비누방울-동화’ 연작은 ‘엄지공주’ ‘라푼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의 주인공들이 작품 속에 등장한다. 촉촉하고 싱그러운 색감과 비누방울 안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듯한 영롱한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근심 없던 유년을 떠올리게 한다.
‘워터리즘’이란 부제를 가진 4전시실은 앞의 전시보다는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관람객의 발걸음을 늦춘다.
밤하늘 아래 빛나는 설산을 그린 듯 보이는 송창애 작가의 ‘물풍경’은 작업 과정이 독특하다. 우선 흑연으로 장지(두껍고 질기며 질감은 한지와 비슷함)를 까맣게 칠한다. 그 다음 공기 압축기로 물을 분사하여 흑연을 지워나간다. 처음엔 세밀한 수묵화나 추상화처럼 다가오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물이 흘러내린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어 물의 역동성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로 물을 표현한 셈이다.

▲ 이기봉,‘기억의 뒤편’.

이기봉 작가의 ‘기억의 뒤편’ 역시 묵직한 수묵화를 연상시키지만 이 작품은 ‘안개’를 담았다. 일반 캔버스에 작업을 하고 아크릴을 덧씌워 거리감을 주고 몽환적인 분위기도 함께 연출했다.
이번 전시의 큰 특징은 ‘물’이라는 공통 주제를 가졌음에도 재료, 표현 방식과 발상이 자유롭고 다채롭다는 점이다. 또 각 전시실마다 작품별로 공간을 두어 공감각적 감상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사운드만으로 얼음의 역동성을 표현한 작품부터 실제 생수통을 쌓아 우물을 만들고 생수통에 가습기를 연결해 수증기를 뿜어내도록 한 작품까지, 평소 전시를 즐겨 찾는 관객일지라도 다른 대규모 전시에서 맛볼 수 없는 신선함을 경험할 수 있다.

▲ 김창겸,‘물 그림자-사계절’.

단, 작가가 숨겨놓은 반전의 의미를 찾아내는 것은 관람객의 몫이다. 영락없는 돌 수조에 고인 물. 그 위로 펼쳐지는 사계의 이미지와 돌을 던질 때 들리는 파열음까지 실제 녹화‧녹음한 것이어서 물이 더욱 실제처럼 보인다. 하지만 수조는 진짜 돌로 만든 것이 아니고 그렇게 출렁이던 물도 진짜 물이 아니다. 작가는 인간이 지각하는 세상과 실재하는 세상이 불일치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밖에 야외에는 미디어를 활용한 백남준의 ‘올림픽 레이저 워터스크린 2001’, 안종연 작가의 ‘빛의 영혼’ 등이 설치돼 있다. 백남준의 ‘올림픽 레이저 워터스크린 2001’(저녁 7시부터 40분간 운영)은 어둠 속 분수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과 수증기를 스크린으로 하고 수막에 레이저 빛을 반사시켜 오륜마크와 태극기의 4괘를 그려낸다. 이 작품은 소마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으로 이번 전시가 끝나도 감상이 가능하다.
야외 경사진 통로에 매달린 ‘상어’(김창환)는 스테인리스 철사로 만들었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하늘이 바다가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상어가 하늘을 유영하는 것 같기도 하다. 전시는 10월 26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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