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의 떨림‧숨소리까지 생생… 소극장만의 감동
아리아의 떨림‧숨소리까지 생생… 소극장만의 감동
  • 김지나 기자
  • 승인 2014.08.29 14:19
  • 호수 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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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9월 20일까지
▲ 충무아트홀서 열리는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의 개막작 ‘피가로의 결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신데렐라’등 5개 작품 공연
막간 ‘유행어 대사’로 웃음 유발… 관객과의 소통 시도

서로를 사랑하는 피가로와 수잔나. 수잔나를 탐하는 백작과 그런 백작에게 상처 받는 백작부인의 애절함이 아름다운 선율의 아리아로 울려 퍼지고 라이브로 연주되는 음악에 맞춰 주인공은 연기와 노래를 소화한다.
그런데 2막으로 넘어가는 찰나 수잔나가 “피가로, 여기 이것 좀 도와줘” “무대 감독님도 어서 도와주세요”라며 무대에서 사용할 장치를 직접 끌고 나온다. 인터미션(막간 휴식시간) 후에 이어진 극에서는 중간 중간 ‘으리’ ‘2000만원 대출에 1억 5000만원 이자’ 등 유행어와 현대적 각색을 거친 대사가 등장해 관객의 웃음을 유발한다.
무대와 음악, 성악과 연기 등 다양한 예술 요소가 접목되어 ‘종합 음악예술’이라 불리는 오페라를 좀 더 가까이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올해로 16년째를 맞는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를 통해서다.
서울 충무아트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는 대중들에게 오페라를 보다 널리 알리고 더 친숙한 예술로 인식시키기 위해 1999년 발족됐다.
올해는 개막작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8월21~23일)을 시작으로 롯시니의 ‘신데렐라’(8월29~31일), 바로크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9월4~6일), 작곡가 공석준의 창작오페라 ‘결혼’(9월18~20일)과 이탈리아 오페라 작곡가 푸치니의 ‘쟌니스키키’를 번안한 ‘김중달의 유언’(9월18~20일)이 무대에 오른다.
서울오페라앙상블 예술감독이자 축제를 주관하는 장수동 이사장은 “한국오페라는 60년 역사 동안 괄목할 성장을 했지만, 외형적인 대형무대에만 치우친 공연으로 대중과 소통이 어려웠다”며 “축제에서는 관객에게 보다 다가서는 오페라로 대중과 소통하는, 뮤지컬보다 재미있는 오페라를 선보인다”고 말했다.
개막작 ‘피가로의 결혼’에서 막간에 각색한 한국어 대사를 넣은 것도 관객과 소통의 일환으로 작용한다.
사실 고전주의 시대 오페라는 실내나 정원에서 하는 소규모 오페라가 많았다. 현대로 넘어오면서 대형무대가 일반화되었고 오케스트라 규모도 커졌다. 대형 오페라극을 주로 올리는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은 2200석을 갖춘 대규모 극장이다.
그에 비해 이번 축제가 열리는 충무아트홀은 300여석 규모로 무대를 보다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다. 대규모 공연장에서 성악을 살리기 위해 무대보다 아래에 위치하는 오케스트라 피트(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장소)도 같은 높이에서 양 옆이나 뒤로 위치한다. 지휘자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으며 성악으로 깊이 있는 울림을 전하는 성악가의 땀방울이 조명에 빛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각자의 대사를 하면서 조화되는 아리아가 객석을 가득 메워 감동을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시시각각 최고의 음악으로 변하는 목소리와 그 떨림까지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감상의 묘미다.
오페라의 곡에 더 집중하기 위해서는 작품의 줄거리를 미리 알고 가는 것도 도움이 된다.
축제 두 번째로 무대에 오르는 작품인 ‘신데렐라’는 이탈리아의 작곡가 죠아키노 롯시니가 작곡한 2막의 희극 오페라로 시놉시스는 우리가 알고 있는 동화와 비슷하지만 오페라 대본에는 유리구두가 아닌 팔찌로, 요술이 아닌 왕자가 신분을 바꿔 등장하는 것이 다르다.
특히 반투명 막 뒤에서 들려오는 밝고 아름다운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위트 있는 장치는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예정이다.

▲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관객들은 소극장에서 오페라 공연을 좀 더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다.

서울오페라앙상블이 선보이는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는 고대 그리스신화의 비극을 한국적으로 재해석했다.
아내를 잃은 오르페오가 무덤 앞에서 탄식의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고 사랑의 신 아모르가 나타나 노래로 하늘을 감동시킨다면 죽은 아내가 살아날 수 있다고 제안한다. 그러나 절대 그녀를 돌아보지 말라는 조건을 어기고 마는 오르페오. 이번 무대에서는 죽은 아내 에우리디체를 구하러 지옥으로 갔던 오르페오가 서울의 지하철에 나타나는 것으로 다시 그려진다.
이밖에 빈털터리 남자가 시한부로 부자가 되어 행복을 꿈꾸는 내용의 ‘결혼’과 결혼을 앞둔 딸을 위해 땅투기로 부자가 됐지만 갑자기 죽은 김중달로 변장하는 아버지의 이야기 ‘김중달의 유언’이 이어서 무대에 오른다.
예매 등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cmah.or.kr)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축제의 부대행사로 9월 12일에는 ‘한국 오페라, 길 위에서 묻다’ 세미나를 개최한다.
김지나 기자 jina@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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