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老年)은 축복(祝福)이다
노년(老年)은 축복(祝福)이다
  • super
  • 승인 2006.08.25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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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창태 시사저절 사장

인간은 누구나 늙기 마련이다. 늙음은 세월과 함께 오는 필연의 결과다. 늙음을 거부하고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절대로 있을 수가 없다. 아무리 의료기술이 발달한다 해도 노화라는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방도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늙음을 정면으로 받아드릴 각오를 하고 자기 나름의 대처와 준비를 하는 것이 후회 없는 현명한 삶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늙음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늙어간다고 말하면 모두가 심신의 노쇠(老衰)를 생각한다. 그러나 ‘老’라는 글자는 ‘익숙하다’ ‘노련하다’ ‘덕이 높다’라는 뜻을 함께 포함하고 있다. 경험을 많이 쌓고 세상사에 통달한 사람을 노수(老手)라고 부른다.

 

노작가(老作家), 노교수(老敎授), 노병(老兵)이 모두 그렇게 생겨난 말이다. 중국에서 좋은 술로 손꼽히는 소흥주(紹興酒)도 노주(老酒)라고 부른다.

 

고량주 가운데서도 최고급품은 노백주(老白酒)다. 몇 대를 이어온 유명한 가게는 노포라고 말한다. 노포에서 파는 물건은 고객들이 안심하고 산다. 색깔도 마찬가지다. 붉은 색 가운데 진짜 붉은 진홍색은 노홍(老紅)이라 부르고, 푸른색도 진록색은 노록(老綠)이라 한다. 늙는다는 것을 결코 쇠퇴와 동의어로 받아드릴 이유가 없다. 늙음 그 자체에는 실로 엄청난 메리트(가치)가 있다.

 

인생의 깊이, 세상의 이치, 학문의 묘미(妙味)도 나이가 들면 들수록 제대로 알게 된다. 인생을 차(茶)물에 비유하기도 한다. 좋은 차를 마셔보면 첫 탕에는 차 성분 가운데 당분(糖分)이 먼저 우러난다. 그래서 첫 탕은 감미롭다. 두 번, 세 번 우려내면 타닌과 카페인이 우러나면서 텁텁하고 약간은 쓴맛까지 난다. 맛 가운데 가장 고급스런 맛이 쓴맛이다. 커피도 제대로 마시는 사람은 ‘블랙’으로 마신다. 말도 좋은 말은 고언(苦言)이다.

 

달콤한 감언(甘言)은 미숙한 어린이나 젊은이가 좋아하지만 감언에 넘어가는 사람은 덜 익고 어리석다는 증거다. 텁텁하고 쓴맛, 차물을 세 번 정도 우려낸 후(三煎)에라야 이런 깊이 있는 맛이 나온다. 인생으로 말하면 50살을 넘지 않으면 나지 않는 맛이다.

 

춘추전국시대의 유학자 거백옥은 ‘行年五十而知 四十九年非’라고 말했다. 나이 50이 돼서야 그때까지 살아온 49년 동안의 잘못을 깨달았다는 뜻이다. 이것을 ‘지비(知非)’라고 한다. ‘지비(知非)’는 곧 ‘지명(知命)’, 즉 사람이 자기 나름의 천명과 분수를 깨닫게 된다는 의미다. 공자(孔子)도 ‘五十而 知天命’이라 했다. 이렇게 볼 때 늙는다는 것을 오히려 즐겁고 뜻있는 축복으로 받아 드려야 하지 않겠는가.

 

일본의 사또세이주(佐藤正忠)라는 학자는 「65세부터가 즐겁다」라는 책을 써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는 65세란 나이가 버려지는 나이가 아니라 음미하면 음미할수록 보람 있는 삶이 새롭게 시작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자신의 경험을 통해 가르쳐 주고 있다.

 

육군대장 출신으로 보건사회부 장관을 역임하고 최근 대한노인회 회장으로 재선된 안필준 박사도 「55세부터 꿀맛 人生이어라」라는 책을 써서 노년의 인생을 즐겁고 창조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해 주고 있다.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늙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노인이라고 규정해 버리고 의기소침해 질 때 육체도 정신도 쇠잔해 진다.

 

‘나는 늙은이가 아니다’라는 의식을 가진 사람은 나이를 먹어간다는 사실을 잊고 산다. 그래서 희망과 자신감을 잃지 않고 생을 활기차게 살아간다. 당연히 몸과 마음이 건강해질 수밖에 없다. 희망과 자신감은 죽는 순간까지도 삶을 행복하게 만든다.

 

최근 의학계는 게놈지도 완성으로 혁명적인 시대를 맞고 있다. 이제 우리도 100세 시대를 살게 된 것이다. 아름답고 건강하게 그리고 멋있게 사는 것은 우리 모두 마음의 자세에 달린 스스로의 몫이다.

 

희망, 용기, 기쁜 마음 그리고 봉사의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꾸어 나간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언제까지나 영원한 청춘의 소유자가 될 수 있다.

 

‘아름다운 젊은이들은 자연의 우발적인 산물이지만 아름다운 노인들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예술작품이다.’ - 에레나 루즈벨트 여사(미국 제 32대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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