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근의‘공간’사옥, 현대미술 공간으로 재탄생
김수근의‘공간’사옥, 현대미술 공간으로 재탄생
  • 김지나 기자
  • 승인 2014.09.05 14:50
  • 호수 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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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 개관전 열려
▲ 김수근의 공간 사옥이 미술관‘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로 재탄생 했다. 사진 오른쪽에 강형구의‘놀라고 있는 워홀’이 보인다.

세계적 콜렉터 김창일 회장이 매입해 새단장… 소장 작품 96점 선봬
낮은 천장‧나선형 계단 등 최대한 보존… 공간과 작품 조화로 감상 폭 넓혀

대한민국 현대 건축 1세대로 불리는 건축가 김수근의 건축사무소였던 공간 사옥이 미술관으로 재탄생했다. 등록문화재 제586호인 공간 사옥은 현대건축의 상징으로 불리며 유지돼 오다 지난해 1월 사옥 소유주인 공간 그룹이 부도나면서 아라리오 갤러리에 매각됐다.
미국의 유명 미술잡지 ‘아트뉴스’가 선정한 세계 200대 컬렉터에 이름을 올린 김창일 아라리오 회장은 이곳을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로 새 단장하고 지난 9월 1일 첫 전시 ‘리얼리(Really)?’를 개막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김 회장이 35년간 모은 작품 3700여점 중에서 국내외 유명 현대미술가 43명의 작품 96점을 선보인다. 특정 인물이나 주제에 국한하지 않고 한국, 미국, 독일, 인도 등 다양한 국적의 작가와 설치, 미디어, 조각, 회화 등 폭넓은 분야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관람객은 입구부터 5층까지 나선형 계단을 오르며 층층마다 전시된 작품을 감상하는데 올라가면서 절반을, 내려오면서 다시 절반을 감상하도록 구성했다. 오르면서는 권오상, 강형구, 백남준, 바바라 크루거, 신디 셔먼을, 내려오면서는 아이작 줄리앙, 키스 해링, 요르그 임멘도르프, 마크 퀸, 피에르 위그 등을 만난다.
휴먼 스케일(인간의 체격을 기준으로 한 척도)을 적용한 공간 사옥은 천장이 낮아 미술품을 전시하는데 어려움이 있지만 공간은 최대한 그대로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검은 벽돌과 담쟁이로 둘러싸인 외벽과 갈라지고 곰팡이가 핀 내부 벽과 벗겨진 바닥, 책장과 원형 계단, 여러 공간으로 넘나드는 문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
작가가 실제 자신의 피 4.5리터를 재료로 사용해 자신의 두상을 만든 마크 퀸의 ‘셀프’나 캔버스가 아닌 알루미늄에 스크래치를 내서 극사실적으로 표현해 독특한 질감을 느낄 수 있는 강형구의 ‘놀라고 있는 워홀’, 거리 미술을 예술로 끌어올렸다는 평을 듣는 키스 해링의 작품 등이 먼저 눈에 띈다.
중간이 빈 박스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에 음악에 따라 변하는 빛을 비추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피에르 위그의 ‘반짝임 탐험 ; 제2막’이나 청동으로 본 뜬 람보르기니에 노란색 아크릴 물감을 칠한 권오상의 ‘더 스컬프쳐 II’, 인도의 급격한 경제 발전에 따라 도시로 몰리는 인도인의 현실을 잘라낸 택시와 상판에 올린 짐 꾸러미로 표현한 수보드 굽타의 ‘모든 것은 내면에 있다’ 등은 공간과의 매치도 엿보인다.

▲ 수보드 굽타‘모든 것은 내면에 있다’.

특히 ‘반짝임 탐험 ; 제2막’은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사물놀이가 공연됐던 곳으로 유명한 사옥내 소극장 ‘공간사랑’에 전시됐는데, 작품과 관객 사이의 공간이 넓고 그 공간을 채우면서 울리는 음악이 조화돼 감상에 몰입을 더했다.
이밖에 바닥에 깔린 나뭇잎을 밟으며 감상할 수 있는 베럴딘 하비에르의 ‘시간을 엮는 자들’이나 김수근의 직무실로 사용됐던 공간에 전시된 요르그 임멘도르프의 ‘식료품 저장고’, 코헤이 나와의 ‘픽셀 더블 디어’ 등의 작품도 인상적이다. 코헤이 나와는 박제된 사슴에 크고 작은 크리스털을 붙여 사슴의 일부를 생략하거나 극대화해 인간의 불완전한 지각과정을 표현했다.

▲ 코헤이 나와‘픽셀 더블 디어’.

다른 전시와는 달리 작품을 보호하기 위해 최소 접근 거리를 표시한 라인이 없고 대신 다른 곳에 비해 안내자가 많다는 점도 특징이다. 공간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 바닥 등에 라인을 붙이지 않고 ‘머리 조심’ 같은 안내 푯말을 설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내자들은 관람객이 이동할 때마다 직접 “머리를 조심하라” “낙엽을 밟으며 감상해도 된다”는 등의 설명을 해주며 관람을 돕는다.
낮고 좁은 공간을 오가며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대신 ‘한 공간에 한 작품’이라는 원칙으로 작품을 배열하고 평소 보기 힘든 현대미술 작품을 엄선해 전시했다. 지나온 시간을 고스란히 간직한 낡은 벽과 바닥을 따라 미로처럼 연결된 20여개의 작은 방을 지나다보면 원 건축물이 주는 공간감과 감각적인 현대미술의 감동이 동시에 느껴진다.
공간 사옥 바로 옆에 지어진 유리 신사옥과 한옥은 식당과 카페, 베이커리 등으로 개장해 관람객의 휴식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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