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대책위원회 직책이 낯설다
세월호 참사 대책위원회 직책이 낯설다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4.09.19 10:49
  • 호수 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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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시원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한 말이 그렇다. 박 대통령은 9월 16일, “세월호 진상조사위에 수사·기소권을 주자는 건 삼권분립과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로 대통령으로서 할 수 없고 결단을 내릴 사안도 아니다”고 말했다. 세월호 유가족이 두 달 넘게 광화문광장에서 단식농성하며 요구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박 대통령은 이와 함께 파행 중인 국회에 대해서도 “세비를 반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연하고도 진작 나왔어야 할 말이다.
9월17일 새벽, 서울 여의도에서 벌어진 대리기사 집단폭행 사고. 김현 새정치연합의원을 비롯 대여섯명의 남자들은 태도가 공손하지 않다는 이유로 대리기사를 발로 밟고 옆구리를 주먹으로 때리는 등 집단구타를 가했다. 이들은 또, 싸움을 말리며 경찰에 신고한 시민에게 “신고했어? 너 내가 누군 줄 아느냐”며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이들은 다음날 세월호 참사 대책위원회 집행부 간부로 알려졌다. 대책위원회는 바로 집행부 전원 사퇴를 발표했다.
머리가 갸우뚱해지는 부분이 있다. 이들의 직책이다. 유족과 대책위원회 직책, 두 가지가 어울리지 않기도 하지만 직책명은 더욱 낯설다. 폭행사건에 연루된 이들과 나머지 집행부 임원의 이름과 직책을 보자. 김병권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장, 김형기 수석부위원장, 유경근 대변인, 전명선 진상규명분과 부위원장, 한상철 대외협력분과 부위원장, 정성욱 진도지원분과 부위원장, 유병화 심리치료분과 부위원장.
유가족 조직 같지가 않고 대규모 촛불시위 때마다 보았던 전문시위단체의 그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타협과 배려는 아예 없고 오직 선동과 구호, 불법과 폭력으로 자기 목적을 일방적으로 쟁취하려는 이들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듯하다. 무엇을 위한 조직인가. 자식을 잃은 비통한 유가족들의 단체라고 보기엔 정서적으로 와 닿지 않는다.
문재인 의원의 동조단식으로 유명해진 ‘유진아빠’의 행동 역시 순수한 유가족의 차원을 넘어선 듯하다. 그는 광화문광장 천막에서 40여일 단식을 했고, 그 와중에 한국을 찾은 교황에게 다가가 메모지를 전달했다. 눈치만 보고 우왕좌왕하는 새정치연합 간부들에게 ‘국회로 돌아가라’는 등 마치 당 대표처럼 군림하는 모습도 보였다. 1인 병실에서 누워 진보성향의 신문들과 선별적 인터뷰를 하는 등 일반 시민이나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하기 힘든 행동을 보이고 있다. 누가 그를 그렇게 만들었나. 아니나 다를까, 그가 금속노조원으로 몸에 밴 투쟁 매뉴얼대로 하고 있다는 신문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의 순수성은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이들은 현재 법원에서 세월호 사태의 진상을 파헤치는 재판이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진상 규명을 외치며 대통령과의 면담을 주장하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납득이 가지 않는 건 이들의 의문사항이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물어봐도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는다. 세월호 침몰 원인은 유병언 일가의 탐욕으로 인한 화물과적과 선박불법구조변경, 평형수부족, 운항미숙 때문이고, 300여명이 숨진 이유는 무능한 해경 탓이며, 그에 대한 벌로 해경이 해체된다는 것도 세상에 다 알려졌다. 더 이상 무슨 진상을 규명하자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 시점에서 가장 안타까운 건 세월호 사태가 대한민국을 속으로 병들게 하면 안 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당당하게 얘기하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이다. 박근혜 정부는 물론 여야는 앞으로 세월호 참사 대책위원회에 끌려다니는 물렁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박 대통령은 이번 발언을 계기로 원칙에 입각해 법과 공권력을 정상적으로 작동시켜 국가를 만만히 보며 법과 상식을 넘는 요구를 해오는 고질적인 악습을 뿌리 뽑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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