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행자를 찾아서] 김일화 씨(대구 달성군 옥포면 교항리)
[효행자를 찾아서] 김일화 씨(대구 달성군 옥포면 교항리)
  • 관리자
  • 승인 2007.04.14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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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 아들 저세상 보내면서도 시부모 병구완

뇌종양에 걸려 사경을 헤매고 있는 아들을 뒤로한 채 노환으로 거동조차 못하는 시아버지, 치매를 앓고 있는 시어머니를 차례로 병구완 한 효부가 있어 큰 귀감이 되고 있다.


효행의 주인공은 대구 달성군 옥포면 교항리에 살고 있는 김일화(47)씨. 김씨는 1984년 청도 김씨 가문의 종손인 농부 김길손씨와 결혼했다. 농사일이 다소 힘들었지만 김씨는 자식을 낳고, 노시부모님과 함께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며 자그마한 행복을 누려갔다.


그러나 장남 선호가 11살이 되던 해, 김씨의 행복을 시샘하듯 검은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어린 선호가 뇌종양에 걸려 투병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이때부터 김씨는 아들의 병간호와 시부모 봉양, 농사일과 가사 등 1인4역의 고된 나날을 보내야 했다.

 


설상가상, 고령의 시아버지가 노환으로 거동을 못하게 되자 그녀는 아들 병간호는 뒤로 미룬 채 시아버지 병환에 좋다는 약과 음식을 해 드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등 혼신의 힘을 다해 효도했다.


이렇게 시아버지를 수발하던 중 아들 선호가 어린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1999년 1월, 아들보다 더 정성을 바쳐 병간호했던 시아버지마저 힘없이 세상을 등져 김씨의 가슴을 한없이 아프게 했다.


그러나 김씨는 슬픔에 빠져 있을 수만은 없었다. 어린 자녀와 노쇠한 시어머니를 공양키 위해 특용작물을 재배하는 등 연이은 불행 속에서도 행복을 찾기 위해 매사를 적극적으로 살아갔다.


어느 정도 가정이 안정되자 이번에는 시어머니가 치매증상을 보이기 시작해 새로운 고난이 닥쳐왔다.


시어머니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휴지, 담배꽁초 등 온갖 쓰레기를 주워와 집안을 온통 쓰레기장으로 만들며 잔소리를 퍼부었고, 때로는 소식도 없이 사라져 가족들의 애간장을 태우게 했다.


그러나 천성이 부지런하고 효심 깊은 김씨는 시어머니의 어린애 같은 행동에도 불구하고 결코 번거롭게 생각하거나 짜증내는 일 없이 매일 목욕을 시켜드리는 것은 물론 항상 깨끗한 옷을 입혀드리는 등 효성을 다했다.


이웃들은 “효자 3년이란 말이 있듯이 투병 중인 사람에게 장시간 효도하기가 어려운 법인데 아들을 저세상으로 보내면서도 한결같이 시부모 양친에게 효성을 바치는 것을 보면 고개가 저절로 숙여 진다”며 “젊은 김씨에게 배울 것이 너무 많다”고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김씨는 “아들이 몹쓸 병에 걸려 세상을 떠날 때는 억장이 무너지는 마음이었으나 이미 저세상으로 간 아들생각에만 젖어 있으면 늙으신 시부모님은 누가 보살피겠느냐”고 반문하며, “크게 자랑할 일도 아닌데 주변에서 너무 칭찬하는 것 같다”고 겸손했다.


이어 “저만 바라보고 계신 치매 걸린 시어머님이 훗날 돌아가시더라도 후회가 없도록 최선을 다해 모시겠다”고 말했다.


김일화씨의 효행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고, 지난해에는 효행자 시상단체인 보화원으로부터 효행상을 받기도 했다.


이두성 기자 ds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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