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극장가 실화 영화들끼리 한판 대결
하반기 극장가 실화 영화들끼리 한판 대결
  • 김지나 기자
  • 승인 2014.10.10 11:52
  • 호수 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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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 황우석 줄기세포 논란 재현… 진실한 언론‧직업윤리 등 메시지
▲ 영화‘나의 독재자’. 연기파 배우 설경구가 남북정상회담 리허설에서 김일성 대역을 맡은‘성근’을 연기한다.

남북정상회담 다룬‘나의 독재자’곧 개봉… 김일성 대역 존재 눈길
‘킬 유어 달링’은 1950년대 미국 저항세대의 실제 이야기 영화화

‘제보자’ ‘나의 독재자’ ‘킬 유어 달링’ 등 실화를 바탕으로 한 국내외 영화들이 잇따라 개봉해 눈길을 끈다.
특히 10월 2일 개봉한 ‘제보자’(감독 임순례)는 개봉 전날 사전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같은 날 개봉하는 국내 영화 ‘슬로우 비디오’와 ‘마담 뺑덕’을 앞질렀고 개봉 후 2주째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며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제보자’는 2005년 있었던 황우석 줄기세포 논란을 배경으로 한 영화로 인간배아줄기세포 논문 조작과 그 의혹을 다뤘던 MBC ‘PD수첩’ 방송 과정을 그렸다.
영화는 이장환 박사(이경영)가 한 대학 강단에서 “생명 윤리를 엄격하게 지키며 인간배아줄기세포 복제에 성공했다”며 강의하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어떤 조직으로든 발달할 수 있는 줄기세포를 이용하면 질병치료의 신세계가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가 온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는 때였다.
그러던 어느 날 PD추적 윤민철 PD(박해일)에게 “복제에 성공한 줄기세포는 만들어진 적이 없다”는 제보가 날아든다. 심민호(유연석)라는 이 제보자는 이장환 박사의 연구팀에서 일했던 연구원으로 이장환 박사에게 논문 조작을 제안 받지만 양심에 찔려 거부를 하고 연구팀에서 뛰쳐나온 인물이다. 그의 딸 역시 난치병에 시달리지만 심민호는 끝까지 양심을 지킨다.
윤민철 PD는 취재를 통해 연구에 필요한 난자가 불법으로 매매되고 논문이 조작됐다는 것을 알아낸다. 낌새를 눈치 챈 이장환 박사는 노련하게 자신에게 유리한 언론플레이를 하고, 이로 인해 윤민철 취재팀은 고초를 겪는다.
국익을 해친다는 이유로 외압을 받고 편집국장과 PD 모두 징계를 받는가 하면 희망에 들떠 있는 국민들은 이장환 박사를 감싸며 방송을 금지하라는 여론을 형성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윤민철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해 방송을 내보내는데 성공한다.
영화는 황우석 사태의 스토리라인을 그대로 따라가지만 난자 불법 매매와 논문 조작이라는 자극적인 스캔들이 주요 내용은 아니다. 수많은 이해관계 속에서 진실이 어떻게 묻히고 왜곡될 수 있는지, 대중은 사실이 아닌 정보에 어떻게 현혹되고 맹목적일 수 있는지 보여주며 그 사이에서 언론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꼬집는다.

▲ 2005년 황우석 사태를 바탕으로 한 영화‘제보자’의 한 장면. 배우 박해일이 시사프로그램 PD역을 맡았다.

영화는 진실을 밝히는 영화에 흔히 삽입될 수 있는 협박과 음모 같은 선정적인 장치를 최대한 배제하는 대신 리얼리티를 살린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고 현실감 있는 연출을 택했다. 연구에 참가한 사람의 DNA를 채취하거나 현실적인 어려움에 처한 제보자를 설득해 인터뷰를 하고 관련 자료를 분석하는 등 실제 방송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빠르고 담백하게 그려냈다.
“국익과 진실 중에서 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세요?”
심민호와 윤민철, 윤민철과 편집국장 사이에서 두 번 등장하는 대사다. 이는 제보자와 제보를 받은 사람 사이에서 갈등하는 ‘양심’과 ‘직업윤리’를 보여주는 동시에 국가와 국민이 주는 기대의 무게로 진실을 가리려 했던 이장환 박사의 내면을 비추는데도 슬며시 작용한다.
이미 조 국 서울대 교수를 비롯해 방송인 손석희, 변호사 정재승, 평론가 진중권 등 유명인사의 관람이 이어지면서 입소문을 타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 상에는 다시금 황우석 박사를 옹호하는 글도 올라오고 있어 한동안 영화에 대한 관심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10월 16일 개봉하는 ‘킬 유어 달링’과 10월 중 개봉을 앞두고 있는 ‘나의 독재자’도 눈길을 끈다.
‘나의 독재자’(감독 이해준)는 1994년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의 최초의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될 뻔했던 당시, 정상회담 리허설을 위한 ‘김일성 대역’이 존재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영화다.
오디션에 합격한 무명 배우 성근(설경구)은 김일성의 말투와 제스처까지 완벽히 재연하며 대역에 몰입한다. 김일성의 죽음으로 정상회담은 무산되지만 여전히 스스로를 김일성이라 믿는 성근. 그런 그를 20년 동안 지켜보는 아들(박해일)은 답답하기만 하다.
이해준 감독은 9월 29일 있었던 제작보고회에서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전에 실제와 같은 리허설을 치렀다는 기사를 봤다. 대한민국에만 유일하게 존재하는 직책으로 회담의 리허설을 전담하고 있는 분이 계셨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며 제작 의도를 전했다.
영화 ‘킬 유어 달링’(감독 존 크로키다스)은 1950년대 중반 뉴욕과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당시 사회와 문화에 저항했던 ‘비트 세대’의 대표 작가인 앨런 긴즈버그(다니엘 레드클리프)와 ‘길 위에서’라는 자전적 소설로 유명한 잭 케루악 등 실제 작가들의 대학시절을 재현했다. 획일적인 사회에 반기를 들며 하나의 문학사조를 만들어낸 작가들과 그들에게 영감을 주었던 매력적인 인물 루시엔 카(데인 드한)의 이야기다.
영화는 1940년대 뉴욕을 재현하기 위해 고층건물의 스카이라인을 가리고 재즈 음악을 삽입해 세련되고 복고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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