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폄하 발언 설훈 의원, 반성의 빛이 안 보인다
노인폄하 발언 설훈 의원, 반성의 빛이 안 보인다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4.10.24 13:50
  • 호수 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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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총장, 문교부·보건사회부·환경처 장관을 지낸 권이혁 씨는 91세이다. 권 전 장관은 요즘도 종로5가에 위치한 개인 사무실에 나가 집필을 하며 공적인 행사 초청에 응하는 등 적극적인 대외활동을 하고 있다. 정원식 전 국무총리는 지난해 4월, 85세의 나이에 인간 심리와 교육과 관련한 ‘청남서집’ 6권(교육과학사)을 한꺼번에 펴내는 등 정신력과 체력을 과시했다. ‘100세 침술가’ 구당 김남수 옹은 서울역 근방에서 변함없이 침·뜸을 놓고 있으며, 우리나라 당뇨병의 최고 권위자 김응진 의사도 93세까지 서울 을지병원에서 환자를 돌봤다.
100세시대를 눈앞에 둔 요즘 이 같은 정력적인 노익장은 더 이상 화제 거리도 아니다. 그런데 새정치연합 설훈(62) 의원이 국감에서 나이를 두고 노인폄하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위원회 위원장인 설 의원은 18일, 국정감사에서 한국관광공사 상임감사로 임명된 자니윤(79·본명 윤종승)에게 “쉬어야지 왜 일을 하려고 하느냐, 정년 제도가 왜 있나, 연세가 많으면 판단력이 떨어져 쉬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니윤은 관록 있는 코미디언답게 재치 있게 응수했다. 그는 “그리 느끼는 거야 위원장님 권리지만 최근 제 신체 나이가 64세로 검사에서 나왔다. 위원장님보다 팔굽혀펴기도 더 많이 하고 옆차기, 돌려차기도 한다. 먹는 약도 하나도 없다”고 대답한 것이다.
이 사실이 보도되자 노인들이 발끈했다. 대한노인회 춘천시지회는 10월 22일 성명서를 내고 “노인들은 나라 발전과 후대를 위해 가난과 어려움의 고통을 참아가며 살아왔는데 설훈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망언이다. 새정치연합은 노인폄하 발언을 한 발언자를 엄중처벌하고 공개사과와 재발방지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력하게 항의했다.
그런데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작 설훈 의원은 23일 현재까지 사과의 뜻이나 반성의 빛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왜들 그러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설훈 의원은 22일 “뭐가 잘못됐나,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 그날 발언 속기록 내용을 신문에 광고 낼까 생각한다”고까지 말했다.
설훈 의원은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불법자금 20만 달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가 허위사실 유포죄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로 인해 피선거권이 10년간 제한됐으나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의해 사면복권 됐다. 지난달에는 국회 공식 회의석상에서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과 관련 “나는 대통령이 연애했다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본다. 안했다고 생각한다”며 우회적으로 박 대통령의 사생활문제를 언급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함량 부족의 자질을 가진 그가 국회의원이 된 건 순전히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은덕 때문이다. 고려대 재학 중 김대중내란음모사건으로 투옥됐다가 풀려난 후 김 전 대통령의 평민당 총재 시절 비서관으로 정치 출발을 했던 것이다. 재밌는 점은 정치 스승인 김 전 대통령 역시 대통령직을 수행할 당시 나이가 80에 가까웠다는 사실이다.
정동영 상임고문 등 새정치연합은 노인을 무시하고 폄하하는 발언으로 뜨거운 맛을 여러 차례 보았으면서도 여전히 망언을 계속하고 있다. 특정한 일과 관련 한두 번의 잘못은 실수이지만 그 이상 계속되는 건 그(노인폄하 및 노인 무시)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저의가 있다는 뜻이다. 아이러니한 건 새정치연합 지도부의 나이도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70세, 박지원 의원이 73세, 정세균 의원이 65세, 문재인 의원도 60세를 넘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성주 의원은 올해 ‘노인의 날’ 기념식에서 “노인복지는 국가가 책임져야할 부분이다. 정부가 경로당 냉난방비를 책정하지 않고 국회에서 예산을 편성하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수년째 벌어지고 있다”며 노인복지에 대한 진정성을 보였다. 설 의원이 김 의원의 반만이라도 닮으려고 노력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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