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무임승차 폐지 불가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 불가
  • 관리자
  • 승인 2007.04.23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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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교통부에 ‘도시철도 무임운송 제도 개선팀’이 발족됐다. 이 팀의 활동 여하에 따라 무임승차 제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그런데 노인, 장애인 등의 지하철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액이 한계점에 달하여 이 팀을 발족시켰다고 보는 문제의식이 수상하다.


지하철이 그동안 적자 운영을 해왔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KTX 30%, 선박 20%, 비행기 10% 등을 할인해주는 데 비하면 분명 지하철은 크게 썼고, 그 탓을 할 만하다. 경영수지 개선책으로 가장 먼저 떠올려볼만한 사항이다.


하지만 그 적자의 원인이 노인과 장애인의 무임승차로 인한 것은 아니다. 일반인이 타는 지하철에 우리 노인과 장애인들이 가볍게 얹혀가는 것이 그렇게 큰 문제인가? 노인이 승차한다고 해서 전기가 더 소비되는 것도 아니고, 객차가 더 필요한 것도 아니다. 지하철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액이 한계점에 달했다는 식의 분석은 문제가 있다.


머리 좋은 전문 경영인, 컨설턴트들이 이 점을 모를 리 없다. 뭔가 고단수의 노림수를 가지고 이렇게 노인 사회를 자극하는 것인가. 옛말에 동쪽에서 아우성을 치고 서쪽으로 쳐들어간다는 말이 있다. 그런가? 지하철 적자운영을 해소하는 데 필요한 국세를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면 떳떳하게 여사여사하여 자금이 필요하다고 말하라.


그렇지 않아도 노인들이 나들이하기 힘든 세상이다. 택시는 비싸고 버스는 노인의 불편한 몸을 별로 고려해주지 않는다. 오직 지하철만이 노인들이 믿고 의지하는 편리한 교통수단이다. 게다가 돈을 들이지도 않으니 얼마나 좋은가.

 

노인들이 믿고 의지한다는 이 일반론적인 평가 한마디만으로도 지하철의 존재 의미가 있다. ‘신이 내린 직장’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거기 종사하는 사람들이 고소득에 안정적인 삶을 향유하는 이유도 결국 이런 평가가 축적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노인과 장애인을 배려하는 공적인 의미가 없다면 사기업처럼 똑같이 경쟁하고, 뼈를 깎는 긴축과 감원도 있어야 한다.


물론 우리는 노인들도 사람이 붐비는 출퇴근시간에는 일터로 오가는 사람들을 위해 될 수 있으면 외출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안다. 제도 운영에 있어서도 모든 노인에게가 아니라 일정 정도의 선별적인 무임승차 기회를 제공하는 등 개선의 여지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노인의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의 좋은 뜻을 훼손하는 어떠한 논의도 반대한다.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는 경로효친의 아름다운 전통을 계승한 제도로 세계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말은 이 경우에도 해당된다. 지금 경영이 어렵다 하지만 앞으로 이것이 우리를 살릴 수도 있다. 많은 나라가 본받고 배워가면서 칭송할 날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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