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금리시대 ‘전세→월세 전환’은 불가피한 현상”
“제로금리시대 ‘전세→월세 전환’은 불가피한 현상”
  • 한성원 기자
  • 승인 2014.11.07 15:24
  • 호수 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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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 전월세 대책’에 왜 전세 대책은 빠졌나
▲ 정부가 10월 30일 전·월세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세입자를 무조건 서민으로 간주하는 시각에서 탈피해 소득계층별로 차별화된 전·월세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정부, 월세 저리 대출 첫 도입… 임대주택 공급도 확대하기로
전문가 “전·월세 대책 소득계층별로 차등화… 서민 집중 지원을”

정부는 지난 10월 30일 월세를 낮은 이자율로 대출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등 전월세 대책을 내놨다. 10·30전월세대책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던 비자발적 월세 가구를 주로 겨냥했다.
정부 정책이 발표되자 시장에서는 “이번 대책의 배경이 전세가격의 급등인데 전세 대책은 빠져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전세가 급등 완화나 전세난 해소를 직접 겨누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전세의 월세 전환’을 자연스럽고 불가피한 현상으로 보고, 인위적으로 개입하지 않겠다는 정책 당국의 판단이 깔려 있다. 전세가의 인상도 ‘제로금리 시대’에 따른 현상으로 보고 있다.
그 대신 이런 변화 속에서 원치 않지만 월세로 전환하게 된 ‘비자발적 월세 거주자’의 주거비 부담이 갑자기 늘지 않도록 지원한다는 것이 대책의 기본 방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세에서 보증부 월세로의 전환 추세는 시장구조 변화에 따른 것인 만큼 인위적 개입은 최소화하려 한다”며 “다만 주거비 부담 증가 등 부작용을 줄이려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는 다음날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발표한 서민 주거비 부담완화방안은 전세의 급격한 월세 전환 현상을 해결하기보다 이를 보완하는 수준의 미시적 대책들”이라며 “서민 주거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늘려야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부동산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이 변화된 주택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전세 세입자=무주택 서민’ 이라는 낡은 등식을 고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월세 대출 최초 도입
이번 대책은 저소득층에 대한 주거비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대표적인 것이 일하는 기초생활수급자나 취업준비생에게 최대 720만원의 2년치 월세를 저리로 대출해주는 방안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세임대주택에 보증부 월세로 사는 세입자들이 주택기금으로부터 보증금을 대출받을 때 적용되는 이율(현행 2%)도 낮춰주기로 했다. 특히 보증금이 적을수록 혜택을 적게 받고 있다고 보고 대출받는 보증금 규모에 따라 이율을 차등화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앞으로 대출금이 2000만원 이하일 때는 연 1.0%, 2000만∼4000만원 이하일 때 1.5%, 4000만원 초과일 때 2.0%의 이율을 적용하기로 했다.월세 납입에 대한 대한주택보증의 보증도 강화된다. 월세가 연체될 위험을 낮추면 월세도 싸지지 않겠느냐는 판단에서다.
월세 대출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저금리 기조 하에서 주택의 월세 전환 속도가 너무 빨라 이번 대책이 어느 정도 완충 역할을 할 수는 있겠지만 큰 효과를 내지는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장·단기적 임대주택 공급 확대
임대주택 공급 확대도 담겼다. 물량 공급으로 전세가 상승 가능성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LH가 사들이거나 전세 계약을 맺어 다시 월세로 임대해주는 매입·전세임대주택을 전·월세 불안지역에 집중 공급하기로 했다.
원래 올해 공급하려던 물량 중 남은 1만4000가구를 11월까지 앞당겨 공급하고, 12월 중 3000가구를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 내년에도 당초보다 1만가구 늘어난 5만가구를 공급한다.
좀 더 장기적으로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한 방안도 있다. 국민·영구임대주택, 10년 건설임대주택, 준공공임대주택은 조례와 관계없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서 허용된 상한선까지 용적률을 허용하기로 했다.
서울시 등 지자체가 법적 상한보다 낮게 운영하고 있는데 무조건 상한까지 올려주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같은 면적의 땅에 임대주택을 더 많이 지을 수 있게 된다.
또한 2017년까지 민간과 공공이 공동 출자한 공공임대리츠(부동산 투자회사)를 통해 공급되는 임대주택은 종전 5만가구에서 6만가구로 1만가구 늘리기로 했다.

◇전세대책 현실을 반영해 마련돼야
11월 5일 공개된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의 아파트 전세금 평균가격(5억 8000만원)이 노원구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2억9300만원)의 2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4~5년간 주택 매매가격이 정체된 가운데 전세금만 급등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는 전셋집에 산다고 해서 반드시 서민이라고 할 수도 없고, 아파트 한 채를 갖고 있더라도 부유층으로 분류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해 준다.
하지만 정부의 현행 부동산 정책과 금융지원, 세제는 전세 입주자를 ‘사회적 약자’로 분류하고 각종 혜택과 지원을 강화하고 있는 틀을 유지하고 있다.
예컨대 저가의 집을 구입하더라도 취득세, 교육세를 내야하고 매년 재산세도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전셋집을 구하면 비록 전세가가 아무리 높더라도 이런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전문가들은 전·월세 대책을 소득 계층별로 구분해서 접근할 것을 주문한다. 정부가 일정액 이상의 ‘고가 전세’와 ‘서민 전세’로 구분해서 전세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정책 기조가 유지되면 계속 오르는 전세금을 감당할 수 없는 중산층 이하 계층만 내몰리는 결과를 유발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따라서 고가 전세는 시장에 맡기되, 금융·세제 혜택 등 각종 지원은 일정 수준 이하의 소득과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의 전·월세만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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