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은 이렇게 살아도 돼?”
“노인들은 이렇게 살아도 돼?”
  • 관리자
  • 승인 2007.04.27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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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하반기에 서울 대학로에서 상연된 독거노인을 소재로 한 연극 한편이 화제를 모았다. 화제가 된 연극은 오재호 극본, 김민호·허회진 공동연출, 조명남 출연의 모노드라마 ‘귀향’이다.

 

독거노인이 무대에 홀로 나와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이야기하는 방식의 연극이다. 필자는 아쉽게도 이 연극을 보지 못했으나, 이를 소개한 언론보도를 보면 한국 노인층의 고독과 비애를 아주 실감나게 묘사한 작품인 것 같다.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가 전하는 연극의 줄거리는 이렇다. 주인공은 낡은 임대 아파트에 사는 가여운 74세의 노인인데, 우선 그 몰골부터가 보는 이의 가슴을 아리게 하는 불쌍한 모습이다. 그의 부인은 25년 전에 고인이 되었고, 상처 한 뒤 두 딸마저 그의 곁을 떠나버려 홀홀 단신이 되었다.

 

딸 둘 중 하나는 미국으로 이민 갔고, 하나는 젊은 나이에 안타깝게도 사망했다. 이런 처지인데다가 거동까지 불편해서 식사도 밖에서 배달해 주는 도시락으로 해결한다. 바깥 내왕이 없다 보니 그의 거소에는 하루 종일 아무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 문자 그대로 고독한 삶이다.


그런데 어느 날 노인 집에 강도가 들어왔다. 칼을 들고 침입한 강도는 돈이라고는 동전 몇 푼 밖에 없는 가난하고 쓸쓸한 집에서 혼자 사는 노인의 모습을 보더니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


“노인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거야 ”


빼앗길 것이 아무 것도 없는 노인은 강도의 칼이 무섭지 않다. 아니 오히려 강도가 반갑다. 말할 사람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무리 연극이라고 하지만 보통 관객이라면 이런 딱한 노인의 이야기 앞에 측은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노인에게 미국에 간 큰딸이 17년 만에 한국에 온다는 연락을 해왔다. 딸이 온다는 흥분과 기대감에 노인은 잠을 못 이루었고, 사랑하는 딸에게 된장찌개를 끓여주고 싶어 분주해 진다.

 

그런데 딸은 어릴 때 이런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엄격하고 무섭게만 보이는 그의 곁을 떠나려고만 했다. 연극은 이런 부녀간의 이야기를 포함한 노인 가족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노인과 세상을 떠난 그의 부인이, 그리고 노인과 그의 딸들이 함께 살던 시절 가족들끼리 어떻게 서로 상처를 주고받았는지를 차례로 드러낸다.

 

노인의 독백을 통해 가족사가 펼쳐지는 과정에서 그는 감정에 복받쳐 소리를 지르면서 화를 내는가 하면, 때로는 회한에 사로잡혀 눈물을 쏟기도 했다. 이상이 연극의 줄거리다.


이 작품이 관객에게 감동을 준 것은 바로 우리의 현실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전체 가구 중 노인 1명 이상으로 구성된 노인가구 비율은 51.2%이고, 이 가운데서 노인부부가구는 26.6%, 노인독신가구는 24.6%라 한다.

 

노인 10명 중 5명은 노부부 아니면, 독거노인이라는 이야기다. 다시 말해 노인 10명 중 2~3명은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서 살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그들 중 상당수는 극빈자로 지하 단칸방에서 살고 있다. 어떤 사람은 전기사용료를 제때에 납부하지 못해서 한국전력에서 골치를 앓고 있다는 소식이다.


가난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요즘 서울역이나 시청 앞 지하도를 지나다가 보면 유난히 노숙자들이 많이 보인다. 모두가 경제난 때문이지만, 빈익빈·부익부의 양극화가 심화된 탓도 있다. 나라 사정이 이런데, 얼마 전 발표된 국회의원과 각료 등 고위공직자의 작년도 재산변동 상황 신고내용을 보면 대부분이 많은 액수의 재산 증식이 있었다고 한다.

 

그 중에는 소유 부동산의 평가 상승으로 재산이 불어난 경우도 있으나, 어쨌든 가난한 국민들에게는 심한 위화감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나라가 잘 산다는 것은 전체 국민소득이 높다는 의미도 되지만 중산층이 튼튼하다는 의미도 된다.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사회는 아무리 경제의 외형이 크더라도 사회가 불안해지기 마련이다. 정부가 먼저 경제의 덩치를 키워야 가난한 노인을 포함한 빈곤층을 위해 쓸 수 있는 복지예산의 덩치도 커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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