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문제의 본질은 외로움, 가족이 한솥밥 먹으면 해결돼요”
“노인 문제의 본질은 외로움, 가족이 한솥밥 먹으면 해결돼요”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4.11.28 14:07
  • 호수 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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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집에서 부친, 장모와 함께 사는 윤장현 광주시장

30여년 전 안과 개업, 저소득층 노인·아프리카 주민 대상 무료시술 봉사
나주시장 역임한 부친, 저를 ‘큰 사람아’라고 부르며 공직자 자세 가르쳐

유교 경전 ‘大學’에 나오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를 실천하는 이가 있다. 윤장현(65) 광주시장이다. 윤 시장은 가정을 잘 이끌며 시정도 흠 없이 해오고 있다. 윤 시장은 한 집에서 아버지와 장모(94)를 함께 모시고 산다. 부친 윤지혁(91) 어르신은 화순군수·나주시장·광주 부시장 등을 역임했다. 윤 시장은 안과의사이기도 하다. 광주에서 1983년 ‘중앙안과’를 개업해 의술을 폈다. 2003년부터 시장 당선 직전까지 10여년간 지역의 소외된 노인들에게 빛을 찾아주는 등 효와 봉사를 온몸으로 실천하기도 했다.

-어떻게 두 집 어른을 모시게 됐나.
“자식이 부모를 모시는 건 지극히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해요. 주변에서 우리 집을 ‘한 지붕 두 사돈집’이라고 얘기들을 합니다. 장모님은 혼자되신 지 21년째이고 아버님은 14년째입니다. 두 분이 알콩달콩 함께 사시는 것이 벌써 14년째입니다.”

-어떻게 모시나.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두 분께 ‘잘 주무셨습니까’, ‘진지 잡수세요’ 라는 문안인사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온 가족이 밥상에 둘러앉아 서로 안부도 묻고 하지요. 이것이 바로 살림의 공동체라고 생각합니다.”

-살림의 공동체라니?
“살림의 반대는 ‘죽임’이지요 살림의 가장 구체적인 행위가 밥상을 나누는 것이며 그 안에서 어른을 섬기고 아이들을 추스르면서 가정을 살리고 공동체를 살리고 우리의 미래를 살리는 것입니다. 이것이 곧 가정의 참 행복이 아닐까요.”

-함께 외출도 하는지.
“그럼요. 시간이 날 때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아내와 함께 부모님을 모시고 집을 나섭니다. 부모님들이 좋아하세요. 두 분 모두 건강한 편으로 걷는데도 별 무리가 없습니다. 제 취미가 사진촬영이라 늘 카메라를 소지합니다. 부모님들이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것도 즐거움이에요.”

-그래도 함께 지내다보면 불편할 때도 있을 텐데.
“저야 아침 일찍 집을 나왔다 밤늦게 들어가니 불편함을 전혀 못 느끼지만 아내가 부모님을 모시느라 쉴 틈이 없을 겁니다. 그게 늘 미안해요.”

-다른 집에도 권하고 싶은가.
“모든 이들이 그렇겠지만 부모님은 우리가 어디서도 배울 수 없는 삶의 경륜과 지혜를 갖고 계신 분들입니다. 그래서 저는 부모님이 오래 오래 함께 사셨으면 해요.”

-부친에게서 받은 교육이라면.
“지난 6월, 시장 선거에 당선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님이 손으로 직접 쓰신 편지를 주셨어요. 양면 괘지 9장에 당부의 말씀을 담아주셨는데 그 중 공직자들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쓰신 글이 항상 머리에 떠올라요.”

-어떤 내용인가.
“아버님은 늘 저를 ‘큰 사람아’라고 부르십니다. 편지에서도 ‘큰 사람아, 공직자들이 많이 긴장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들은 함께 해야 할 소중한 사람들이다. 리더의 사기를 먹고 온몸을 바치는 사람들임을 잊지 말아라’라고 당부하셨어요.”

-우리나라 상당수 노인들의 삶은 불행하다.
“그렇습니다. 오늘날의 어르신들은 우리나라를 세계 경제 강국으로 만든 주역임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준비하지 못한 채 노후를 맞아 힘겨운 생활을 하고 계십니다. 사회적으로 핵가족화 등 가족제도가 바뀌고,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팽배하면서 주변에 대한 무관심 등으로 노인 빈곤과 자살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어요.”

-해결 방법이라면.
“지방자치단체가 몇 가지 시책으로 해결할 수는 없지만 우리 시는 따뜻한 공동체 정신을 바탕으로 기초연금, 기초수급자 관리 등 기본적인 생활지원을 해드려요. 자살예방센터운영, 결식노인 무료급식, 노인돌봄서비스, 독거노인 안부전화걸기, 응급안전돌보미제도 등을 시민들과 함께 실시하고 있어요.”

윤 시장은 일간지에 ‘윤장현 칼럼’을 연재한 적이 있다. 당시 쓴 글에서 노인문제의 본질에 대한 생각이 읽혀진다.
“심지어 노부모가 외로운 존재로 방치되는 가정도 적지 않다. 노인들에게는 경제적인 문제와 건강이 가장 큰 관심사이지만 속 깊이 헤아려보면 외로움이 가장 본질적인 문제로 자리하고 있다. 초점 잃은 노인들의 눈빛이 우리 주위에 많다면 결코 건강한 사회라 말할 수 없다. 어버이날이나 생신을 챙겨드리는 정도로는 결코 가족이라 말할 수 없다. 가족은 한솥밥을 먹어야 ‘식구’라고 할 수 있다.”

-기초연금 등 복지재원 마련에 힘들다는 말이 나온다.
“맞아요. 노인복지정책은 지방재정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기초연금 등 보편적 복지에 대해서는 재정의 80%를 가지고 있는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주어야 합니다. 다른 시·도와 함께 그 부분을 중앙정부에 적극 건의하고 있어요.”

-광주는 노인이 얼마나 되나.
“우리 시 어르신 인구는 전체 인구 147만여명 대비 15만6800여명(10.6%)으로 고령화 사회에 들어섰어요. 우리는 더불어 살아가는 복지공동체를 구축해나갑니다. 어르신들의 경제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일하기를 희망하는 어르신들에게 자존감 있는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행정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어르신들의 경륜과 전문성을 살린 교육형 일자리 등 5900여개를 새로이 만드는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노인 대상의 무료시술을 해주었다고.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 빛을 찾아주고 세상을 보여주는 것만큼 극적인 일이 또 어디있을까 싶어요. 인술을 펴는데 남녀노소가 따로 없지요.”

윤 시장은 2003년부터 매년 무료진료 및 수술 봉사를 해왔다. 2년 전인 2012년에는 KBS사랑나눔봉사대와 함께 광주·전남의 저소득층 노인 및 독거노인 약 300명에게 무료진료를 했고 이 중 36명의 개안수술도 해주었다.

-외국에서도 봉사활동을 했다는데.
“병원 손길이 닿지 않는 아프리카의 한 마을을 찾아 갔어요. 500명 정도 환자가 저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 중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할머니를 진찰해보니 백내장도 아니고 특별한 이상도 없었어요. 돋보기를 씌워드렸더니 저에게 ‘당신은 작은 예수입니다. 하얀 옷의 천사입니다’고 해요. 그 뒤로 진료가 아니더라도 외국에 나갈 때는 가방에 돋보기와 안약을 꼭 챙기는 버릇이 생겼어요.”

-의사에서 행정가로 변신한 계기는.
“광주는 당당하지 못하고 넉넉하지 못하고 그래서 따듯함마저 엷어졌어요. 심지어 자식들을 위해 본적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이런 아픈 현실이 저를 이끌었어요.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공유하며 보다 따뜻한 온기가 감도는 광주를 꿈꾸며 봉사가 아닌 책임의 길을 가기로 결심했습니다.”

광주 출신의 윤 시장은 광주서중·살레시오고를 나와 조선대 의대를 졸업했다. 30여년 안과의사로 지역에서 이름을 알렸다. 한국YMCA전국연맹 이사장을 지냈다. 광주 전남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등 시민운동에 앞장서기도 했다.

-광주하면 강성 노동조합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렇지 않아요. 기아차 광주공장은 전혀 극렬하지 않아요.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의 종속변수였을 뿐이에요. 지난 추석 때는 기아차 노조가 스스로 자동차 100만대 공약은 지켜져야 한다는 현수막 200개를 광주시내에 내걸었어요. 새누리당 지구당 위원장이 바뀌자 노조가 축하해주러 갔을 정도에요. 새누리당 당사는 원래 노조가 가서 악쓰는데 아니었나요.”

-기업 유치를 위해 근로자 연봉을 4000만원만 받겠다고 해 화제가 됐다.
“연봉 4000만원 정도 받는 공장을 만들려고 해요. 이곳 기아차 근로자 평균 연봉이 8500만원입니다. 중국 공장은 2000만원, 유럽의 스로바키아는 1700만~1800만원 받는다고 해요. 그러니까 계속 외국에 공장을 짓는 겁니다. 우리는 생산성이 높아요. 생각한 게 반값 임금입니다. 지금 현장 근로자 임금을 낮출 수는 없고 제3지대에 이런 산업단지를 만들어 현대·기아차를 부를 겁니다.”

-과연 가능할까.
“된다고 봐요. 광주 대학생들에게 설문해보니 연봉 3500만원 대기업이 소원이라고 해요. 관련된 이들을 설득해야지요.”

-광주의 문화·관광을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호남, 전라도라는 호칭을 ‘남도’로 바꿔보고 싶어요. 일부에서는 전라도나 호남이라면 정치를 먼저 떠올리는 이도 있어요. 하지만 남도는 어떤가요. 먹거리, 인심, 예술 같은 게 떠오를 겁니다. 남도로 이미지를 잡으면 오고 싶은 고장이 되지 않겠나 싶어요.”

윤장현 시장의 시정 운영 핵심은 ‘행복한 가정’이다. 여야 정치인들이 너도나도 ‘민생’이라는 말을 하지만 민생을 위한 일은 곧 우리의 가정과 우리 후손들을 위한 일이라는 것이다. 크게는 국가안보도 우리 사회의 근간인 가정을 큰 울타리로 지켜내는 일이요, 내 집 마련, 전세값 안정, 교육현장의 문제와 반값등록금 등도 결국 우리들의 가정을 안정시키기 위한 중요한 정책으로 귀착된다.
윤 시장은 “경제·사회·교육 등 모든 분야의 위기는 곧바로 가정공동체의 붕괴로 이어진다”며 “가정에서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어른들의 입가에 웃음꽃이 번질 때 미래의 희망이 있고 곧 평안한 국가가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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