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지도층의 ‘甲질’이 나눔과 베풂으로 바뀌어야 한다
사회지도층의 ‘甲질’이 나눔과 베풂으로 바뀌어야 한다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4.12.12 13:39
  • 호수 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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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대기업 회장 아들 C씨(61)가 학창 시절 에피소드를 들려준 적이 있다. C씨는 커닝을 하다 교사에게 들켰다. 교사가 부모를 모시고 오라고 해 밤새 고민했다. C씨는 다음날 교사에게 촌지 봉투를 내밀며 “부모님은 바쁘셔서 못 오시고 대신 이걸 전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물론 부모는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고 촌지는 C씨 용돈의 일부였다. C씨는 “그 날 수업 끝난 후 교무실로 불려가 볼때기에 불나도록 뺨을 맞았다”고 말했다.
세상물정 모르는 부유층 자식의 철없는 행동으로 기자의 뇌리에 오래 남아 있던 얘기다. 최근 ‘땅콩 회항’ 사태를 보는 순간 C씨의 얘기가 떠올랐다. 해외 언론에 조롱거리가 된 이 사건의 내막은 이렇다. 지난 5일 0시 50분 미국 뉴욕 존F 케네디공항에서 인천으로 출발하는 대한항공 K086편 항공기가 토잉카(항공기를 끄는 차)에 의해 활주로 방향으로 약 20m 갔다가 다시 탑승구로 되돌아가는 램프리턴을 했다. 이 비행기는 남자 사무장을 한 명 내려놓은 뒤 다시 출발했다 이 소동으로 비행기는 10분 정도 늦게 출발했다. 출장에서 돌아오기 위해 이 비행기를 타고 있던 조현아(40) 대한항공 부사장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다.
당시 조 부사장은 승무원이 견과류인 마카다미아 봉지를 보이며 ‘드시겠느냐’고 묻자 ‘왜 서비스를 이렇게 하느냐’고 따졌다. 일등석 기내 서비스 매뉴얼에 따르면 비행기가 뜨기 전 승무원은 승객의 의향을 물어본 뒤 승객이 원하면 따로 마카다미아를 종지에 담아 내어오게 돼 있다. 이 과정에서 사무장을 불러 매뉴얼을 보여 달라고 요구했지만 사무장이 태블릿PC에서 상관없는 파일을 여는 등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하자 ‘비행할 준비가 돼 있지 않으니 내려라’라고 고함을 질렀다. 조 부사장의 고함소리는 이코노미 석까지 들릴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조 부사장이 음주 상태라 감정을 조절하지 못했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램프리턴은 항공기나 탑승객에게 이상이 있을 때 가능하다. 위급한 환자가 발생하거나 항공보안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난동 행위를 하는 승객이 있는 경우 등으로 제한된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내 서비스 문제로 램프리턴은 불가능하다. 승무원의 서비스에 문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운항이 끝난 뒤 징계를 하거나 재교육을 통해 해결할 일이었다”고 말했다. 한 누리꾼은 “비행기가 무슨 자가용차냐, 정작 내려야할 사람은 고함치는 등 소란을 피운 조 부사장”이라는 글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조 부사장의 이런 행동은 예견된 일이었다. 대한항공 직원에 따르면 “조 부사장 등 오너 일가가 뜨면 공항이 뒤집힐 정도였다”며 “그분들이 가고나면 항상 누군가 파면을 당하거나 좌천성 인사를 당하곤 했다”고 말했다.
조양호 한진 회장은 조현아 부사장 등 3남매를 두었다. 회사 내에서 이들은 ‘막말 3남매’로 통한다고 한다. 조 부사장은 1999년 미국 코넬대 호텔경영학 학사를 마치고 대한항공 호텔면세사업부에 입사했다. 2006년 대한항공 기내식사업본부 부본부장, 2008년 기내식 기판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대한항공 기내식을 총괄했다. 지난해 5월 하와이에서 쌍둥이를 낳아 원정 출산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아들 조원태 부사장은 2005년 승용차를 운전하다 70대 여성에게 폭언과 폭행을 한 혐의로 입건된 적이 있다. 막내 조현민 전무는 최근 방송에 나와 스스로를 ‘낙하산’이라고 말하는 등 신중치 못한 언행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조 부사장은 부모로부터 삶의 소중한 가치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물질 만능 속에 성장해 남을 배려할 줄 모르고 안하무인의 행동을 저질렀다.
조 부사장은 이 일로 대한항공 부사장직에서 물러났지만 언젠가는 경영에 복귀할 것이다. 그 동안 인격 수양을 하지 않으면 그 후로도 유사한 일이 얼마든지 일어날 것이다. 조 부사장이 회사를 그만두었다고 이 사건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없다. 여전히 앙금은 남았다. 사회 지도층의 못된 ‘甲질’로 인해 선량한 서민은 심각한 정신적·경제적 피해를 입고 있다. 사회지도층의 각성 그리고 없는 이들과 나누며 사는 베풂의 자세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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