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늘린다고 ‘국민통합’ 되진 않아”
“복지 늘린다고 ‘국민통합’ 되진 않아”
  • 조종도 기자
  • 승인 2015.01.09 11:06
  • 호수 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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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

정부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분열 이대로 방치하면 사회적 위기에 무방비

우리나라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계층·노사·이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사회적 균열이 위험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아울러 이대로 방치하면 잠재성장률 저하, 대외경쟁력 약화, 사회격차 확대 등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됐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최근 보건복지포럼 218호를 통해 이러한 ‘국민통합’에 대한 논의를 본격 제기했다.
분단 70년을 마감하고 통일의 길을 열어가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한국 내부의 극심한 분열과 갈등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임에 틀림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을미년 신년사에서 “신뢰와 변화로 북한을 끌어내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통일기반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그 길을 열어가는 데 기반이 되는 것은 국민의 하나 된 마음”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허나 국민통합의 여건은 녹록치 않다. 외환위기 이후 저성장 국면에 들어가면서 경제성장을 통한 통합이 설득력을 잃었고 불평등과 양극화는 분배를 둘러싼 사회적 균열을 불렀다.
국민들이 느끼는 사회갈등의 수준도 심각하다. 대통령 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이하 대통합위)의 2013년 조사결과에 의하면, 국민 4명 중 3명은 계층갈등(74.0%)과 이념갈등(72.7%)이 심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노사갈등(66.7%), 지역갈등(62.2%)에 대한 체감비율도 높았다.

게다가 국민통합을 이끌어갈 추진체인 국가 기관에 대한 신뢰성과 공정성도 바닥 수준이다. 국민들의 정부부처에 대한 신뢰도는 4점 만점에 2.2점, 국회에 대한 신뢰도는 1.9점에 불과했다. 또한 국민의 22.7%만이 국회가 공정하다고 인식했고 사법부(37.3%)와 행정부(47%)도 낙제점이다.
OECD가 2년마다 발간하고 있는 ‘한눈에 보는 사회’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우리나라의 사회통합 지표상 신뢰도는 46.2%로 평균(58.8%)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우리나라의 사회통합 수준은 전체 34개 국가 중 31위에 머물렀다.
정해식 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사회통합 수준이 낮은 국가들의 경우 다양한 사회적 위험이 닥쳤을 때 위기 극복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사실은 지난 20년간 전 세계가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이라며 “따라서 사회적 위험이 도래하기 전에 통합수준을 제고해놓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회통합을 위해서는 먼저 사회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양재진 연세대 교수(행정학)는 “우리가 처한 분배구조의 악화는 노동시장의 이중성(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매우 구조적인 문제로부터 기인하고 있다”면서 “노사정위원회 등 초기업적 기구가 나서 임금격차를 줄이는 노력을 함과 동시에 고용보험과 연금보험의 사각지대를 없애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 교수는 임금가이드라인 정책을 부활하여서라도 정부가 노동시장에서의 소득분배에 개입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또한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방치한 채 복지지출에만 의존하면 막대한 재정문제를 부르고 이는 새로운 갈등을 낳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여유진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국가에 대한 불신은 우려스럽지만, 80% 이상의 국민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긍심을 가지고 있으며(81.4%), 국민의 70% 이상이 여전히 사회이동의 가능성을 믿고 있다(72.1%)는 점에서 여전히 우리 사회는 역동적이고 희망적이다”라고 말했다.
여 연구위원도 국가통합을 위해 정부와 대통합위의 역할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신뢰도와 공정성을 높이는 노력과 함께 정치적·정책적으로 국민에게 좀 더 안정을 제공하고 중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해 줌으로써 국민통합의 역량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한광옥 대통합위원장은 “국민통합은 구성원들로 하여금 획일적인 가치를 갖도록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름을 인정한 상태에서 같은 것을 추구하는 정신으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며 “이는 곧 근대화와 민주화 과정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갈등과 대립을 완화시킴으로써 사회 전반의 신뢰수준 등 역량을 높이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통합위는 지난해 12월 30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2014 국민대토론회’ 실행결과를 보고했다. 대통합위는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달간 중부권·수도권·영남권·호남권 등 4개 권역별 토론회와 종합 토론회 등을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미래가치 등 5개 논의주제에 대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국민통합을 위한 미래가치로 ‘상생’을 첫 손에 꼽았고, 이어 ‘공정’ ‘신뢰’ ‘창의’ ‘안정’ 순으로 우선순위를 부여했다.
아울러 저출산 등의 영향으로 2040년에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된 나라가 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정부가 미혼자를 대상으로 결혼 장려 등 실효성 있는 결혼지원 정책을 추진해야 하며, 저성장시대를 맞아 중소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노동시장의 불평등 해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국민통합과 사회통합=사회통합은 “다양한 특성을 지닌 구성원들이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을 갖고 공동의 비전을 공유하며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상태” 또는 “한 사회 내에서 사람들이 서로 간에 얼마나 잘 결속되어 있는가 하는 상태”로 정의된다. 국민통합은 사회통합과 비슷한 개념으로 사용되지만, 사회통합이 ‘통합된 상태’를 나타낸다면 국민통합은 세대·계층·노사·문화 갈등을 극복하는 등 구성원 간의 ‘통합 과정’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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