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훈 순천시장 “어르신은 순천시의 중심… 노인이 있어 행복한 도시가 될 겁니다”
조충훈 순천시장 “어르신은 순천시의 중심… 노인이 있어 행복한 도시가 될 겁니다”
  • 조종도 기자
  • 승인 2015.01.16 13:13
  • 호수 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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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정원박람회 성공의 주역

산업화로 도시 발전하던 시대 지나… 21세기엔 자연과 생태가 동력
교육을 통해 노인들의 삶 변화 … 노노케어·9988쉼터 사업 자랑할만

전남 순천시는 전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초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하나다.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성공시킨데 이어 지난해에는 순천만정원 개장을 통해 전국민이 즐길 수 있는 상시 관광상품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물 맑은 동천이 도심을 가르고 순천만갯벌은 람사협약에 등록된 세계 5대습지가 됐다. 이로써 순천시는 우리나라 자연생태도시의 대표주자로 떠올랐다.
이러한 순천시의 급부상에는 조충훈 시장의 리더십이 큰 힘을 발휘했다는 게 주민들의 평가다. 조 시장은 2002년 민선 3기 시장으로 선출됐으나 2005년 도중하차한 아픔이 있다. 2012년 보궐선거를 통해 재기한 그는 다른 지자체에서 생각지 못한 사업을 성공시켜 지난해 7월 개인 통산 3번째 순천시장에 취임했다. 그것도 야당의 텃밭에서 두 번 연속 무소속으로 출마해 승리하는 저력을 보였다. 게다가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장들의 모임인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대표회장으로도 뽑혀 활약하고 있다.
조 시장은 지방자치 행정에 남다른 업적을 인정받아 많은 상을 받았다. 지난 12월 초 KBC광주방송이 제정한 제1회 목민자치대상을 받았고 제23회 대한민국 무궁화대상을 받기도 했다. 또한 순천시가 펼치는 지역 어르신 대상 ‘행복충전소 9988쉼터’ 사업이 대한민국 지역사회복지대상 최우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조충훈 시장을 만나 기초지자체 단체장으로서 소신과 철학, 신년 계획, 노인문제 등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순천시 행정의 특징을 말한다면.
“시대정신을 실천한다는 것입니다. 산업화시대에는 공장을 유치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게 최고였어요. 하지만 21세기는 자연과 생태를 중시하는 시대로 바뀌었습니다. 정원박람회는 이 시대정신을 시민들이 앞장서 한 것입니다. 시민 눈높이에 맞춘 창조행정도 힘을 발휘했지요. 자원봉사가 활성화 됐고 노인들도 주도세력으로 활약했습니다.”

-올해는 어떤 사업에 역점을 둘 것인지.
“그동안 외형적인 것, 즉 하드웨어에 집중했다면 올해는 소프트웨어 쪽으로 옮겨갑니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복 증진을 추진하는 거죠. 슬로건도 ‘시민이 느끼는 행복지수 전국 1위’입니다. 또한 순천을 정원문화의 메카로 만들고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정원산업을 육성하겠습니다. 이 정원산업 육성을 통해 지역경제도 살리려 합니다.”
자연과 생태를 중시한 순천시는 2000년대 초부터 하천인 동천을 1급수로 가꾸기 시작했다. 이어서 순천만 갯벌 보호에 나섰고 정원박람회로 이어졌다. 조 시장은 21세기 마지막 테마로 대한민국 최초 에너지자립도시를 꿈꾸고 있다. 올해부터 순천시에서 태양광, 지열 등 천연에너지 활용 대책이 없으면 건물을 지을 수 없다. 또 전기자동차 시범도시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이밖에 도시재생사업도 야심차게 추진한다. 도시 팽창에 따라 순천의 원도심이 쇠락했는데, 원도심이 쇠락하면 지속 발전이 힘들다는 게 조 시장의 판단이다. 이를 위해 원도심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도시재생에 나선다. 도시 재생은 기존 건물을 헐어 아파트를 짓는 도시 재개발과는 다르다. 옛 순천 도심의 핵을 이룬 정신을 살리는데 초점을 둔다. 문화와 예술을 겸비한 원도심의 활성화를 꾀하는 것이다.

-환경에 각별한 관심을 갖게 된 동기는.
“오랜 농경사회가 20세기에 들어와 한순간에 산업화사회로 바뀌었습니다. 이는 운송수단의 발전에 따른 것입니다. 산업화시대는 돈이 최고인 시대지요. 저는 이 흐름이 분명히 바뀐다고 생각했어요. 21세기는 자연과 생태가 중심이 된다고요. 2002년 민선 3기 시장에 당선되고 저도 처음엔 인근 여수시와 광양시에 비해 뒤떨어진 산업을 키우기 위해 투자를 유치하려 했어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건희 회장이 제 친형이라도 산업화에서는 광양이나 여수에 밀려 2등밖에 못하겠더군요. 목표가 잘못돼 있다는 것을 깨달은 거죠. 그런데 동천을 보니 다 썩어 있는 거예요. 여름엔 거품이 올라오고요. ‘바로 저거다. 공장보다 자연이고 생태다’라고 생각했죠. 시민들의 삶의 질을 위해서라도 동천을 살리기로 다짐했고 시민들이 동참해줘서 성공했지요.”

-처음 시장이 됐을 때와 비교해서 순천시가 가장 달라진 점은?
“한 마디로 순천의 브랜드가치가 높아졌어요. 지난해 12월 29일 국회가 순천만을 1호 국가정원으로 만드는 법적 기초를 마련했습니다. 명실공히 순천이 국가 대표가 된 것입니다. 2003년 MBC의 ‘기적의 도서관’이란 프로그램에 시장으로 출연한 적이 있어요. 거기서 진행자가 ‘어디서 오셨습니까’ 묻기에 전라남도 순천에서 왔다니까 ‘아 고추장으로 유명한 곳’ 하는 거예요. 전북 순창으로 오해한 거죠. 지금은 세계적인 생태도시 순천으로 자리 잡았잖아요. 구체적으로 코레일이 전국 20~25세 젊은이들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는데, ‘가보고 싶은 도시’ 1위에 순천이 뽑혔어요.”

-기초단체장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장했다.
“지방자치를 건전하게 하기 위해서 지방이 중앙정치에 휘둘리면 안 된다는 기본적인 생각에 변함이 없어요. 우리나라는 공천 문제가 심각하고 아름답지 못해요. 기초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의 폐지는 18대 대선에서 양당 유력 후보들이 공약한 사항입니다. 국민들도 찬성했고요. 그런데도 지켜지지 않는 것은 일부 기득권 세력 때문입니다.”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대표회장으로서 올해 포부는.
“올해로 지방자치 20주년을 맞습니다. 지방자치의 출발은 생소하고 어려웠어요. 우리나라는 국세가 80%, 지방세 20%입니다. 이런 상태로 지방자치를 시작했는데 이건 말이 안 됩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변한 것은 없어요. 지방자치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재정권도 지방에 주지 않아요. 지금은 한 술 더 떠 복지비를 지방에 부담시켜요. 중앙에 돈이 없으니까 기초연금의 23%는 지자체에서 부담하라 하고 영유아보육비도 35%를 지역으로 넘겼습니다. 지난 20년은 무늬만 지방자치지 발전을 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20주년을 계기로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확고한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봐요. 프랑스는 헌법 1조에 ‘프랑스는 지방분권의 공화국이다’고 규정하고 있어요.”

-노인 교육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어르신들은 우리 시의 중심입니다. 저는 노인과 노인회를 복지차원으로만 보는데 동의하지 않아요. 우리나라 복지는 무조건적 지원에 쏠려 있는데 이는 잘못입니다. 노인문화를 만들어 어르신들이 순천시의 중추적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강갑구 대한노인회 순천시지회장님과 상의했더니 노인 교육을 하자고 해요. 시대정신을 알게 하고 노인들이 더 생동감 있게 살게 하자고요. 지난해 교육비 4000만원을 지원해 경로당 회장·부회장·사무장 2000명을 11차례 걸쳐 교육한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마침 김명수 노인대학장께서 탁월하게 운영해서 교육을 통해 ‘젊어진 노인’이 됐다는 평가가 나와 뿌듯합니다. 순천은 노노케어에서도 전국에서 자랑스러울 정도로 앞서가고 있어요.”

-9988쉼터 사업은 무엇인가.
“제 고향이 순천시 주암면인데 당숙모를 뵈러 갔다가 경로당이 오후 6시면 문을 닫는다는 말을 들었어요. 당숙모 집에 가보니 안방이 냉골이에요. 전기코드를 뽑아놓고 경로당에 갔다 와서 그래요. 저녁은 맹물에 식은 밥을 말아 김치만으로 드시고요. 이런 모습에 충격을 받고 고민한 끝에 경로당을 독거노인이 24시간 기거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로 한 겁니다. 재작년 하반기부터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습니다. 노인들이 무료하지 않고 건강도 좋아졌다고 해요. 생명이 위급한 어르신을 함께 있던 분들이 연락해 구출한 일도 있고요. 또 아침에 9988쉼터 반장이 중심이 돼 동네를 한 바퀴 돌아요. 거꾸로 문안인사도 하면서. 이걸 보고 젊은 사람들이 미안하니까 경로당에 국을 끓여와 대접해요. 이렇게 해서 서로 못 본체 하던 동네가 경로당을 통해 살아나고 있습니다.”

-인구고령화는 국가의 짐인가.
“오히려 고령화를 국가의 에너지로 생각해야 하고 그런 정책을 펴야합니다. 올해 순천시 노인복지 예산이 807억원으로 전체의 30%에 육박해요. 노인을 지원대상으로만 생각하니까 힘이 드는 겁니다. 어르신들이 에너지를 받아 자구노력을 한다면 순천은 노인이 있어 행복한 도시, 노인이 있어 강한 도시가 될 거라고 봐요. 아이들 교육에 문제가 많은데, 어르신의 밥상머리 교육이 우리의 경쟁력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조 시장은 아흔이 넘는 부친(고 조규순 효산고 전 이사장)과 한 집에서 살았었다. 그는 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고생은커녕 큰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조 시장이 사회활동 한다고 뛰어다닐 때 부친이 손주들(2녀1남)을 밥상머리 교육으로 키워준 것에 고마워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시장 퇴임 이후 계획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조 시장은 “현재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는 자신의 상황을 3단계의 로켓 발사장면으로 설명했다. 로켓이 1단계 발사에 성공해도 분사체를 불태우는 2단계와 순환궤도에 진입하는 3단계를 완벽히 거쳐야 성공으로 본다. 특히 위성체가 순환궤도에 올라갈 때가 중요한데 조 시장은 순천시가 현재 순환궤도를 향해 가고 있는 중이란다.
“1단계는 정원박람회 성공이고 2단계는 국가정원 지정입니다. 지금은 순환궤도로 가는 굉장히 정밀하고 중요한 시기죠. 여기서 까딱 잘못하면 소용없어요. 조금도 옆길을 돌아볼 수가 없어요. 언젠가 시장을 그만두면 따뜻한 남편 노릇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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