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성노성-“햇새가 더 무섭다”
노성노성-“햇새가 더 무섭다”
  • super
  • 승인 2006.08.25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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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업에서 물러난 노년세대는 현역세대들이 하는 일에는 되도록 모른 채하는 것이 금도이다. 알고도 모른 척, 보고도 못 본 척해야 후대들이 좋아한다. 관심이 지나치면 참견으로 비치고, 자칫하면 노욕이니 노추(老醜)니 하는 핀잔을 듣기 십상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나라의 운명을 거덜 내는 국사에서까지 숫제 눈감고 귀 막으라면 이건 선배세대들에 대한 도리가 아닐뿐더러, 동조자가 되라는 소리요, 일종의 ‘직무유기’라 해도 할 말이 없게 된다.

 

음주운전행위를 제지하지 않고 함께 차를 타고 간 사람에게도 법적 책임을 지우는 최근의 판례도 있듯이 말이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면 정말 입 다물고 있기가 괴롭고 울화가 치밀어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불안한 안보, 갈팡질팡 교육, 널뛰기 주택정책, 뒷걸음 경제, 흐트러진 사회기강 등 어느 것 하나 속상하지 않는 것이 없지만, 그 중에도 요즘 드러난 ‘외환은행 론스타 헐값매각 의혹사건’은 해도 너무했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한마디로 국부(國富)를 외국계 펀드회사에 헐값으로 넘겨준 이면에는 온갖 ‘못된 짓’으로 내통한 전 현직 고위 경제 관료와 은행 간부들이 있었다니, 사리를 위해 국부를 팽개쳤다는 얘기 아닌가.

입만 떼면 ‘국민’이요, ‘개혁’이요 하며 ‘참여’를 부르짖는 정권 아래에서 그랬다니 더더욱 기가 막힌다. “햇새가 더 무섭다”든지, “시지도 않아서 군내부터 난다”는 옛 속담이 하나도 틀리지 않는다.


오늘 이 정도나마 등 따습고 배부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중동에서, 월남에서 그리고 국내의 열악한 제조업환경에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뛰어온 우리 노년세대들은 그럼에도 멀건이 두 눈뜨고 입 다물고 있어야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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