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행자를 찾아서] 함정옥씨(서울 관악구 봉천본동)
[효행자를 찾아서] 함정옥씨(서울 관악구 봉천본동)
  • 박영선
  • 승인 2007.05.04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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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가 어머니 오가며 30년 세월 헌신적 봉양

요양원 보다는 직접 보살펴야 안심
못다한 효 시어머니께 다하고 싶어

 

우리 사회가 급속히 고령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에 따라 효행 문화도 바뀌고 있습니다. 전설이나 전시대에서 우리 윗세대들이 보여주었던 효심과 달리 요즘은 효에 대한 개념이 바래고 퇴색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깊은 효심으로 부모님을 봉양하며 사회를 밝게 하는 많은 효자·효부들이 있습니다. 이에 본지는 전국의 효자, 효부들을 만나 효행 사례들을 살펴봄으로써 효의 개념을 새로이 정립하고자 합니다.

 

“항상 부족하기만 하지요. 편안하게 더 잘 모시고 싶은데, 그게 잘 되지 않아 한없이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시어머니에 대한 함정옥(60세)씨의 마음이다. 결혼 후 30여년 세월을 한결같이 지극정성을 다해 모시고도 더 잘해 드리지 못해 항상 죄송하다는 함씨.

 

함씨의 시어머니는(86세) 평소에도 어지러움증과 두통으로 심신이 불편했는데, 최근에는 심한 골다공증으로 거동까지 불편해져 식사수발은 물론 대소변을 직접 받아내야 할 정도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보통 사람들 같으면 이런 상황이 짜증 날만도 하건만, 함씨는 “시어머님이 집 안에만 계시는 것을 답답해하시는데도 자주 외출시켜 드리지 못해 죄송스럽다”고 말한다.

 

함씨가 현재 사는 곳은 서울 관악구 봉천본동에 위치한 일반주택가의 3층집. 집이 3층이다 보니 시어머니를 업고 오르내리기가 쉽지 않아 바깥바람을 자주 쐬어 드리기가 어렵다는 것.

 

함씨는 얼마 전까지 시어머니와 함께 친정어머니(지난해 10월 85세로 작고)도 모셨다. 평소 우울증을 앓아 왔다는 함씨의 친정어머니는 고령에 합병증이 겹치면서 혼자 생활이 어려워져 20여년 전부터 집 가까운 곳에 거처를 마련하고 양쪽을 오가며 헌신적으로 모셔왔다.

 

한 명을 모시기도 어려운 세상에 두 명의 어머니를 모시면서 많이 힘이 들었을텐데도 함씨는 “모셔야 할 상황이니 모신 것이고, 자식으로서 당연한 일 아니냐”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올해로 60세, 이젠 자신의 건강도 챙겨야 할 나이가 됐지만 양가 어머니를 모시며 늘 긴장의 시간을 보내다 보니 자신의 건강은 돌볼 틈이 없다.

 

주위에서는 이런 함씨의 모습이 안타까워 “(시어머니를) 노인전문병원이나 요양원에 모시면 어떻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묻기도 하지만, 함씨는 그럴 때마다 “내 몸이 조금 힘들다고 어떻게 거동이 불편하신 시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내느냐”고 펄쩍 뛴다. 부족해도 자신의 손으로 직접 밥을 지어 드리고, 보살펴 드려야 한다는 것.

 

함씨의 이런 효심은 오랫동안 그를 지켜본 이웃 주민들에 의해 알려져, 지난해 10월 현죽재단에서 시상하는 ‘현죽 효행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함씨는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많이 고생하신 것이 두고두고 마음 아프다”며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 친정어머니에게 못 다한 효를 시어머님께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영선 기자 dreamsun@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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