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88공동가정’ 지원 법령 필요하다
‘9988공동가정’ 지원 법령 필요하다
  • 한성원 기자
  • 승인 2015.02.06 11:14
  • 호수 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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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노인 공동거주시설 전국 700곳 육박

“혼자 지낼 때에는 입맛이 없어 식사를 거르는 경우가 허다했지만 지금은 삼시세끼를 꼬박꼬박 챙겨먹고 있습니다. 그룹홈(9988공동가정) 식구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외로움과 고독감도 없어지고, 건강도 예전보다 훨씬 좋아진 느낌입니다.”

▲ 경로당 등 기존 시설을 활용해 노인들이 공동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한 ‘9988공동가정’이 노인 빈곤, 우울증, 고독사 등 노인문제들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전북 김제시의 월성여성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는 모습.

경로당 등을 활용해 독거노인들이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9988공동가정’이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노인 빈곤·우울증·고독사 등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법령에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정부가 예산 지원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어 지자체들의 재정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2013년 말 기준 684곳… 전북 463곳으로 최다
정서·건강 만족도 높고 의료·생활비 등 절감 효과
법령근거 없어 정부 지원 못해… 지자체 부담 가중

9988공동가정은 경로당을 활용해 낮에는 경로당 본연의 기능을 하고, 밤에는 독거노인들이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기능을 보강한 시설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대도시보다 농촌이나 도농복합도시 등에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농촌형 그룹홈’이라고도 불린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국의 9988공동가정 수는 지난 2013년 말 현재 총 684개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전북이 463개(68%)로 가장 많았고 전남(92개), 경남(81개), 충북(25개), 충남(23개) 등이 뒤를 이었다.
전북도 관계자는 “전북은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18.1%로 전남(21.8%)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지역”이라며 “노인빈곤율과 자살률이 높은 우리나라의 현실을 감안하면 기존 경로당 시설을 보강해 9988공동가정으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9988공동가정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전북 김제시의 ‘한울타리 행복의 집’을 들 수 있다. 독거노인 공동거주시설은 2007년 경북 의령군에서 시작된 것으로 많이 알려져 있으나 전북도는 김제시 ‘한울타리 행복의 집’을 효시로 보고 있다. 김제시는 지난 2006년 경로당을 활용한 9988공동가정을 운영하기 시작해 지금도 타 지자체의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김제시는 경로당을 9988공동가정으로 활용하기 위해 시설 개보수에 최대 2500만원, 침구류·가전제품 등 장비 보강에 650만원, 그리고 냉·난방비와 각종 공과금 등 운영비 명목으로 연간 300만원 한도 내에서 지원하고 있다.
이로 인해 김제시의 경로당 수는 같은 도내 정읍시(682개), 익산시(649개)보다 적은 612개지만 9988공동가정 수는 162개로 각각 8개, 4개인 정읍시·익산시보다 훨씬 많다. 이용인원 역시 1587명으로 가장 많다.
김제시 관계자는 “9988공동가정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은 심리·정서적 안정은 물론 건강에 대한 만족도 역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아울러 의료비와 생활비 등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어 9988공동가정의 활용도가 크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김제시의 조사에 따르면 9988공동가정 이용 노인의 우울증 정도가 경로당만 이용하는 노인에 비해 5.6% 낮은 반면 건강에 대한 만족도는 16.5%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9988공동가정 입소 전 월 평균 1.4회였던 의료기관 방문횟수가 0.5회로 줄어드는 등 월 평균 생활비 역시 9988공동가정 이용 노인(22만6000원)이 경로당만 이용하는 노인(42만9500원)보다 20만원 정도 절감할 수 있었다.
다만 9988공동가정과 관련한 법령이 없어 정부가 실질적으로 지원에 나설 근거가 부족한 탓에 재정적인 부담이 지자체에 가중되고 있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9988공동가정 사업을 권장하면서도 법령에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별도의 예산 지원이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하루빨리 노인복지법 등을 개정해 지속적인 예산 확보가 가능토록 함으로써 보다 많은 지자체들이 9988공동가정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아울러 경로당 등 시설에서 취사, 숙식 등 공동생활을 하게 되면 화재사고의 위험도 커질 수 있는 만큼 이를 예방하기 위해 소방시설 설치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관련 보험 가입을 의무화 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9988공동가정=독거노인들이 공동 거주하는 시설을 일컫는 말이 지역마다 기관마다 제각각이다. 전북지역에서 쓰는 ‘노인 그룹홈’은 소년소녀가장들을 위한 시설인 ‘그룹홈’에서 유래됐다. 경기도에서는 이를 ‘카네이션 하우스’로 부르며 전남 순천시는 ‘9988 쉼터’라고 한다. 백세시대는 여러 용어 가운데 노인의 장수․건강을 뜻하는 ‘9988’과 공동가정을 합쳐 ‘9988공동가정’으로 부를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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