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처럼 노인도 학대 특례법 필요하다
아동처럼 노인도 학대 특례법 필요하다
  • 한성원 기자
  • 승인 2015.02.13 11:20
  • 호수 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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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노인복지법, 노인학대 신고·처벌에만 초점
학대행위자 재범예방 교육 명령 등 강화해야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최근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모 요양원에서 70대 노인을 폭행한 요양보호사에 대해 노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 요양보호사는 지난해 5월 14일 새벽 1시경 치매 증세가 있는 A(75·여)씨가 잠을 자지 않고 돌아다닌다는 이유로 바닥에 주저앉혀 얼굴과 등 부위를 손으로 1회씩 때리고 지팡이를 빼앗은 후 몸을 잡아 위로 들어 올린 다음 침대로 집어던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A씨는 8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흉추골절상 등을 입게 됐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일반인이 아니라 노인들을 돌보는 일을 직업으로 갖고 있는 요양보호사라는 점 등 제반사항을 종합하면 피고인을 엄히 처벌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새해 벽두부터 온 국민을 경악케 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의 여파로 노인요양시설 내 노인학대 문제 역시 사회적인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인학대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사회문제로 제기되고 있음에도 국가적·사회적 차원의 예방 및 치료, 보호를 위한 노력이 미비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노인학대특례법’ 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영수 세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와 조용섭 수성대 경찰행정과 교수가 지난해 발표한 ‘노인학대의 실태분석과 대응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 노인학대와 관련된 법·제도는 별도로 존재하지 않고, 다만 형법과 가정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가정폭력의 한 영역으로 노부모 학대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 있을 뿐이다.
노인복지법에서는 관련 직무 종사자의 노인학대 신고의무와 그 절차에 대한 조항을 마련하고 있지만 처벌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학대 행위자의 격리나 접근 금지 조항은 두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해 9월 29일 시행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특례법)’을 주목할 만하다.
아동학대특례법은 아동학대에 대한 강력한 대처와 예방을 통해 아동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아동학대를 범한 사람이 아동을 사망에 이르게 한 때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아동의 생명에 대한 위험을 발생케 하거나 불구 또는 난치의 질병에 이르게 한 때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해 형법상의 동일한 범죄보다 가중처벌토록 했다. 아울러 아동학대 범죄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 가해자를 피해아동으로부터 격리․퇴거 조치하고 100미터 이내 접근 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친권 또는 후견권의 제한 및 정지 등이 가능토록 했다.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노인학대 예방사업의 운영실태와 개선과제’ 보고서에서 원시연 국회입법조사관은 “노인학대를 방지하기 위한 법률인 노인복지법에는 학대행위자를 처벌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지만 학대 행위자를 피해자로부터 격리시키고 접근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조항은 없다”며 “고령 노인은 심신이 취약해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사회적 약자에 해당하는 만큼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원 조사관은 또 “이를 위해서는 아동학대특례법과 마찬가지로 학대행위자의 재범예방 프로그램 수강명령, 상담·치료 교육을 받는 조건으로 하는 기소유예 제도 규정 등을 노인복지법에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지난해부터 노인요양시설의 학대행위를 신고할 경우 최고 10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고, 시설에 학대 여부를 감시하는 인력을 배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아직까지 후속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노인복지중앙회 관계자는 “우선 노인요양시설 설립에 대한 자격 요건을 강화하고 외부인이 시설을 수시로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나아가 단순히 노인학대에 대한 처벌 규정을 명시하는 수준을 넘어 국가적·사회적인 차원에서 노인학대를 초래할 수 있는 요인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예방 및 치료, 보호 대책을 담아낼 수 있는 ‘노인학대 방지를 위한 특례법’ 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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