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후원금은 김영란법에 걸리지 않는다니…”
“정치후원금은 김영란법에 걸리지 않는다니…”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5.03.06 11:18
  • 호수 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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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은 기자들이 눈엣가시인가 보다. ‘니들도 당해 봐라’는 심뽀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에 언론인이 포함된 걸 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2012년 8월, 당시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현 서강대 로스쿨 교수)이 첫 제정안을 낸 이 법의 대상은 원래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국회의원, 판검사 등이다. 당사자인 김영란 교수조차 “공무원과 세금을 쓰는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했다. 발단은 벤츠 여검사 사건이다. 벤츠 리스와 샤넬 핸드백 등 5591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여검사가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아 무죄판결을 받자 부정부패를 막는 법망을 더 촘촘히 짜자는 논의가 일었던 게 계기였다.
언론인이 포함된 건 즉흥적·우발적이다.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5월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단순히 KBS·EBS뿐만 아니라 관련 언론기관은 다 포함돼야 되는 게 논리적으로 일관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하자, 강기정 새정치연합 의원이 “그럴 것 같은데요, 길게 얘기하지 맙시다, 다 넣자…종편이고 뭐고 전부, 인터넷신문, 종이신문도 넣고…”라고 되받아쳤다.
물론 언론도 불법 금품 접대를 받으면 처벌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언론의 부패 문제는 언론이 스스로 해법을 찾도록 하는 것이 정도다. 국민 세금에서 월급을 받는 것도 아니고 공직자처럼 인허가 권한을 쥐고 있지도 않은 민간 언론을 굳이 김영란법에 포함시킨 건 입법권의 남용이자 횡포다.
수사기관이 법을 악용, 독립성과 자율성이 생명인 언론을 감시·통제할 수도 있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이상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이와 관련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견제 등 공적 역할을 해야 하는 언론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혐의만 있으면 수사에 들어간다면 취재와 보도가 제대로 되겠는가”라고 말했다.
김영란법은 원칙과 기준이 없고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 의사, 변호사 등 고수익 전문가들과 사회단체를 포함시키지 않은 것이다. 이상민 법제사법위원장은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원칙이 없다”며 “대기업 관계자, 변호사, 의사, 시민단체는 왜 뺐느냐”고 말했다.
최근 대기업, 시민단체들이 부정한 청탁을 받거나 부당한 금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다. 대한항공은 새정치연합 문희상 의원으로부터 처남의 취업을 청탁 받은 사실이 드러났고,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의 장화식 전 대표는 미국계 투자회사 론스타의 처벌을 촉구하다 오히려 론스타 측으로부터 8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됐다. 지난해 12월에는 제약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900여명이 무더기로 적발되기도 했다.
김영란법의 문제점은 또 있다. 애초의 대상이었던 국회의원들은 김영란법의 무풍지대란 사실이다. 정치후원금은 김영란법과 무관해 금품 수수 대상이 아닌데다 앞으로 금지되는 부정 청탁의 유형에 의원들의 지역구 민원은 쏙 빠졌다. 부정 청탁을 금지하는 김영란법 5조에서는 ‘선출직 공직자, 정당, 시민단체들이 공익적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 민원을 전달하거나 법령 개선, 정책·사업·제도·운영 개선을 제안·건의하는 행위에는 이 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부정 청탁 유형과 유사하더라도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이 공익 목적으로 한 행동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조만간 김영란법의 위헌 소지와 관련 헌법소원심판(위헌 확인)을 청구하기로 했다고 한다. 원래의 취지를 살린 김영란법의 재탄생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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