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과 손잡고 ‘고양이 캐릭터 인형’ 만들어 성공
청년들과 손잡고 ‘고양이 캐릭터 인형’ 만들어 성공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5.03.20 10:43
  • 호수 4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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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니어클럽 ‘재봉틀 사업단’ 자립기틀 마련

“제가 젊었을 때 ‘홈패션’이 유행하던 때가 있었어요. 그때는 아이들 피아노 덮개 정도 만드는 실력이었죠. ‘할머니와 재봉틀’에서 4년 간 일했으니 이제는 준전문가라 불러도 되지 않을까요?”
지난 3월 11일 경기 고양시새마을회관 ‘작업실’에서 김덕자(여‧68) 씨는 재봉틀로 앞치마를 만들며 이렇게 말했다. 작업실 안은 ‘드르륵 드르륵’거리는 재봉틀 소리와 함께 김 씨를 포함한 60~70대 노인 5명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이들의 밝은 분위기와 정성이 담긴 완성품은 봄꽃처럼 화사했다.

▲ ‘할머니와 재봉틀’ 사업단은 자립 가능한 노인일자리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여성 어르신들 재봉솜씨 백화점서도 반해
매주 이틀씩 6시간 일해 평균수입 35만원

고양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할머니와 재봉틀’ 사업단이 보조금 없이도 자립 가능한 노인일자리 모델을 제시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할머니와 재봉틀’ 사업단은 2011년부터 정부 보조금을 받아 공공기관에 납품하는 옷, 앞치마 등을 만들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민간기업 제품도 주문받아 제작하고 있다. 현재는 젊은 시절 홈패션 강사로 일했던 홍민자(여‧76) 어르신의 지도 아래 10명의 노인이 2개조로 나뉘어 활동하고 있다. 각 조는 매주 이틀 오전 10시 작업실에 나와 6시간을 일한다.
노인일자리 사업의 특성상 보조금이 끊기면 사업도 중단될 위기에 처한다. 고양시니어클럽은 초기부터 이를 염두에 두고 홀로설 수 있는 방안을 강구했다.
톡톡 튀는 젊은이들의 아이디어와 노인들의 재봉틀이 만나면 어떨까. 고양시니어클럽은 청년기업과 연계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지난해 2월 진행한 ‘어글리캣츠 한정판 수제인형제작 프로젝트’이다. 사업단은 30대 청년들로 구성된 ‘조커페이스’와 손을 잡고 온라인과 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 회사의 고양이 캐릭터 ‘어글리캣츠’의 인형을 손수 만들었다.
어글리캣츠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노인들과 청년들의 협업이 빛났다. 초창기 디자인은 인형의 눈‧코‧입에 단추를 다는 것이었지만 사업단의 의견을 반영해 자수를 놓았다. 사업단 구성원 대부분이 아이를 키워봤기에 삼킬 위험이 있는 단추보다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안전한 자수를 선택한 것이다.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한정판으로 제작된 150여개의 인형이 ‘완판’되면서 300여만원의 수익을 얻었다. 이를 계기로 사업단은 자립 가능한 하나의 ‘브랜드’로 성장했다.
프로젝트를 통해 사업단의 재봉 실력이 알려졌고 지속적으로 민간기업에서 상품제작 의뢰가 들어오고 있다. 현재는 모 백화점과 침구업체와 상품제작을 협의하고 있다. 또 사업단이 만든 가방, 파우치, 봉제인형 등이 한양문고 주엽점에 당당히 입점해 판매 중이며 질 좋은 수제 제품으로 호평 받고 있다.
사업단에 참여하는 노인들이 한 달에 버는 수입은 35만원선. 수입의 절반은 보조금이지만 나머지 절반은 민간기업과 제휴를 맺어 제품을 제작‧판매해 얻은 것이다. 일하는 시간을 늘리면 수입이 더 늘어날 수 있지만 고양시니어클럽은 참여자 대부분이 고령임을 감안해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지키고 있다.
사업단 관계자들은 일을 통해 활기를 되찾은 것이 더 큰 수입이라고 입을 모았다. 홍민자 어르신은 “제품이 튼튼하고 예쁘다는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좋다”면서 “나이 들어서도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어서 즐겁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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