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초 1%대 금리… 예금 이자로 노후생활은 옛말
사상 최초 1%대 금리… 예금 이자로 노후생활은 옛말
  • 유은영 기자
  • 승인 2015.03.20 10:48
  • 호수 4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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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기준금리가 사상 처음 1%대로 내려가자 예금이자로 생활하는 은퇴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3월12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2%에서 1.75%로 인하했다. 지난해 8월 2.50%에서 2.25%로, 곧이어 10월 2.00%로 내린 이후 5개월 만에 또 내린 것이다.
기준금리는 한 나라의 정책금리로 각종 금융거래시 이자 책정의 기준이 된다. 이는 시장금리와 예금 및 대출 금리 변동으로 이어져 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렸다는 것은 예적금을 깨거나 돈을 빌려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에 나서 시장에 돈을 돌게 하라는 의미다.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는 내수 회복세가 더뎌 성장잠재력까지 떨어지는 걸 미리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금리인하 배경을 밝혔다.
금리인하로 대출자들은 이자 부담이 줄지만 은행에 노후자금을 넣어놓고 생활하는 은퇴자 등 어르신들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종전 2%대 이자도 낮았던 터에 1%대 금리는 물가상승률과 이자소득세 등 세금을 고려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라는 것이다.
실제 기준금리가 내리자 은행들도 앞다퉈 예·적금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했다. 농협은행은 ‘큰 만족 실세예금’ 정기예금 금리를 연 1.55%까지 내렸고, 외환은행은 주력 정기예금 상품인 ‘YES큰기쁨예금’ 이자를 2.0%에서 1.8%로 내렸다. 하나은행도 ‘고단위플러스’ 정기예금 금리를 연 1.8%로 낮췄다. 은행권의 2%대 정기예금은 자취를 감췄다.
이에 따라 예·적금 이자 외에 별다른 돈벌이가 없는 은퇴자들은 생활하기가 더욱 팍팍해졌다. 퇴직금 등 5억원을 은행 예·적금에 넣어놓았다고 가정하면 매년 1000만원의 이자수익에서 매월 10만원 정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보험, 연금 수익도 예외가 아니다. 보험금·환급금을 내줄 때 적용되는 이율이 동반 하락하면서 환급금 규모도 줄어들고 생명보험사로부터 받는 연금액도 줄어든다.
더군다나 한국은행이 올해 안에 금리를 또 한번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내 주요 증권사와 해외 투자은행들은 민간소비 위축으로 경기가 나아질 가능성이 크지 않고 저유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둔화 등으로 시중에 돈을 더 풀기 위해 이자를 다시 한번 내릴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2010년 4.4%에서 2013년 2%로 급감했고 지난해엔 1.4%로 더 줄었다. 일부 증권사와 해외 투자은행들은 2분기 안에 기준금리가 1.5%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새로운 노후자금 투자처를 찾는 발길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돈이 풀리면 주가가 오를 가능성은 크다. 그러나 주식은 가격변동 위험성 또한 크다. 때문에 금융전문가들은 예금과 펀드를 나눠 투자하고 생활비를 제외하고도 여윳돈이 있는 사람만 주식투자를 권하고 있다.
예금 대신 주택 임대사업에 눈을 돌리는 은퇴자들의 증가도 예상된다. 다가구 주택을 매입해 9~10가구씩 세를 놓으면 연 5~6%의 수익을 올릴 수 있어 은행 이자보다 낫다. 다만 본인의 자금 여력을 꼼꼼히 따져보아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계속된 금리인하로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는 정부의 예측은 절반만 맞아들고 있다. 집을 사는 사람이 늘어 주택 거래량은 늘었지만 주택가격은 자산효과를 볼 만큼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계 부채는 지난해 말 1000조원을 넘겼다. 가계부채 증가는 소비부진으로 이어져 결국 경기부양이라는 금리인하의 목적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경제전문가들은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늘려 사람들의 소득이 늘어야 실물경기가 살아난다며 정부 정책의 허점을 지적한다. 수익창출을 위한 구조개혁 없이 금리인하만으로 기업의 투자심리를 되살릴 수는 없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OECD 회원국 중 1위를 달린다. 향후 노인빈곤 문제가 악화일로로 치달았을 때 정부가 어떤 카드를 빼 들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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