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은 ‘통뼈’인가
공무원은 ‘통뼈’인가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5.03.27 10:37
  • 호수 4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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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개혁이 뜨거운 감자다. 당연하다. 국민 혈세가 밑 빠진 독에 물 붓듯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공무원연금 적자를 메우기 위해 매일 100억원의 피 같은 세금이 들어가고 있다. 현 정부에서 15조, 다음 정부에서 33조, 그 다음 정부에서 53조원의 재정적자가 발생한다. 엄청난 돈이다. 무상급식·무상보육에 들어가는 돈과는 비교가 안 된다. 공무원들 뒤치다꺼리하다가 나라가 거덜 나고 국민은 거지가 될 판이다. 그래서 공무원연금을 개혁하자는 것인데 국회, 정부는 쉬운 정답은 외면한 채 갈등․분열만 일으키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공무원연금 개혁 대타협기구’ 활동 종료일을 사흘 앞둔 3월 25일 자체 개혁안을 내놓았다. 그것도 사람을 희롱하듯 알파, 베타 같은 낯선 기호를 동원하고 ‘숫자에 대해선 묻지 마라’고 못을 박았다. 그 이전에 새정치연합은 개혁안을 내놓으라고 하자 ‘새누리당, 정부안을 먼저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초등학생에게서나 볼 수 있는 치졸한 행동이다. 국가를 위한다는 기본자세로 치열하게 연구해 당당하게 ‘답안지’를 내놓아도 모자랄 판에 남의 답안지를 참조하고 베끼려는 꼼수이기 때문이다. 이런 수준의 국회에 4000만 국민이 수호하고 지켜야할 소중한 법 제정권을 위임한 나라의 미래가 암담할 뿐이다.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 답은 하나다. 국민연금과 똑같이 하면 된다. 내는 돈도, 나중에 받는 돈도 똑같이 하고, 소득대체율과 수령 연령도 같게 하고, 기금도 한곳에서 운영하면 된다. 이미 일본·미국 등 선진국에서 수년간 고민하다 채택한 방법이다. 우리는 시간·돈을 들여 검증을 마친 그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만 하면 된다. 걸림돌은 지혜를 모으면 된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잡음은 대타협기구에서 논하면 된다.
국민연금은 국민을 위한 연금이다. 공무원도 국민이다. 무슨 이유로 공무원은 따로 그들만의 연금을 만들어 ‘돈 파티’를 벌이고 있나. 왜 공무원만 특혜를 갖는가. 그들은 통뼈인가. 그들의 일이 샐러리맨보다 힘들고 어려운가. 이에 대해 ‘그렇다’고 대답할 이는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그들이 어떤 일들을 하고, 어떤 식으로 일을 처리하는지 지금까지 잘 보아왔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공무원연금의 형평성 문제는 아주 심각하다. 국민연금은 생애 평균 급여가 300만원인 가입자가 33년간 꼬박 부어도 대략 월 99만원(소득대체율 33%)밖에 되지 않는다. 이에 반해 300만원을 받는 공무원이 33년 재직하다 퇴직하면 180만원 가량(소득대체율 62.5%)을 받는다. 소득대체율은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지급액 비율로 가령 100만원의 평균 소득에 대해 국민연금은 33만원을 받고, 공무원연금은 62만 5000원을 받는다는 뜻이다.
이보다 더한 모순이 있다. 국민연금은 62세가 돼야 받을 수 있는 반면, 공무원연금은 납부 기간이 20년만 넘으면 퇴직 후 나이에 관계없이 바로 연금을 탈 수 있다. 요 몇 년 사이 직장에서 쫓겨난 베이비부머들은 일자리를 얻지 못해 극빈층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들은 62세까지 도저히 기다릴 수 없어 눈물을 머금고 조기수령을 선택한다. 이 경우 노령연금보다 무려 30%나 깎인다. 즉, 62세에 정상적으로 100만원을 받는다고 할 때 55세부터 수령이 가능한 조기수령을 하면 70만원을 받는다. 공무원연금은 이런 불이익이 없다.
대명천지 대한민국에 어떻게 이런 불평등한 시스템이 존재하는가. 도대체 누가 이런 연금 체계를 만들어놓아 사회 갈등을 증폭시키고 국민 분열을 일으키는가. 정부와 여야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놓고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을 할 필요가 없다. 이번만은 소통·배려·합의 등 민주주의 가치에 예외를 두어야 한다. 여야가 하나가 돼 무식하게 밀어붙여야 한다.
가난한 어촌에 불과했던 싱가포르가 아시아에서 일본을 뛰어넘어 국민소득 5만 6000달러의 부국이 된 건 리콴유 총리(1923~2015)가 서양식 민주주의를 배제하고 독재에 가까운 리더십을 발휘한 덕분이다. 온 국민이 행복해지려면 때로는 ‘이념의 사치’를 잠시 접고 불이익과 불편, 고통과 희생을 감수할 줄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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