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윤종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 “현 노년층은 새마을운동 주역… 대한민국 일궜다는 자긍심으로 당당하게 살길”
심윤종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 “현 노년층은 새마을운동 주역… 대한민국 일궜다는 자긍심으로 당당하게 살길”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5.03.27 10:50
  • 호수 4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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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운동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 해외에서 더 많이 알아줘
노인 자살, 사회 갈등… 나눔·봉사·배려 등 제2새마을운동 정신으로 해결 가능

“노인 자살, 사회 갈등 같은 문제들은 제2새마을운동으로 해결된다.”
지난 2월 27일, 연임된 심윤종(74)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의 말이다. 제2새마을운동이란 읍면동의 주민(민)과 동장(관), 소상공인(산) 등이 민·관·산 네트워크를 구성해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공동체 운동을 말한다. 예를 들면 독거노인과 다문화 가정을 대상으로 새마을부녀회가 음식을 만들어 전달하고, 미용실 주인이 이발을 해주고, 슈퍼마켓, 빵집을 가진 이가 물품을 후원해주는 식이다.
심 회장은 “1970년대 새마을운동이 가난 극복을 목표로 했다면 그 문제가 해결된 지금은 경제성장에 걸맞는 시민정신함양운동을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중순, 서울 대치동에 위치한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실에서 심 회장으로부터 ‘70년대 새마을운동’ 이후에 대해 들었다.

-시민정신함양운동이란 무언가.
“과거엔 잘 먹고 잘 사는 법을 고민했지만 웬만큼 해결된 지금은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걸맞는 시민의식과 행동, 도덕성 등 정신적 성숙을 이루자는 말입니다.”

-어떻게 해야 정신이 성숙 되나.
“나눔·봉사·배려에요. 기업들마다 이 시대의 덕목이 배려이고, 배려가 대한민국을 바꾼다고들 합니다. 우리도 배려를 중요시 여기고 배려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공동체 운동을 펼치는 겁니다.”

-새마을운동 노래 듣기가 힘들어졌다.
“전에는 정부가 주도해 불렀지만 지금은 공식적인 기관에서도 부르지를 않아요. 그렇지만 새마을지도자들은 부릅니다. 젊은 층에겐 잊혀진 운동이고, 중장년층은 아직도 새마을운동이 있는가 할 정도로 열기가 식은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합니다. 오늘 아침에도 500여명이 모여 중랑천 주변 청소를 했어요.”
-새마을운동중앙회를 소개해 달라.
“1970년대 관 주도로 추진하다 1980년 민간 체제로 바뀌었어요. 아시안게임(1986), 서울올림픽(1988) 당시의 자원봉사, 외환위기 극복 금모으기 운동 등에 앞장서 왔어요. 중앙회는 18개 시·도 지부와 228개 시·군·구 지회 등으로 구성돼 회원 수가 210여만명입니다. 지회, 지부의 장이 새마을지도자이며 약 18만명입니다.”

-과거처럼 운영이 쉽지 않겠다.
“전에는 정부에서 인건비까지 지원해주었지만 그런게 없어져 재정적 어려움이 많아요. 소유 부동산으로 수익 사업을 하려고 해요.”

-‘새마을운동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목록에 등재됐다고.
“2013년 6월에 등재됐어요. 1970년대 대통령이 직접 작성한 새마을운동 기안부터 정부에서 발행한 각종 문서에 이르기까지 2만 2000여건이 올라가 있어요.”

-해외 진출 소식도 들린다.
“얼마 전에도 캄보디아의 훈센 총리가 분당의 새마을운동중앙연수원에 들러 ‘우리 나라도 꼭 새마을운동을 전수 받고 싶다’며 식수도 하고 그랬어요. 몽골·네팔·라오스·미얀마 등 13개 개발도상국에 32곳의 시범마을을 육성했어요.”

-해외에선 새마을운동을 어떻게 평가하나.
“중앙연수원에 남긴 국가원수들의 글귀를 보면 알 수 있어요, 미얀마 대통령은 ‘국가발전을 위해 새마을지도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고 했고, 우간다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새마을운동을 통해 대한민국을 빈곤에서 극복시킨 점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어요.”

-박근혜 대통령이 어느 정도 협조를 해주나.
“직접적인 도움은 없지만 누구보다도 새마을운동이 우리나라 산업화의 근간이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계십니다. 외국에 나가서도 기회 있을 때마다 한국의 새마을운동이 농촌 빈곤의 탈출을 돕고 한국 사회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는 점을 강조하세요.”

-과연 노인 자살이 새마을운동으로 해결될까.
“노인들이 자살하는 이유는 경제력과 외로움 때문이에요. 70년대 대가족시대에는 자식들과 함께 여생을 보내기 때문에 외롭지가 않았고, 자식들도 부모 모시는 거 당연하다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산업화에 따른 핵가족화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면서 부부 단둘이 남게 되고, 한 사람이 먼저 가면 혼자가 됩니다. 우리가 경제개발 5개년 목표를 세우고 부지런히 달려오면서 복지 문제는 크게 신경 쓰지 못해 노인복지수준이 상당히 낮습니다. 이걸 메꾸는 게 새마을운동입니다. 앞에서 얘기했듯이 독거노인을 찾아가 돌봐드리는 거지요.”

-지역·세대·빈부 간 갈등도 해결된다고.
“마을 공동체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따뜻한 인정이 흐르는 사회에요. 과거엔 누구네 집에 숟가락이 몇 개란 것까지 알고지낼 정도였지만 산업화․도시화되면서 인간관계가 메마르고 타산적이 됐어요. 우리가 공동체 운동을 통해 인간관계를 새롭게 만들자는 거지요. 어려운 분들하고 지역의 상공인들이 호흡을 같이하면 계층 간 갈등이 해소됩니다. 젊은이가 노인들을 위해 봉사하면 세대 갈등이 해소되며 이런 것들이 확산돼 국민통합도 됩니다.”

-공동체에서 노인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노인들이 품위 있게 늙어가는 모습을 보여 주었으면 해요. 나이 들면서 지혜가 생긴다고 하잖아요. 지혜롭게 젊은이들을 아량으로 다독거리며 표용할 줄 알아야 하고, 야단치기 보다는 젊은 세대를 이해하며 같이 가야 해요.”

황해도 장연군 태생의 심윤종 회장은 1·4 후퇴 때 남쪽으로 피난 왔다. 한성고, 성균관대 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원에서 사회학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한국사회학회 회장(1998~1999), 성균관대 총장(1999 ~2003), 국민희망포럼 이사장(2011 ~2013) 등을 역임했다. 대통령 표창(1995), 청조근정훈장(2007)을 받았다.

-영화 ‘국제시장’이 남 얘기 같지 않겠다.
“그 영화 중 흥남철수와 이산가족 장면에서 눈물 많이 흘렸지요. 저는 흥남 쪽이 아니고 장산곶 서해안에서 돛단배 타고 백령도에 내려 그곳에서 LST(상륙함)로 거제에 갔어요. 인민학교(초등학교) 5학년 때 일이에요.”
-독일 유학을 갔다면 영화 주인공보다는 형편이 좋았던 것 같다.
“당시 대학 졸업 후 갈 데가 없었어요. 기업이라고 몇 개 있었으나 취직은 하늘의 별 따기였지요. 다행히 독일국가장학금 혜택을 받고 유학을 갔어요. 요즘 한국에서 후진국의 대학생들 불러다 공부시키는 것과 같은 거지요. 매달 400마르크의 생활비를 받아 어려움 없이 공부를 마칠 수 있었어요. 당시 광부들은 한달 800마르크를 벌었다고 합니다.”

-광부로 간 사람들을 만난 적이 있는가.
“서울의 우수한 대학을 나와 광부로 간 이들이 많아요. 하이델베르크의 한 정신병원에 한국 간호사 80여명이 와 있었어요. 그 전에는 인도 간호사들이 있었는데 독일사람 표현대로라면 이 사람들은 약게 행동하고 일도 즐거운 마음으로 하지 않았다고 해요. 그에 비해 한국 간호사들은 헌신적으로 열심히 일해 아주 좋아했다고 합니다. 하이델베르크에서 우연히 서울 유명 사립대 출신의 고교 동창을 만났어요. 그 친구는 노부모와 동생을 부양하기 위해 자신은 광부로, 아내는 간호사로 와 휴일도 반납하고 일한다고 했어요.”

-사회학 교수로서 학문적 업적이라면.
“제 전공이 산업사회학과 지식사회학이에요 산업사회학에서는 노동문제를 주로 다뤘지요. 중앙노동위원회(노사간 이익·권리 분쟁을 조정·판정하는 행정기관) 위원으로 활동하며 노동문제해결에 대해 나름대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임금 격차가 커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상생의 의미에서 중소기업이 노력한 만큼 정당한 대우를 해주어야 합니다. 그러면 중소기업 임금도 괜찮아질 겁니다.”

-총장 시절 잊지 못할 일이라면.
“중앙대에서 학과제를 없앴다고 들었는데 제가 학부제를 처음 만든 총장입니다. 대학 들어간 후 학과 구분하지 않고 학부에서 1년 간 함께 공부하고 2학년 올라갈 때 과를 정하는 겁니다. 과를 옮기거나 재수하는 학생들이 훨씬 줄어드는 효과를 얻었어요. 또, 3품제라고 자원봉사, 외국어, 컴퓨터 능력을 갖춰야 졸업이 가능한 제도를 만들어 김대중 대통령이 전국 180여개 대학의 총장들과 가진 대화의 시간에 나가 발표하기도 했어요. 토익 600점이 안 된 학생을 졸업 안 시켰더니 학부모들이 항의하고 난리가 났었어요.”

심윤종 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오늘의 70~80대 노인들은 새마을운동의 주역으로서 국가 발전에 큰 공을 세웠지만 사회에서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그렇지만 오늘의 대한민국을 일구었다는 자긍심을 가지고 당당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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