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뮤지컬에 영화까지… 문화계 윤동주 바람
소설‧뮤지컬에 영화까지… 문화계 윤동주 바람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5.03.27 11:34
  • 호수 4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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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거 70주년 맞아 일제 때 옥사한 시인의 삶 재조명

‘왕의 남자’ 만든 이준익 감독 영화 ‘동주’ 제작에 나서
자아성찰 담은 시, 국내 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사랑

▲ 윤동주 서거 70주년을 맞아 문화계는 그의 비극적인 삶에 맞춘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뮤지컬 ‘서시’의 한 장면.

1945년 2월 16일 바닷가에 위치한 후쿠오카 감옥에서 바다만큼 푸른 영혼을 가졌던 28세의 한 청년이 숨을 거뒀다. 1943년 독립운동치안유지법 위반으로 2년형을 선고 받고 출소를 앞둔 시점에 세상을 떴다. 청년의 죽음을 안타깝게 여긴 지인들은 그가 생전에 썼던 시를 엮어 시집을 펴냈다. 이 책의 첫머리에 서문 대신 쓴 ‘시’는 이렇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올해는 광복 70주년이면서 동시에 ‘서시’ ‘별 헤는 밤’ 등으로 유명한 윤동주 시인이 서거한지 70년이 되는 해이다. 일본에서도 매년 기일에 맞춰 각종 추모제를 여는 등 윤동주는 여전히 한일 양국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문화계에서도 서거 70주년을 기념해 재능을 펼칠 나이에 안타까운 죽음을 맞은 윤동주를 기리는 작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첫 포문을 연 것은 문학계다. 지난 3월 6일 청년 윤동주의 삶과 문학을 다룬 장편소설 ‘시인 동주’(안소영 지음, 창비)가 출간됐다. 전작 ‘책만 보는 바보’와 ‘갑신년의 세 친구’등을 통해 특유의 서정적이고 성찰적인 문체로 선하고 열정적인 조선 청년들을 이야기해 온 안소영 작가가 치밀한 고증에 시적 상상력을 더해 청년 윤동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설에는 윤동주를 비롯해 그의 고종사촌이자 동갑내기 친구로 경성과 일본 유학생활까지 함께 했던 송몽규, 소학교 친구 문익환, 연희 전문 후배 정병욱 등이 등장한다. 그들은 일상을 공유하고 시대의 불안을 함께 헤쳐 나간다. 같이 수업을 듣고, 경성 거리를 산책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을 나누는 모습을 통해 식민지 시대 청년들이라고 해서 오늘날의 청춘과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안 작가는 방대한 자료 속에서 시인이 생전에 썼던 북간도 사투리나 노트에 그은 빗금 같은 사소한 사실까지 놓치지 않고 포착했다. 책의 말미에는 이야기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에 대한 정보를 다시 한 번 정리해 소개, 작품과 시대에 대한 이해를 더욱 깊게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연극계에서는 윤동주의 미스터리한 죽음을 조명한다. 연희단거리패는 시인 윤동주의 젊은 날을 창작 뮤지컬 ‘서시’로 재현한다. 4월 10일까지 부산 연제구 한결아트홀에서 진행되는 작품은 시인 윤동주의 삶 전체를 훑기보다 그가 생체실험 대상이 돼 생과 사를 넘나들던 인생의 후반기를 다룬다.
뮤지컬은 일본이 생체실험을 자행했던 마루타 병원을 배경으로 그곳에서 몸에 바닷물을 주입하는 실험을 당하며 환각에 시달리는 시인 윤동주와 그의 시를 흠모하며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일본인 간호사 요코의 이야기를 그린다.
“야만적 역사에 희생되는 개인의 영혼에 관한 이야기”라는 이채경 연출의 말처럼 작품은 시인으로서의 윤동주가 아닌 평범한 청년의 고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초로 천만 관객을 동원했던 영화 ‘왕의 남자’의 연출가 이준익도 윤동주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동주’를 준비하고 있다. 미생으로 스타덤에 오른 배우 강하늘이 ‘윤동주’역을 맡고 신인배우 신윤주가 상대역으로 캐스팅됐다.
영화에는 ‘서시’ 등 주요 대표작들이 등장해 이런 시를 쓸 수밖에 없었던 당시 사회 분위기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윤동주의 고뇌와 아픔을 담을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비극적인 희생을 당한 점과 특유의 자아성찰의 분위기를 담은 시가 현재 한국인의 정서에 부합하는 점을 윤동주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로 꼽았다.
연세대 국문과 정명교 교수는 “과거에는 한국인 특유의 한(恨)의 정서를 담은 김소월의 ‘진달래꽃’이 인기를 끌었지만 경제 발전으로 ‘개인’을 중요시하는 풍토가 확산되면서 자아성찰을 담은 윤동주의 시가 한국인의 감성과 더 어울리게 됐다”면서 “앞으로도 간도 출신으로 세계화의 중심에 있었던 윤동주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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