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섹남? ‘뇌가 섹시한 남자’랍니다
뇌섹남? ‘뇌가 섹시한 남자’랍니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5.04.03 11:36
  • 호수 46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립국어원 2014년 신어 334개 발표

금사빠녀‧핵꿀잼‧오포세대‧심쿵 등 알쏭달쏭
외울 필요 없어… 어르신들 참고용으로 알아두면 좋아“

걔 지난 번 맞선에서 ‘뇌섹남’ 만나서 ‘심쿵했다’면서. 하여튼 ‘금사빠녀’ 아니랄까봐 조만간 ‘그린라이트’ 켜게 생겼네.”
“이웃집 ‘훈초딩’은 ‘할빠’와 ‘할마’가 키워서 그런지 예의가 바르더라. ‘돼지맘’ 품에서 자란 ‘트로피 아이’랑 달리 ‘극호감’이라니까.”
국립국어원이 지난 3월 25일 발표한 ‘2014년 신어’로 만든 문장이다. 한글로 쓰였지만 의미를 모르면 영락없는 외계어 같다.

신어란 사전에 없는 새로 생긴 말, 혹은 그 뜻이 이전과는 달라진 말을 뜻한다. 국립국어원은 우리말의 변화 양상을 관찰하고 이를 국어사전에 반영하기 위해 1994년부터 신어를 조사해왔다. 2014년 신어 조사는 2013년 7월부터 2014년 6월까지 1년간 일간지 등 온‧오프라인 대중 매체 139개에 등장한 신어 334개를 대상으로 했다.
먼저 이번에 발표된 신어는 각박한 사회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한 단어가 많았다. 사회‧경제를 주제로 한 신어가 80개로 전체 4분의 1을 차지했다. 대표적언 신어는 ‘오포세대’로 생활고 탓에 연애‧결혼‧출산‧인간관계‧주택 구입 등 5개를 포기한 세대를 말한다.
고재학(한국일보 편집국장)이 쓴 ‘절벽 사회’에서 유래한 ‘절벽’시리즈도 계속되는 경기 불황에 벼랑 끝으로 내몰린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물가는 오르고 임금은 오르지 않아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다는 ‘임금 절벽’을 비롯해 ‘주거 절벽’(집값 상승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뜻함), ‘일자리 절벽’(일자리 찾기가 어려움을 뜻함), ‘재벌 절벽’(재벌의 독점으로 인한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의미), ‘창업 절벽’(창업 성공의 어려움을 빗댐) 등으로 응용됐다.
또한, 사회 변화로 인한 특정 행동 양상을 보이는 무리를 뜻하는 단어도 전체의 27%인 92개나 발견됐다. 이러한 말은 주로 접사로 ‘-족’, ‘-남’, ‘-녀’가 사용됐다. 대표적인 예로 ‘모루밍족’은 제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자세히 살펴본 뒤 모바일 쇼핑을 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출퇴근을 하면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컴퓨터 따위로 쇼핑을 하는 사람인 ‘출퇴근 쇼핑족’은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반영된 단어이다.
스마트폰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사용이 확대되면서 생긴 신어도 다수 생겨났다. 자기 자신의 사진을 SNS에 올리는 ‘셀스타그램’을 비롯해 ‘먹스타그램’(자신이 먹은 음식 사진을 SNS에 올리는 일), ‘멍스타그램’(애완견의 사진을 SNS에 올리는 일) 등 ‘인스타그램’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이밖에 ‘인생짤’(그 사람의 인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잘 나온 사진), ‘광삭’(빛의 속도와 같이 매우 빠르게 삭제함)등 인터넷에서 파생된 단어도 발견됐다.
아울러 ‘맛저’(‘맛있는 저녁’을 줄여 이르는 말), ‘부먹파’(탕수육 고기 위에 소스를 부어 먹는 사람의 무리) 등 음식 관련 어휘, ‘티처맘’(자식 교육에 관심이 많은 어머니), ‘자동봉진’(‘자율 활동, 동아리 활동, 봉사 활동, 진로 활동’을 줄여 이르는 말) 등 교육 관련 어휘들도 나타났다.
감정을 표현하는 신어도 10개나 등장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고급지다’(고급스러운 멋이 있다), ‘핵꿀잼’(매우 많이 재미있다) 등의 긍정적 어휘가 8개인 반면 ‘노관심’(관심이 없다)과 같은 부정적 단어는 2개에 불과했다. 국립국어원은 신어가 생소한 어르신의 경우 참고로 알고 있으면 세대 간 의사소통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신어의 경우 몇 년 후 쓰이지 않고 사라지는 것들이 많아 어르신들이 억지로 외울 필요는 없다”면서 “참고용으로 알아두면 좋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