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1번지의 쌀쌀한 봄날
연극 1번지의 쌀쌀한 봄날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5.04.10 10:46
  • 호수 4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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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극장’이 지난 3월 말 끝내 문을 닫았다. 서울 종로구 동숭동에 본격적인 소극장 문화가 형성되기 시작한 1987년 개관해 28년간 자리를 지켰지만 끝내 ‘대학로’를 떠나게 됐다. 이에 앞서 1월에는 ‘품바’로 유명한 상상아트홀(1990년 개관)과 2000년 문을 연 김동수 플레이하우스가 폐관했다. 70∼150석 규모의 서울 대학로 소극장들이 줄줄이 폐관하고 있는 것이다.
연극인들은 2004년 서울시가 연극 활성화를 위해 대학로를 문화지구로 지정한 것이 소극장 몰락의 원인이 됐다고 말한다. 서울시의 문화지구 지정 이후 57개이던 극장은 지난해 말 기준 146개로 급증했다. 홍익대‧동덕여대‧상명대 등 대학 공연장과 CJ‧롯데‧대명 등 대기업의 극장이 들어선 것이다. 공간은 정해져 있는데 극장이 늘면서 자연스레 임차료는 치솟았고, 돈이 부족한 소극장들은 경영난에 시달렸다.
임차료 상승으로 제작비도 올랐고 100석 남짓한 소극장에 관객이 매일 가득 차도 운영이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 연극의 질이 저하돼 관객이 이탈하는 악순환을 겪는 소극장이 늘어났다. 2013년에 ‘아침이슬’ 작곡가 김민기 대표의 학전그린소극장이 문을 닫고 기업 사옥이 들어 선 것은 대학로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런 상황에서 4월 4일 개막한 ‘제36회 서울연극제’도 파행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개막 전날인 3일 저녁 서울연극제 주 공연장인 ‘아르코예술극장(옛 문예회관)’을 안전상의 이유로 13일부터 다음달 17일까지 긴급 폐쇄한다는 공문을 서울연극협회에 전달했다. 이 기간은 서울연극제 행사 기간(4월 4일~5월 10일)과 겹치며, 아르코예술극장에서는 공식 참가작 중 ‘6·29가 보낸 예고 부고장’(4월 23~29일)과 ‘물의 노래’(5월 3~9일)가 공연될 예정이었다. 5월 10일 폐막식도 이곳에서 예정돼 있다.
대학로는 ‘연극 1번지’라 불리며 오랫동안 사랑을 받은 곳이다. 소극장의 몰락과 서울연극제의 파행으로 연극 1번지는 어느 때보다 쌀쌀한 봄날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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