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턱대고 “진통제 주세요”란 말은 하지 마세요
무턱대고 “진통제 주세요”란 말은 하지 마세요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5.04.10 13:41
  • 호수 4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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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통제는 해열진통제, 소염진통제에 따라 성분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건강과 통증 상태를 고려해 적합한 진통제 종류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열진통제, 소염진통제 성분 달라… 증상에 맞게 복용을
장기 복용 땐 신장·위장 망가져… 의사·약사와 반드시 상담

70세의 안 모 어르신은 농삿일로 인해 관절통을 시도 때도 없이 앓다보니 진통제를 손에서 놓을 일이 없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호전되기는커녕 아침, 저녁 진통제 없이는 버티지 못할 정도로 상태는 심각해졌다. 참다못해 대학병원을 찾은 안 씨에게는 끔찍한 검사 결과가 기다리고 있었다. 급성신부전증으로 당장 혈액투석을 해야 할 정도로 신장이 망가졌다는 의사의 진단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해열제, 진통제는 어느 가정이나 하나쯤 상비약으로 가지고 있을 정도로 우리에게 친숙한 약 중의 하나다. 특히 진통제는 두통과 치통, 복통은 물론 조제 감기약의 주요 성분이기도 하고, 관절염을 비롯한 근골격계 통증에도 널리 쓰이는 우리나라에서 단일 약제로서 소화제 다음으로 가장 많이 처방되고 사용되는 약제다.
그러나 진통제라고 다 같은 진통제가 아니다. 근육통·관절염은 소염진통제, 감기몸살·두통·치통은 해열진통제를 복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둘은 성분이 다르기 때문에 약국에서 무작정 “진통제 주세요”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위다. 진통제도 증상에 맞는 종류를 먹어야 효과를 제대로 보고 부작용도 적게 생긴다.
진통제는 크게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으로 된 ‘해열진통제’와 이부프로펜, 아스피린 등의 비스테로이드 성분으로 된 ‘소염진통제’로 나뉜다. 해열진통제는 통증 완화·해열 효과가 있고, 소염진통제는 2가지 효과 외에 염증을 없애는 작용까지 한다. 약국에서 판매되는 약 중에서 타이레놀(얀센), 펜잘(종근당), 게보린(삼진제약)은 해열진통제이며 아스피린(바이엘), 애드빌(화이자), 이지엔6(대웅제약)는 소염진통제로 분류된다.
진통제를 상습 복용한 사람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장기적인 질환은 신장에 문제가 발생해 생긴 ‘진통제로 인한 신장병증’이다. 이 질환은 소염진통제를 장기간 복용한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것으로 신장 자체 조직에 변형 및 섬유화가 진행되면서 결국에는 만성 신장질환에 이르게 된다.
이 밖에도 급성신부전과 신증후군, 고혈압 등을 발생시킬 뿐만 아니라 고혈압 환자의 혈압 조절을 방해한다. 이로 인해 심부전이나 간경화 환자에게 부종이 발생했을 경우 이뇨제를 사용해도 부종을 조절할 수 없게 된다.
박학수 이대목동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해열진통제는 간 기능을 떨어뜨리고, 소염진통제는 위장 기능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자신의 건강 상태와 통증 양상을 모두 고려해 적합한 진통제 종류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바른 진통제 사용을 위해서는 자신이 복용하고 있는 약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아는 것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 처방해 주는 감기약에는 대부분 해열 진통제가 함께 들어 있는데 여기에 진통제를 더 쓰는 것은 약 성분을 과다 복용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진통제와 처방약을 함께 복용할 때는 의료진 또는 약사와의 상의가 더욱 중요하다.
특히 어르신들이 많이 복용하는 고혈압·고지혈증 등 심혈관계 약물은 용량에 따라 숨이 차거나 혈압이 갑자기 떨어져 어지러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관절염에 흔히 사용하는 진통제도 속쓰림·구역·변비·소화기 출혈이 잘 생긴다.
박 교수는 “5개 이상의 약을 복용하는 환자는 이상반응이 생길 위험이 1개의 약을 먹는 환자보다 4.3배 높다”며 “어르신들은 눈이 침침해 복약 설명서를 일일이 읽기가 힘들고 의사·약사가 말한 주의사항은 깜빡하기 일쑤다. 게다가 약효에 민감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진통제 복용 중 알코올을 섭취하면 위장자극 및 출혈의 위험이 증가하고, 만성적으로는 간독성의 위험이 증가하기도 한다. 또 진통제에는 카페인이 포함된 경우도 있어 진통제와 더불어 커피나 녹차, 콜라 등 카페인 음료를 많이 마실 경우 손 떨림과 눈가 떨림, 가슴 두근거림 등의 카페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오렌지 주스 또한 위장에서 흡수를 방해해 약효를 떨어뜨려 다량의 진통제를 먹게 할 수 있기 때문에 같이 복용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그러면 진통제를 올바르게 복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단골 약국을 기반으로 한 복약수첩 관리와 약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르신들은 약을 덜 먹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본인의 병이 치료가 안 돼 포기하는 것 아니냐고 오해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약을 많이 먹어야 몸이 건강하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 있다는 점과 약의 개수가 많아지면 부작용 위험 또한 높아진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김이항 대한약사회 학술팀장은 “6개월에 한 번은 의사·약사를 찾아 복용 중인 일반약·처방약·건강 기능식품·영양제 등을 점검받는 것이 좋다”며 “응급상황 시 의료진이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복용약물의 이름·부작용을 기록하는 것도 좋다”고 강조했다.

진통제 바른 복용법
1. 증상 고려해 적합한 진통제 종류 선택.
2. 처방약과 함께 복용 시 의사·약사와 상담.
3. 알코올 및 커피, 녹차와 함께 복용 금지.
4. 복용약물 이름과 부작용 함께 기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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