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중반에 모델 데뷔 “무대 서는 게 즐거워”
70대 중반에 모델 데뷔 “무대 서는 게 즐거워”
  • 한성원 기자
  • 승인 2015.04.10 13:51
  • 호수 4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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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직업으로 제2의 인생 개척하는 시니어들

노인 빈곤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요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자리를 원하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자신이 즐겁게 일할 수 있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자리라면 그 자체로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활기찬 노후를 만끽하고 있는 노인들이 있다. 그들에게는 바로 오늘이 인생의 전성기다.

패션쇼 출연료 10만원… 안 쓰던 근육 써 건강에 도움
숲해설가, 어린이들에 숲의 혜택 등 가르치며 보람

▲ 패션쇼 리허설에 나선 서추자 어르신(가운데)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화려한 무대의 주인공을 꿈꾸며
지난 4월 7일 서울 강남의 한 지하 사무실. 50여 명의 노인들이 음악 소리에 맞춰 멋진 포즈를 취하기에 여념이 없다. 언뜻 40~50대로 보이지만 대부분 60을 훌쩍 넘긴 노인들이다. 며칠 뒤 열리는 패션쇼 리허설에 열중하고 있는 이들은 바로 ‘시니어모델’들이다.
아마도 모델이라고 하면 키도 크고, 날씬하고, 예쁜 젊은이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곳의 시니어모델들은 고정관념을 깬다. 머리가 벗겨져도, 얼굴에 주름이 많아도 자신 있게 무대에 서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지난해부터 시니어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서추자(76, 여) 어르신은 “몸이 편치 않은 남편을 수발하느라 매일 집에만 있고 지칠 대로 지친 와중에 자식들의 권유로 모델 교육을 받게 됐다”며 “처음에는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어색하고 힘들었지만 동료들과 서로 의지하며 즐겁게 교육을 받다보니 이제는 한결 자연스러워졌다”고 말했다.
서 어르신은 또 “안 쓰던 근육을 쓰게 되니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 무엇보다 즐겁게 일할 수 있어서 일주일에 한 번 이곳에 오는 시간이 기다려진다”면서 “큰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곳에 와서 친구도 사귈 수 있고 자식들에게도 귀감이 되는 것 같아 모델 일을 시작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환하게 웃었다.
시니어모델들이 패션쇼 무대에만 서는 것은 아니다. 서 어르신은 최근 한 일간지에도 광고모델로 얼굴을 알렸다. 이처럼 패션쇼뿐만 아니라 TV나 신문의 광고는 물론 홈쇼핑 방송에서도 시니어모델을 찾는 횟수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시니어모델들을 교육하고 일자리도 마련해주는 사회적기업 뉴시니어라이프의 조다원 국장은 “지난 2006년 열린 국제실버박람회 행사의 일환으로 시니어 패션쇼를 준비하면서 20여 명의 시니어모델을 모집했는데 10배가 넘는 300여 명이 지원을 했다”면서 “수입이 고정적이지는 않지만 TV나 신문의 광고모델은 70~100만원, 패션모델의 경우 행사 한 건당 5~10만원을 받을 수 있어 생활에도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조 국장은 이어 “모델 일을 하면 노인들의 자존감 회복은 물론 우울증 예방에도 효과가 크다”며 “최근에는 패션쇼나 광고 외에도 방송 출연, 모터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니어모델을 찾는 경우가 많아 노인 일자리 창출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숲해설가 최준자 어르신이 아이들에게 숲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숲·반려동물과 하나 되는 노인들
최근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자격증 취득에 나서는 노인들도 많다.
숲해설가는 숲의 역사와 숲에 분포해 있는 동·식물은 물론 숲과 관련된 문화 및 휴양 정보를 전달해주는 사람을 말한다. 전문기관으로부터 약 6개월간의 교육과 실습을 받으면 자격증이 부여되고 전국의 국립공원이나 수목원, 휴양림, 생태체험장 등에서 활동이 가능하다.
특히 숲해설가는 유치원이나 초등학생 등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아이들을 좋아하는 노인이라면 도전해볼 만하다.
지금까지 15년째 숲해설가로 일하고 있는 최준자(81, 여) 어르신은 “막연하게 숲으로 놀러 다니기는 쉽지만 숲이 우리에게 어떤 혜택을 주는지, 또 숲을 왜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는지 자세하게 아는 사람은 드물다”며 “숲해설가는 숲에 대한 지식 전달은 물론 체험학습과 놀이 등을 연계한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이들의 인성교육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어르신은 “아이들이 숲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힘이 난다”며 “숲을 배움에 있어 항상 겸손하고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반려동물관리사도 노인 일자리로 주목 받고 있다. 홀로 사는 노인이나 자녀들과 떨어져 살기를 원하는 노인들이 많아지면서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 또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관리사는 민간 자격증으로 관련 시험에 합격해야 자격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시험 자체가 평소 반려동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수준으로 노인들에게도 어렵지 않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호원 한국반려동물관리협회 이사는 “노인들이 반려동물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방문펫시터나 반려동물장례지도사 등으로 일할 수 있다”며 “특히 방문펫시터의 경우 계약기간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시급 7000~8000원 정도를 받을 수 있고 젊은 층보다 노인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노인 일자리로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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