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떴다방’에 갔다가 나의 얘기가 생각나 아무 것도 사지 않고 빈손으로 돌아왔다는 동년배의 이야기를 들으면 노인들을 지켜 줬다는 자부심이 듭니다.”
지난 2013년부터 강원 동해시 시니어감시단(이하 감시단)으로 활약 중인 김원길(76) 어르신은 감시단 활동을 통해 또래 노인들의 피해를 예방했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어르신의 경우처럼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감시단이 ‘떴다방’ 피해 예방의 효과적인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경로당 방문해 피해사례 알리고 주의 당부… 단속시 정보원 활약
월 3~5회 활동, 20~40만원 받아… 지난해 285건 적발에 기여
‘떴다방’이란 본래 분양권 전매 중개업소를 가리키는 말이지만, 최근엔 이곳저곳을 이동하며 일반식품 또는 건강기능식품을 질병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허위‧과장 판매하는 가설(假設) 상점을 주로 일컫는다. 특히 떴다방은 노인들에게 무료 공연과 함께 생필품을 나눠주며 호감을 산 뒤 노인들이 정보에 어둡다는 점을 악용, 시중가보다 몇 배 비싼 가격에 물건을 판매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지난 2011년부터 식약처와 전국 지자체에서는 감시단, 노인보안관 등의 이름으로 일종의 단속 기구를 운영하고 있다. 피해의 심각성을 대화가 통하는 동년배를 통해서 전달하자는 취지하에서 시작된 것이다.
식약처와 지자체는 대한노인회를 비롯한 노인관련기관의 추천을 받아 감시단을 선발한다. 식약처는 최근 3년간 연평균 1000여명(2012년 994명, 2013년 1074명, 2014년 1020명)의 노인을 동원해 감시단을 운영하고 있다. 지자체에서도 시군구별로 적게는 2명 많게는 10명이 감시단으로 선발돼 활동하고 있다.
감시단은 보통 2인1조로 활동하며 평소에는 경로당을 중심으로 홍보활동을 한다. 감시단으로 활동하는 노인들의 상당수는 떴다방 피해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떴다방 예방 홍보물을 나눠주면서 동시에 자신의 피해사례도 함께 소개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식약처 시니어 감시단으로 활동하는 임정국(69) 씨는 “떴다방에 갔다가 재미있는 공연을 보여주며 살갑게 구는 업자들에게 속아 식품을 구매했지만 먹지 않고 쌓아둔 게 대부분”이라면서 “이런 경험을 다른 노인들에게 알려주면서 인정에 넘어가지 말라고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감시단은 홍보 외에도 실제 단속에 참여하기도 한다. 감시단은 떴다방이 나타났다는 제보를 받으면 현장을 방문해 식품을 허위‧과장광고로 판매하는 것을 확인한 후 이를 단속반에 알린다. 단속반이 먼저 정보를 얻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에도 단속 전 감시단을 투입해 실제 허위‧과장 판매 정보를 확인하기도 한다.
이런 감시단의 활약으로 식약처는 경찰청과 함께 지난해에만 285곳의 떴다방을 적발해 1326명을 검거하는 실적을 올렸는데 이때 감시단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감시단은 월 3~5회 집중적으로 활동하며 20~40만원의 활동비를 받아 노인일자리와 연계해 활용되기도 한다.
감시단의 활약은 2015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식약처는 올해에도 지난해와 같은 규모로 감시단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지난 3월 145명의 감시단을 선발해 이달부터 운영에 들어갔고 경기도도 1억4000만원의 예산을 편성해 지난해 132명이었던 감시단을 올해는 155명으로 늘렸다. 이밖에 다른 지자체에서도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로 운영하거나 확대하는 곳이 많아 감시단의 역할이 점차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식약처 식품관리총괄과 김형준 사무관은 “공무원이 나서는 것보다 홍보 효과가 크고, 단속에서도 정보수집에 큰 역할을 하고 있어 떴다방 근절에 감시단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