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준비하는 삶이 건강하다
죽음을 준비하는 삶이 건강하다
  • 김동배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 승인 2015.04.17 11:21
  • 호수 4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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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기 나는 대학원에서 ‘죽음과 유가족’이라는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이 과목은 내가 옛날 대학원에서 공부하던 시절 가장 감명 깊게 수강하였던 과목이다. 특히 ‘인격적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배우는 대목에서 많은 사례를 접하면서 눈물을 흘리지 않고는 책장을 넘길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나는 이 ‘죽음과 유가족’이라는 과목을 3∼4년마다 한 번씩 개설해 대학원생들을 가르치면서 나 자신이 죽음을 준비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
누구에게나 죽음은 아쉽고 슬픈 일이지만, 많은 경우 우리는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채 죽음에 맞닥뜨린다. 죽음에 끌려가는 게 아니라 이것저것 죽음에 대한 준비를 잘 해놓았다가 죽음이 찾아오면 담담히 그리고 의연히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나는 오래 전 미국 여행길에, ‘톰 소여의 모험’ 등 청소년 모험담을 즐겨 쓴 마크 트웨인의 무덤에서 이런 묘비명이 새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죽음이란 어제의 우정을 나누었던 사람들과 내일의 재회 사이에 놓여있는 별빛 밝은 오솔길이다.” 마크 트웨인은 탐험 소설가답게 죽음의 길을 별빛 밝은 아름다운 오솔길로 묘사했다.
독자들은 지금 만물이 소생하는 이 계절에 웬 죽음 이야기냐고 의아해 할 지 모르겠다. 그러나 사실 죽음을 생각하기엔 지금보다 더 적절한 계절이 없다. 모든 생명체에 있어서 죽음이 있기에 삶은 더욱 귀하고 아름답다. 생명은 죽음 위에서 그 꽃을 피운다.
우리가 누리는 오늘의 행복과 번영은 전 세대의 희생 위에 마련된 것이라는 것을 인식할 때 우리의 삶은 숙연해진다.
자신의 세대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던 일들이 언젠가는 후손들에 의해 이뤄지리라는 희망을 갖는 것, 그리고 그것은 인류발전의 목표를 향해 진일보할 것이라는 것을 깨달음으로써, 모든 인간의 삶과 죽음은 숭고한 것이 된다. 이 화창한 봄날에 우리가 죽음을 생각하는 이유이다.
사람은 누구나 죽음 앞에서 경건하고 엄숙해지기 마련이다. 죽음이란 불안, 고통, 그리고 아쉬움이 교차하고, 생전의 모든 것, 특히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떠나야 하는 고독한 일이다.
하지만 죽음준비는 노년기에 꼭 필요하다. 죽음을 준비하는 삶은 현세를 살아가는 가장 성실한 자세이기도 하다. 한번쯤 내 생의 마지막을 생각하면서 유언장을 작성해 보고, 살아온 날 하나하나를 돌이켜 보면서 가장 나다운 모습을 찾을 수 있는 다짐의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현대인이 가장 선호하는 라이프 스타일인 웰빙은 몸과 마음의 조화로운 건강을 통해 여유롭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것으로서 모든 사람들의 바람이 됐다.
그러나 인생의 종착점인 죽음을 잘 준비하지 못한다면 진정한 웰빙을 완성할 수는 없다. 웰다잉은 단순히 장례방식이나 유언을 준비하는 것만이 아니고, 건강할 때, 그리고 삶이 잘 진행되고 있을 때, 미리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고 삶을 되돌아보려는 노력에서 출발한다.
웰다잉의 핵심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제한돼 있음을 아는 것이다. 하찮은 활동과 사소한 관심거리로 시간을 가득 채우고, 정작 소중한 것이나 중요한 문제를 자꾸만 미루어 놓는 것이 아니라, 죽음의 임박성 그리고 인간의 유한성과 대면하면서 삶의 태도가 달라져서 현재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곱씹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덕에 더욱 활기차고 건강한 삶을 살아가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웰다잉은 웰빙의 기초가 된다.
웰다잉, 즉 좋은 죽음은 준비한 만큼 달성된다. 따라서 죽음준비는 늙어서 하는 게 아니라 젊어서부터 해야 한다. 죽음준비는 생명의 신비로움에 대해 눈을 뜨게 하고, 무덤덤하게 되어버린 삶을 감격과 감사로 가득 차게 만든다. 죽음준비는 오늘 하루를 행복하고 의미 있게 사는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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