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자의 한풀이에 가로막힌 공무원연금 개혁
망자의 한풀이에 가로막힌 공무원연금 개혁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5.04.17 11:21
  • 호수 46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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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리스트’로 나라가 죽 끓듯 끓고 있다. 진짜 죽이라면 보양식이라도 되겠지만 이건 요란하게 죽만 쑤다 끝날 것이 분명하다. 운 좋게도 ‘성완종에게 찍혀’ 마지막 인터뷰를 독점한 한 신문은 신바람이 났다. 이 신문은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리스트에 적힌 관련자들의 주변만 더듬고 있을 때 주먹만한 글씨로 (성완종이) ‘이완구 총리에도 재선거 때 3천만원 주고 왔다’는 구체적인 제목을 달아 ‘총리 죽이기’에 앞장섰다. 망자의 한이 정치판을 초토화 하고 있다.
‘리스트 정국’이 늘 그러했듯 이 사건도 시간이 지나면 바람에 날린 먼지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그러는 동안 국회는 민생 현안을 제때 처리하지 않아 그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국민이 떠안게 된다. 가장 안타까운 건 공무원연금 개혁이 수박겉핥기식이 돼버리는 것이다. 공무원노조·전교조의 집단이기주의와 불법시위같은 조직적 훼방 등 넘어야할 난관이 많아 사력을 다한다 해도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판에 여야 핵심당직자들은 정치 소모전에 휘둘려 공무원연금엔 손도 못 대고 있다. 개혁의 결과가 어떠하리란 건 불 보듯 빤하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큰 이유는 매일 100억원에 가까운 국민혈세로 공무원연금 적자를 메우기 때문이다. 그에 못지않게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엄청난 괴리에서 오는 사회적 갈등 해소도 중요하고 시급하다. 두 연금 격차가 얼마나 황당한 수준인지 그 사실을 알면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공무원은 57세부터 연금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61세부터 나온다. 무려 4년의 차가 난다. 공무원연금 200만원을 받는다 치면 1년에 총 2400만원, 4년이면 9600만원이다. 무려 1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수령하는 동안 국민연금은 한 푼도 받지 못한다.
그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상상조차 두렵다. 샐러리맨 가장이 57세에 퇴직하는 순간 그 가정은 중산층에서 바로 극빈층으로 수직 하강한다. 가장은 새로운 일거리를 찾으러 전국을 떠도느라 식구들과 생이별한다. 공교롭게 자녀가 결혼이라도 한다면 알량한 집 한 채는 공중분해 된다. 집을 담보로 대출 받아 결혼식을 치른 후 제때 원리금과 이자를 상환하지 못하면 곧장 경매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반면에 57세 퇴직한 공무원은 바로 연금이 나와 생활에 큰 불편함을 못 느낀다. 공무원 재직 중 업무는 뒷전이고 ‘재테크 신공’을 발휘했다면 해외여행 상품을 알아볼 지도 모를 일이다.
유족연금으로 말하자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교사나 공무원 부부 중 한쪽이 사망하면 배우자에게 유족연금(사망자 연금의 70%)이 나온다. 국민연금(40~60%)보다 비율이 높다. 게다가 교사(공무원)가 숨지면 배우자는 본인 연금에다 유족연금의 50%를 받는다(중복조정). 사망자 연금이 300만원이라면 그 70%의 50%인 105만원을 받는다. 국민연금은 유족연금의 20%만 받는다. 만약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받는 부부가 이혼하면 얼마 안 되는 국민연금만 분할해서 공무원 배우자에게 줘야 한다. 공무원연금은 이혼에도 끄덕 없다. 이렇듯 연금 액수만 공무원연금이 유리한 게 아니다.
우리나라 노부부의 65%는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이 없다(2014 노인실태조사). 경제 활동을 하는 60세 미만 국민연금 지역가입자 중에서 보험료를 안 내는 564만명은 후에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 자기 노후가 형편없는 국민들이 공무원연금 적자를 메우면서 공무원․교사의 노후를 챙기고 있다. 그런데도 야당은 “공무원의 적정 노후소득을 보장해야 한다”며 연금 개혁에 어깃장을 놓고 있다. 노무현 정권은 2007년, 40년 후의 국민연금 고갈을 걱정하며 개혁을 강행해 국민연금을 ‘쭉정이’로 만들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국민연금 개혁에 앞장섰던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22년 전부터 적자를 내 온 공무원연금 개혁에는 소극적이다.
망자의 한풀이 때문에 공무원연금 개혁이 모양새만 갖춘 요식행위로 끝나서는 절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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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2015-04-17 13:15:49
공무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무리 가난헤도 기초연금을 받을 수 없어요. 도와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