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맞은 회화… 21세기 그림은 어떤 모습일까?
봄날 맞은 회화… 21세기 그림은 어떤 모습일까?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5.04.17 14:18
  • 호수 4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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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미술관 플라토 ‘그림/그림자’ 전
▲ 2000년대 들어 침체됐던 회화가 최근 세계적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도판은 빌헬름 사스날의 ‘무제(캐스퍼와 앙카)’. 도판제공=삼성미술관 플라토

백현진‧박진아‧헤르난 바스 등 국내외 12명의 작품 35점 선봬
상상력 자극하는 빌헬름 사스날, 중국작가 리송송 작품 인상적

“요새 젊은이들은 이렇게 그림을 그리는구나.”
딸과 함께 서울 중구 삼성미술관 플라토를 찾은 강미선(여‧62) 씨는 젊은 작가들의 ‘그림’을 보며 감탄했다. 평소 그림을 좋아해 전시장을 자주 찾는다는 강 씨는 20세기 이전 작품만을 보았던 터라 2000년대 이후 그려진 작품을 신기한 듯 바라봤다.
삼성미술관 플라토는 현대 회화의 흐름을 짚어보는 ‘그림/그림자’ 전을 오는 6월 7일까지 진행한다.
영화 등 미디어 아트와 대규모 설치예술에 밀려 2000년대 이후 쇠퇴하던 회화가 최근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2013년 독일 베를린에서 ‘페인팅 포에버’, 영국 테이트브리튼미술관에서 ‘페인팅 나우’ 등 대규모 회화전이 열린데 이어 지난해에는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더 포에버 나우’라는 제목의 회화 기획전이 큰 관심을 끄는 등 회화 부흥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발맞춰 기획된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 미국, 중국 등에서 활동하는 작가 12명의 작품 35점을 선보인다.
먼저 눈길을 끄는 건 국내작가 백현진과 박진아의 작품이다. ‘어어부 프로젝트’의 보컬로도 활동하며 다재다능한 예술적 감각을 선보이고 있는 백현진은 ‘평상심’을 통해 현대인의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다. 제목과 달리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불안하고 초조한 모습이다. 작품에 적힌 ‘극복’이란 단어처럼 어려움을 넘어서야 평정심을 얻을 수 있지만 인물들의 표정은 암울하기만 하다.
박진아는 화려한 무대의 뒷면을 보여주는 작품을 선보인다. ‘여름 촬영’, ‘리허설’, ‘수평 재기’를 통해 ‘본 무대’를 준비하며 땀 흘리는 사람들의 노력을 담아냈다. 박진아는 작품을 관객이 좀더 편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수평을 재는 사람들과 카메라 앵글 밖에서 조명과 마이크를 들고 묵묵히 일하는 스탭의 모습을 담담하게 표현했다.
외국작가로는 헤르난 바스, 리송송, 셰르반 사부, 빌헬름 사스날의 작품을 눈여겨볼 만하다.
19세기 말 유럽에서 유행하던 퇴폐주의와 초자연 현상에 영향을 받은 헤르난 바스의 작품은 무심한 표정을 짓는 인물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 특징이다. 작품 ‘플로리디언’ 속 백조의 목을 잡고 있는 남자는 초점 없는 눈빛 때문에 목을 비틀려는 것인지 쓰다듬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어두운 색을 많이 사용한 그의 작품은 세기말적인 암울한 분위기를 풍긴다.

▲ 여름 촬영(2015), 박진아 作

중국작가 리송송은 ‘장군’을 통해 제복 속에 감춰진 추악한 인물의 모습을 보여준다. 작품은 화면을 불규칙한 격자무늬로 나눠 물감을 두껍게 칠하는 임파스토 기법으로 의자에 앉아 있는 장군을 표현했다. 멀리서 보면 강한 장군의 모습이지만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흉측한 몰골일 뿐이다.
공산주의가 붕괴된 루마니아의 평범한 일상을 표현한 셰르반 사부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 그는 우선 카메라를 이용해 실제 사진을 찍고 사진 보정 프로그램인 ‘포토샵’을 이용해 이를 회화로 변환했다. 이를 통해 원래 사진이 가지고 있던 화사한 느낌은 지우고 흐릿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이렇게 탄생한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은 인물은 작게 그리고 배경인 회색 건물을 크게 부각시킴으로써 볼품없고 왜소한 인간의 무력함을 보여준다.
빌헬름 사스날(폴란드)은 관람객이 적극적으로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는 장면을 제시해 관람객이 어떤 상황인지 직접 이야기를 덧붙이도록 했다. 이런 그의 작품을 잘 드러내는 작품은 ‘무제(캐스퍼와 앙카)’이다. 물이 많이 빠진 호숫가에 한 소녀가 눈물을 훔치는 것인지 머리를 긁적이는 건지 알 수 없는 자세로 서 있다. 그 뒤에는 어른으로 보이는 사람이 소녀를 바라보고 있다. 호수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체들이 떠다닌다. 그림이 말하려고 하는 것은 관람객의 상상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진다.
입장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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