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
‘책 읽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5.04.24 11:19
  • 호수 4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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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3일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책의 날’이었다. 이 날을 기념하기 위해 지자체를 비롯 여러 기관과 단체에서는 책을 나눠주는 다양한 행사를 실시했다. 이날 행사에서 책을 보급하려는 움직임은 많았지만 정작 책을 읽을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는 보이지 않았다.
평범한 이해력을 가지고 있고 문맹은 아니지만 책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짧은 글이나 신문 등을 읽는데 불편함은 없지만 최소 4~5시간을 끈기 있게 읽어야 하는 책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현직 사서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이는 60대 이상 여성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국립중앙도서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60대 이상 이용자는 17만8984명이고 여성 이용자는 4.3%인 7660명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현직 사서들은 60대 이상 여성 이용자들이 책 읽는 습관이 들지 않은 점을 원인으로 꼽는다.
우리나라 노인들은 대부분 젊은 시절 먹고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책을 읽을 여유도 없이 수십 년을 살아왔다. 노인이 돼 시간적 여유가 생겨 책을 읽으려 해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면이 많다. 먼저 어떤 책을 읽을 지 모른다는 것이다. 분류만도 시‧소설‧자기계발‧인문학 등 수십 가지로 나뉘고 하루에도 수백 권의 책이 새로 출간되는 현실에서 ‘독서 초보자’가 책을 고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도서관과 대형서점에 간다 해도 사막에서 바늘 찾듯 책을 골라야 하고 힘들게 책을 구매하거나 빌려도 그 책이 읽기 어렵게 쓰였다면 ‘책 울렁증’은 더 심해질 수 있다.
독서 훈련을 통해 독서 능력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 누구나 조금만 시간을 들여 노력하면 책을 읽을 수 있다. 노인들이 이런 훈련을 하기에는 배려가 필요하다. 노인들 중 대부분은 책을 읽지 못하는 걸 창피해 하고 책의 즐거움을 몰라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 도서관 또는 복지관에서 전문 독서지도사를 고용해 이들을 위한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면 책 읽는 노인이 늘어날 것이다.
지자체와 도서관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예산 등 문제에 막혀 뚜렷한 대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책을 읽지 않는다고 매체를 통해 무작정 비난하기보다는 책을 읽을 수 있고 독서를 배울 수 있는 충분한 환경을 먼저 제공해야 한다. ‘책 읽기’를 배울 수 있는 ‘독서관’이 많아지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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