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량이라도 거의 매일 술 마시면 ‘알코올 의존증’
소량이라도 거의 매일 술 마시면 ‘알코올 의존증’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5.05.15 10:52
  • 호수 4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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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의존증 자가진단법

70세의 한 모 어르신은 매일 식사 때마다 3~4잔씩 반주를 한다. 반주를 하는 습관은 벌써 40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하루에 1병씩은 술을 마셔야 잠이 잘 오며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술은 적당히 마시면 건강을 지키는 보약이 될 수 있지만 지나친 음주는 건강을 해치는 적이다. 특히 젊은 사람들에 비해 어르신들은 신체적 기능이 떨어지고 오랜 시간 술을 마셔왔기 때문에 알코올성 정신장애(알코올중독 또는 알코올 의존증)에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 술 없이는 삶의 고통을 견딜 수 없어 술에만 의존하는 노인 ‘알코올 의존증’ 환자가 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 반주도 위험 … 어르신들 대개 ‘애주가’ 수준으로 여겨
해장술 먹거나 주사 있는 사람 ‘중기’ 수준 … 절주 노력 필요

대부분의 노인 애주가들이 ‘알코올 의존증’을 남의 일처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13년 기준 ‘알코올성 정신장애’ 진료인원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60대 이상 남성 환자의 경우 1138명(2007년)에서 1328명(2013년)으로 16.7% 증가했다. 또 진료인원을 연령별로 살펴본 결과, 60대 남성 환자가 583명으로 가장 많았고 70대 남성 환자도 473명으로 30․40대(167명)에 비해 노인층에서 알코올 질환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나이가 들면 신체가 보유하고 있는 수분의 양이 점점 줄면서 알코올을 해독하는 능력도 함께 약화된다. ‘왕년에 내가 술 좀 먹었어’라고 생각하더라도 나이가 들면 젊은 시절만큼 술을 소화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알코올 의존증은 쉽게 말해 자기 스스로 술을 조절해서 마실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상태를 말한다. 알코올 남용 단계를 지난 알코올 의존자는 술자리 자체를 위해 사람을 소집하다가 이어 병적인 음주 양상을 보이거나 술 때문에 가정에서 문제를 일으킨다. 결국에는 알코올 내성이 생겨 술을 줄이거나 끊으면 금단 증상이 나타난다. 그럼에도 알코올 남용자나 중독자는 자신의 반복적 과음을 ‘애주가’ 수준이라고 여기는 것이 현실이다.
알코올 중독은 진행 정도에 따라 초기, 중기, 말기로 구분되는데 초기 단계에 있는 사람은 2∼3일 술을 마시고 몸을 회복한 후 다시 음주를 하는 유형이다. 간이 많이 손상돼 피로감을 빨리 느끼고 기억력과 집중력도 떨어지게 된다. 상당수가 스스로 알코올 의존증이 있다고 인정하고 이를 고치고 싶어 하지만 대부분 실패한다.
중기에 이르면 초기와 반대로 자신의 문제를 부정한다. 술 없이는 삶의 고통을 견딜 수 없어 심리적으로 자신을 방어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거의 매일 혼자 술을 마신다. 말기에는 누가 봐도 의존증 환자처럼 보인다. 술 때문에 사고를 저지르고 알코올 유발 정신병, 알코올성 치매로 고통 받는다. 심리적으로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 자살 충동을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알코올 의존증 환자는 술을 끊게 만드는 것 보다 그들이 정상적으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치료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알코올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이무형 원장은 “알코올 의존증은 고칠 수 없는 병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전문적인 치료를 받으면 단주가 가능하고 알코올로부터 벗어나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거의 항상 만취 상태로 지내는 경우가 아니면 알코올 의존증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며 “평소 수개월 이상 술을 안 먹고 지내기도 하지만 한 번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폭음을 하면서 술 먹는 것을 스스로 멈추지 못하는 경우, 또 많은 양은 아니지만 거의 매일 술을 먹는 경우 모두 알코올 의존증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알코올 의존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중독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술 마신 후 나타나는 신체적 변화나 행동을 분석하면 알코올 의존증에 걸릴 가능성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술을 마신 뒤 바로 얼굴이 붉어진다면 알코올 의존 가능성이 낮다. 이런 사람은 알코올 분해효소가 없거나 부족해 스스로 알코올을 멀리할 성향이기 때문이다. 반면, 코가 빨개지는 것은 잦은 음주로 모세혈관이 확장된 현상이기 때문에 알코올 의존증이 어느 정도 진행된 것을 의미한다.
또 술을 많이 마시던 사람이 언젠가부터 평소 양보다 술을 적게 마셔도 횡설수설하거나 주사를 부린다면 알코올 의존증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알코올 의존증 말기로 넘어가면 간 기능이 현저히 떨어져 평소 마시는 양보다 적게 마셔도 반응이 빨리 오고 심하게 취한다.
술 마신 다음 날 해장술을 마셔야 술이 깬다는 사람도 알코올 의존증 중기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스스로 음주조절 능력을 상실했다는 증거다. 실제로 많은 알코올 의존증 환자들은 술을 마셔야 잠이 들고, 잠이 깨자마자 술을 찾는다.
이 원장은 “우리나라는 술에 대해 관대한데다 술 잘 마시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분위기 때문에 누구나 과음으로 탈이 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알코올 의존증 환자는 입원 치료를 받고 신체 기능이 회복돼도 다시 술을 마시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술을 절제할 수 있는 능력을 조절하는 뇌 조절판은 한 번 손상되면 회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평상시 절주만이 알코올 의존증에 걸리지 않고 건강한 삶을 사는 비결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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