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와 별거하면서 친밀히 사는 가족모델
자녀와 별거하면서 친밀히 사는 가족모델
  • 차흥봉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15.05.22 11:35
  • 호수 4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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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일 보건복지부가 2014년 노인실태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노인의 가구형태 및 가족관계, 소득, 건강·기능상태, 경제활동 및 여가활동, 생활환경, 가치관 등 우리나라 노인생활실태에 관한 전국 표본조사결과이다. 이 노인실태조사결과에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노인 단독가구의 증가현상이다. 2014년 우리나라 노인 단독가구는 전체의 67.5%로 10년 전(55%)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노인 단독가구란 독거노인세대와 노부부세대를 합한 개념으로서 성년자녀든 미혼자녀든 자녀들과 함께 살지 않고 노인만 사는 가구를 의미한다.
1975년 노인 단독가구의 비율은 15%에 지나지 않았다. 9할 가까운 노인들이 자녀들과 동거하면서 살았다는 뜻이다. 그런데 40년이 지난 지금 자녀들과 동거하는 노인은 28.4%로 3할이 채 되지 않는다. 많은 노인들이 건강 상태가 좋지 않고 경제적으로 독립생활을 할 만큼 여유가 없는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독립해서 살아야 하는 사회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40년간의 사회변화 추세를 살펴보면 이 같은 자녀와의 별거형태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견된다. 특히 선진국과 같은 별거8:동거2의 형태로 발전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8:2의 자녀별거형태는 산업정보화사회의 거시적 구조변화에 기인하고 있다. 직업구조의 변화, 교육기회의 확대, 젊은 층의 도시이동과 생활양식 변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 가치관의 변화 등이 그 요인들이다. 자녀와 함께 살지 않는 이유를 물어본 결과에서도 이 같은 사회구조 변화 추세를 반영해 자녀의 결혼 때문, 자녀가 타 지역에 거주하기 때문, 기존 거주지에 살고 싶기 때문이라고 대답하고 있다.
거주형태가 변화하는 만큼 노인을 부양하고 보호하는 책임은 누가 질 것이냐 하는 것이 문제다. 선진국의 경험을 보면 산업사회 이후 가족부양기능이 쇠퇴하면서 사회적 보호 시스템을 발전시켜왔다. 노인복지시설을 만들고 노인장기요양서비스제도를 만들었다. 한국도 지금 똑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다. 가족의 보호기능을 대신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도입했고 그 이후 노인요양원, 노인요양병원, 방문요양센터가 크게 증가 했다.
노인들만 따로 사는 복지시설형 주택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노인복지시설에 살고 있는 노인도 벌써 전체노인의 5%에 이를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 불과 30여 년 전에 이 숫자가 0.2%에 불과했는데 그간의 변화가 참으로 놀라울 정도다.
자녀들과 별거하는 노인가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바람직한 가족생활모델이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 보자. 개별가족단위에서 노부모와 자녀들이 어떻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 형태인가?
가족은 인간사회의 가장 원초적 집단이다. 부모와 자식관계는 끊을 수 없는 1차적 관계이다. 노인들은 나이가 들수록 더 자녀들과의 관계를 생각하게 돼 있다. 자녀가 그 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노인들은 자녀와 동거하지 않고 별거하더라도 자녀들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 자녀들도 노부모와 동거하며 직접 모시지 않는다 하더라도 마음은 늘 부모 쪽에 두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녀들 입장에서도 부모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바라보기에 바람직한 가족생활모델은 별거친밀형(別居親密型)이다. 사회구조의 변화로 노부모와 자녀들이 함께 살지 못하더라도 함께 사는 것과 마찬가지로 친밀하게 지내는 것이다. 산업정보화사회의 복잡한 현실 속에서 자녀와 함께 동거하며 오히려 갈등관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거소외형(同居疎外型)보다 따로 살면서 친밀하게 지내는 이 모델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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