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교관례 깨고 반기문 유엔 총장 방북 막아… 남북관계 더 냉각 우려
북한, 외교관례 깨고 반기문 유엔 총장 방북 막아… 남북관계 더 냉각 우려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5.05.22 11:41
  • 호수 4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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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1일 예정됐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이 북한 당국의 입장 번복으로 무산됐다. 북한이 지난 19일 승인했던 반 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을 다음날인 20일 돌연 철회했기 때문이다.
반기문 총장은 20일 서울디지털포럼 연설에서 “오늘 새벽 북측이 갑작스럽게 외교 경로를 통해 개성공단 방북 허가결정을 철회한다고 알려왔다”며 “북측은 갑작스러운 철회 이유에 대해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이러한 평양의 결정은 대단히 유감스럽다”면서도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북한 측에 국제사회와 함께 협력할 것을 촉구하는 어떠한 노력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부언했다.
정부 또한 유감스럽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반 총장을 면담하는 자리에서 “북한이 과거 입장을 번복한 사례가 많이 있지만 유엔에 대해서는 유례가 없는 일”이라면서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추가 도발 시에는 유엔 안보리 차원의 강력한 대응 등 국제사회가 단합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북한의 이번 방북 불허 통보는 반 총장이 ‘외교경로’라고 밝힘에 따라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를 통해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22년 만에 추진되던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과 사상 첫 개성공단 방문이 모두 물거품이 됐다. 북측의 갑작스러운 방북 허가 철회는 한반도 정세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기구 수장에게 배경 설명도 없이 갑자기 허가를 철회한 것은 심각한 외교적 결례다. 북한의 외교적 결례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지난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도 개최 직전 석연치 않은 이유로 수개월 연기했고, 5월 9일 러시아 전승절 행사도 막판에 가서 김정은이 방러 결정을 뒤집는 등 즉흥적 대응으로 외교 고립을 자초해왔다.
북한이 반 총장의 방북을 전격 취소한 것은 북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을 비판하고 개혁‧개방을 촉구하는 발언을 한 데 대한 반발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반 총장은 5월 19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관련 결의안에 대한 위배”라며 “국제사회와의 교류를 긴밀히 하고 외부에 문호를 개방해 경제 발전에 매진하는 것이 바람직스럽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은 대변인 담화를 통해 “자기의 사명과 헌장에 명기된 임무를 망각하고 미국의 독단과 전횡에 따라 움직이는 기구, 공정성과 형평성을 져버리고 주권존중의 원칙‧내정불간섭의 원칙들을 스스로 포기한 기구”라고 유엔 안보리를 비난했다.
최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주변에 대화국면 분위기 조성을 반대하는 강경파가 득세한 것을 이유로 꼽는 시각도 있다.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숙청 등 최근 북한의 복잡한 내부 사정을 감안할 때, 김정은 위원장 주변에 강경파들이 득세하면서 미국, 한국과 대결국면을 조성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북한 전문가는 “관계를 전향적으로 풀기보다는 일정한 긴장을 유지하면서 대결적 분위기를 가져가는 것이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에 대한 대응에 낫고 내부 결속에도 도움이 된다고 봤을 수 있다”며 “유엔이 북한 인권문제부터 대북제재까지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고, 반 총장의 방북이 한반도 문제를 자주적으로 풀어가자는 북한 입장에도 배치돼 강경파들이 반대했을 수 있다”고 풀이했다.
반 총장 방북 무산으로 남북관계는 더욱 탈출구를 찾기 힘들 것으로 예측된다. 당장 이달 중순으로 추진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휘호 여사의 방북도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북한은 이날 국방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통해 “핵 타격 수단의 소형화와 다종화에 성공했다”며 “제도 전복을 꿈꾸는 침략자들의 준동을 짓부수고 민족의 존엄과 주권을 지키기 위해 마련한 우리의 위력한 타격수단들이 명중탄을 안길 임전 태세에 있다”고 위협했다.
북한이 갈수록 국제사회와 벽을 쌓고 고립과 폐쇄의 길로 치닫고 있다. 북측의 이런 모습은 쿠바가 미국과 외교관계를 복원하고 있고, 이란도 비핵화에 동의하고 있는 국제적 흐름과도 어긋난다. 북한이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 쪽으로 방향을 선회,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도모해 주민들의 삶을 향상시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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