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노인대학 마치고 더 배우려 대학원가요”
“우린 노인대학 마치고 더 배우려 대학원가요”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5.05.29 13:53
  • 호수 4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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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교육 현장을 가다]파주노인대학‧대학원
▲ 2010년 파주노인대학원이 개설되면서 파주에 거주하는 노인들은 2년간 배움의 열정을 연장할 수 있게 됐다. 사진은 5월 26일 파주노인대학원생들이 강의를 듣는 모습.사진=조준우 기자

2010년 노인대학원 개설… 노인대학과 차별화 위해 다양한 노력
대학원 졸업 후에는 동아리 활동… 즐거운 노년의 삶 스스로 설계

“언니, 오라버니들. 앞에 있는 알프스 산맥을 보면서 그곳에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어때요, 절로 행복한 웃음이 나오시죠?”
김미정(여‧55) 하모니 코칭센터 대표의 안내에 따라 파주노인대학원 소속 80여명의 어르신은 일제히 눈을 감고 눈 쌓인 알프스를 거니는 상상을 했다. 경직된 얼굴이 하나둘씩 풀리면서 강의실 안은 웃음꽃이 만발했다. 지난 5월 26일 경기 김포 파주시노인복지회관 뭉게구름홀에서 파주노인대학원 소속 학생들은 김 대표와 함께 감성연습을 하며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배웠다.
최근 1~3년의 노인대학 과정을 수료한 후 배움의 열정을 연장해 주는 장으로 ‘노인대학원’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노인대학원은 2~3년의 교육과정으로 운영되는데 현재 경기 파주시, 제주시, 서귀포시, 경남 하동군지회 등에서 운영되고 있다.
금촌‧운정‧문산 등 3곳에 2년 과정 노인대학을 운영하던 파주시지회는 지난 2010년 2년 과정 파주노인대학원을 개설했다. 노인대학 수료 후에 더 교육을 받고 싶다는 지역 노인들의 요청을 당시 새로 취임한 이명세 대한노인회 파주시지회장이 파주시에 전달한 것이다.
이 지회장의 노력으로 문을 연 파주노인대학원은 매주 화요일 10~12시에 교양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 시간은 이원재 파주노인대학장과 전임강사가 강의를 하고 나머지 한 시간은 초빙강사 초청강연으로 채워진다. 많은 노인대학들이 교육과정에 서예·컴퓨터·스포츠댄스 등 일종의 특별활동을 포함하고 있지만 파주노인대학원은 전문가 초빙강연 등 교양강좌 위주로 운영하고 있다. 노인대학원이 파주시노인복지회관 내에 위치해 있고 복지관에서 질 좋은 특별활동 프로그램을 다수 운영하고 있어 교육과정에서 이를 과감히 배제했다.
대신 파주노인대학원은 특별활동을 지원하지 않는 대신 그 예산으로 뛰어난 강사를 초청하고 출결체크, 시사교육, 레크레이션 등을 진행하는 전임강사를 선발해 내실을 다지고 있다.
이날은 이정호 국민건강보험공단 파주지사장이 2015년에 바뀐 건강보험제도를 소개하는 특별강연이 진행됐다. 강연 시작 전 안학윤(여‧76) 전임강사는 학생들이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한주간 주요 시사 소식을 전하며 간단한 스트레칭을 실시했다. 이어 이정호 지사장이 마이크를 쥐고 임플란트 지원 대상 70세로 확대, 금연치료 지원사업 실시 등 주요 변경사항을 소개하자 학생들의 손이 바빠졌다. 각자 준비한 노트에 한 자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열심히 필기를 시작했다. 스마트폰 사용이 능숙한 이상만(73) 어르신은 ‘음성메모’ 기능을 이용해 이정호 지사장의 강의내용을 녹음하기도 했다. 이 어르신은 “유익한 강연내용을 나중에 다시 듣기 위해 스마트폰 사용법을 배워 틈틈이 녹음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노인대학원생들은 대학원을 통해 삶을 즐기는 법을 배워 수료후에는 자체적으로 동아리를 결성하는 등 능동적으로 노후 생활을 즐기고 있다. 이들은 사진, 여행, 댄스스포츠 등의 동아리를 결성해 꾸준히 활동하고 있고 자체 홈페이지에 이를 올려 다른 학생들이 보고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노인대학원 회장을 맡고 있는 이남오(81) 어르신은 “내년 2월 수료 후에도 인생을 보람차게 보내기 위해 현재 생활스포츠 등을 배우고 있다”면서 “노인대학과 노인대학원을 다닌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국의 노인대학원은 학생들 간 학력차가 크다는 점, 고령으로 인해 심도 있는 수업을 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예산 문제 등으로 노인대학과 크게 차별화를 하지 못한다는 아쉬운 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지회는 지속적으로 노인대학과 대학원의 차별화를 위해 고민하면서 수정해 나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제주시지회, 하동군지회 등은 노인대학원의 강사로 현직 대학교수를 배치해 교육내용을 높이려 노력 중에 있다. 파주시지회는 이보다 더 나아가 일반 대학원에서 학위를 받기 위해 졸업논문을 쓰는 것처럼 노인대학원생들이 졸업작품을 제출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또 역량 있는 노인대학원생을 선발해 실제 교육과정에서도 수준을 높일 수 있도록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원재 파주노인대학장은 “현재는 학생들의 학력과 연령을 고려해 대학과 대학원의 초빙강사를 정하는 수준으로 차별화를 하고 있지만 점차 수업내용과 방식 등에서 차이를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명세 대한노인회 파주시지회장은 “학생들이 졸업 후 스스로 인생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파주노인대학원의 목표”라면서 “운정 지역에도 대학원을 개설하는 등 노인 교육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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