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발 훈풍, 주식 끊었던 노년층도 ‘솔깃’
여의도발 훈풍, 주식 끊었던 노년층도 ‘솔깃’
  • 정찬필 기자
  • 승인 2015.05.29 14:00
  • 호수 4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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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 이상 주식투자자 94만명, 보유 주식 시가총액 92조원
“은행이자 낮고 부동산 침체… 노후 불안해 주식투자 모험”

▲ 최근 코스피와 코스닥 주가가 상승세를 타면서 증시에 등을 돌렸던 고령의 투자자들이 돌아오고 있다. 사진은 코스피 주가가 23포인트 올라 2140선을 돌파한 5월 22일 증권사의 표정.

5월 22일 여의도의 한 증권거래소 객장. 머리가 희끗한 노신사가 전광판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충북 청주에서 온 이규호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주식투자를 하는지 묻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주식투자 안 한 지는 한 15년 됐지요. 요새 증시가 좋다는데 예전 생각도 나고 해서 한번 들러봤습니다. 친구들 모임이 있어 서울 올라왔다가 계좌나 하나 트고 갈 생각입니다. 크게 굴릴 돈은 없지만 은행에 백날 두는 것보다는 낫지요.”라며 증권사에서 배포하는 금융 상품 안내 전단지에도 관심을 보였다.
‘증권 1번지’ 여의도에 봄바람이 한창이다. 코스피가 4년여 만에 2100선을 돌파하는 등 주식시장이 오래간만에 활기를 되찾았다. 주식시장의 훈풍은 투자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퇴직금이나 여윳돈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50대 고객들은 물론 평소 주식투자를 외면했던 평범한 60·70대 어르신들까지 여의도로 몰리고 있다. 단순히 거래소 객장에 머물다 가는 게 아니라 계좌 신설이나 투자전망, 상품 가입 등에 대한 상담을 받기 위해 증권사 창구를 두드리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0세 이상 투자자 숫자는 94만1000명으로 20~35세의 젊은 주식투자 인구(84만2000명)를 넘어섰다. 투자금액면에서도 노년층의 위세가 압도적이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60세 이상 인구가 보유한 주식의 시가총액은 92조7090억원으로 50대(81조7300억원)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H증권사 관계자는 “요즘은 증권사 객장에서 젊은 사람들 얼굴 보기가 어렵다. 컴퓨터를 다룰 줄 아는 세대는 대부분 집에서 주식거래를 하거나 스마트폰 주식거래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최근 주식시장이 호황을 맞으면서 객장이 활기를 띠고 있는데 60세 이상 노년층 고객들이 부쩍 늘어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노년층의 주식사랑이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볼 때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대개 나이가 들수록 성격이 조심스러워지면서 투자 성향도 주식보다는 예금이나 채권 같은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게 일반적이라는 설명이다. 권도형 한국은퇴설계연구소 소장은 고령층이 주식투자라는 새로운 모험에 뛰어드는 이유에 대해 불안한 미래를 꼽았다.
권 소장은 “노후에 대한 불안이 가장 크다. 여기에 다른 세대에 비해 목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저금리와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마땅히 돈 굴릴 데가 없어진 것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자의반 타의반’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은 커졌지만 비례해 위험도도 커졌다. 주가는 예상치 못한 변수로 언제든 꺾일 수 있고 주먹구구식의 투자는 실패의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의 주식 투자요령에는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정보와 눈치싸움이 가득한 주식 시장에서 어르신들은 상대적으로 사정에 어두울 수밖에 없다. 차트분석이나 기업실적 평가같이 정보를 분석하기 보다는 그저 오르는 종목에 눈이 갈 수밖에 없다. 투자에 더욱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투자를 시작할 때 은행이자보다 약간 나은 정도를 목표로 삼으라고 조언했다. 권 소장은 “은행이자보다 나은 금융소득을 안정적으로 올리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위험부담이 적고 장기투자에 유리한 우량주에 투자할 것을 권하고 싶다. 또 주위 사람들의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맹신하거나 급등하는 상한가 종목에만 투자하는 행위는 금물이다.”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일확천금을 노리면 안된다는 것. 주식투자는 어디까지나 투자지 투기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찬필 기자 jcp@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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