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혁… 국민은 완전히 속았다
공무원연금 개혁… 국민은 완전히 속았다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5.06.05 11:34
  • 호수 4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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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왜 이 지경인가. 그 이유를 이번에 확실히 깨달았다. 정치인들이 잘못해서다. 이런 식이니 나라가 좋아질 리 만무하다. 공무원연금 개혁 얘기다. 5월 29일 국회를 통과한 공무원연금 개혁은 한마디로 ‘맹탕개혁’이다. 개혁된 게 하나도 없다. ‘밥그릇 챙기기’, ‘제 식구 감싸기’에 앞장서는 공무원노조가 이번 개혁과 관련, 쥐죽은 듯 조용한 걸 보면 알만 하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핵심 내용은 기여율을 현행 7%에서 향후 5년간 9%까지 올리고 지급률은 현행 1.9%에서 향후 20년간 1.7%까지 단계적으로 낮추는 것이다. 즉, 받을 연금액은 최대 수혜자인 현 수급자가 다 빠져나갈 수 있게 20년에 걸쳐 찔끔찔끔 줄이고, 내는 보험료는 천천히 올려 혜택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적자보전의 당사자인 국민은 도외시 하고 공무원연금 및 사학연금 대상자들이 야합해 벌인 무늬만 개혁의 재판이다.
여야는 향후 70년간 현행 공무원연금 제도를 유지할 경우 333조원의 지원금을 줄였다고 생색을 낸다. 하지만 이건 사실을 호도하는 것이다. 이 기간 국민 세금으로 공무원연금에 대주는 액수는 당초 1987조원에서 1654조원으로 약간 줄어들 뿐이다. 천문학적 숫자의 재정이 공무원들의 퇴직 후 안온한 삶을 위해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와야 한다.
지금은 관존민비의 시대도 아니다. 공무원이라고 월급이 적지도 않다. 젊은이들이 너도나도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게 증거다. 왜 공무원이라고 국민에 비해 풍족한 연금을 받아야 하는가. 공무원 연금의 적자를 왜 국민이 보존해줘야 하는가. 국민의 봉사자라는 공무원이 정년과 신분 보장까지 받으면서도 왜 고통 분담은 하지 않는가. 이번 개혁안에 그런 답이 들어있지 않아 국민은 완전히 속은 기분이다.
공무원연금공단이 제시한 자료(2014년)를 보면 공무원연금이 얼마나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경악할 따름이다. 퇴직 공무원 부부 1만 1400여쌍의 한 달 연금이 무려 558만원이다. 7개월만 보험료를 내고 48년째 연금을 타는 이도 있다. 군인연금의 경우는 53년째 타는 이가 있다. 매달 300만원 이상 받는 퇴직 공무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8만여명에 달하며, 매년 1만명 이상 급증하고 있다. 국민연금 가입자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돈 잔치이다. 국민연금은 30년 가입 시 약 120만원밖에 안 된다. 이런 식이니 적자보전금은 개혁안을 감안해도 2021년 3조원에서 2015년에는 6조원대로 크게 는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왜 ‘쇼’로 끝났을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 때문이다. 나라와 국민보다 자기들의 정권욕과 개인 영달이 더 중요했다. 다음 총선에서 공무원들의 표를 잃을까봐 처음부터 눈치 보기에 급급했다. 그들은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등 연금 전문가들이 오랜 숙의 끝에 내놓은 안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해 만든 국민대타협기구의 안도 애초부터 관심 밖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그 대신 지나가는 개가 웃을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안을 내놓았다. 종전의 기여율·지급률은 건드리지도 않은 채 ‘7%+알파’, ‘1.9%-베타’ 식으로 기호 장난을 했다. 개혁의 뜻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곤 어느 날 갑자기 국민연금 지급률 50%를 들고 나왔다. 공무원 편만 들다간 국민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해 잔머리를 굴린 것이다. 국민들의 시선을 돌려놓고 그 사이에 껍데기뿐인 개혁안을 통과시키는 사기꾼 같은 행동을 저지른 것이다. 정부 역시 공무원노조가 머리 깎고 띠 두르고 토론회 장에 난입해 북과 꽹과리를 쳐대는 등 난장판을 벌이는 걸 팔짱 끼고 보고만 있었다. 팔이 안으로 굽은 것이다.
이대로는 최소 5년 내 다시 연금 개혁이 불가피하다. 국민연금과의 형평성과도 거리가 멀다. 정치권은 하루빨리 이번 개혁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은 공무원 눈치 보지 말고 국가와 국민을 위한 진정한 개혁에 임하기를 기대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야당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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