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군인연금은 신이 내린 노후자금이라더니…”
“과연 군인연금은 신이 내린 노후자금이라더니…”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5.06.12 11:32
  • 호수 47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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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독재정권에서 최상의 직업은 군인이다.”
박정희·전두환 정권 당시 떠돌던 자조적인 말이다. 억압과 공포의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한통속이 돼 같이 널뛰라는 얘기다. 문민정부로 넘어오면서 한동안 이 말은 잊혀졌다. 형평성과 국민정서 측면에서 동떨어진 공무원연금보다 한 차원 높은(?) 군인연금을 들여다보면 이 말이 새삼 만고의 진리처럼 들린다.
군인연금은 ‘신이 내린 노후자금’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군인 월급은 적다’는 인식도 잘못된 것이다. 전두환 정권에서 군인들의 월급과 연금은 크게 올랐다. 1980년 7월 29일 제정된 군인에 대한 의전예우 기준지침에 의거해 군인들에게 일반 공무원보다 2직급이 높은 대우를 해주게 됐다. 그에 따라 대장인 경우 장관급 예우, 중장은 차관급, 준장·소장은 1급(관리관), 대령은 2급(이사관), 중령은 3급(부이사관), 소령은 4급(서기관), 대위는 5급의 대우를 받는다. 가령, 대령 연봉은 9300여만원, 중령은 8900여만원이다(2013년 기준). 현재 우리나라에 대장 직위자가 10명인 점을 고려하면 일개 부처인 국방부에 장관급이 무려 11명이나 있는 셈이다.
군인은 의식주에서부터 교육·문화 등에 걸쳐 총체적 수혜자이다. 아파트 등 숙소가 지원되고, 삼시세끼 무료급식이다. 출퇴근 교통비 안 들고, PX에서 면세물품을 살 수 있으며, 교육비가 지원되고, 부대 내 골프장·테니스장·체육관 등을 무료로 이용한다. 그밖에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퇴역 후에도 특혜는 이어진다. 퇴역 군인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원사(1만 3316명)는 매달 267만원, 그 다음으로 많은 중령(1만 2225명)이 265만원, 대령(6100여명)이 330만원을 각각 받는다. 장군의 연금은 입이 딱 벌어질 정도다. 준장이 353만원, 중장이 430만원, 대장은 452만원이다. 이런 거액을 평생 죽을 때까지 받는다.
이렇듯 펑펑 집어주다 보니 일찌감치 적자다. 공무원연금은 1993년부터 적자로 돌아서 국민의 세금으로 보전하는데 군인연금은 이보다 무려 20년이 빠른 1973년에 적자로 돌아섰다. 그 결과 2014년 한해에만 국민혈세로 군인연금 기금에 보전된 돈이 1조 3733억원이다. 같은 해 군인연금 총 지출액 2조 8037억원의 49.0%에 해당한다. 연금의 절반을 세금으로 메워준 셈이다. 2013년의 경우 1인당 국고보전금은 군인이 1699만원으로 546만원에 머문 공무원의 3배가 넘었다.
2013년 5월 현재 우리 국민 55~79세 인구 중 53.1%(580만명)는 아무런 연금도 받지 못하며 연금수급자라도 그 81.8%가 월 50만원 미만이다. 이에 반해 군인연금 수급자 8만 2000여명 가운데 300만원 이상 받는 이가 1만 5000여명이나 된다. 또 350만원 이상 수급자는 5000여명이다. 국민 혈세로 메우고 있는 공무원연금의 4.1%보다도 더 높은 비율이다.
군방부 측은 목숨을 담보로 하는 군인의 속성 상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무것도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위험수당은 복무 당시에 따로 지급된다.
예컨대 비무장지대나 서해5도· GOP·해안초소 등 격오지에서 근무하는 군인은 특수지 근무수당을 따로 받으며 계급에 따라 직책별 특정업무비도 지급받는다. 노후 대비 목적의 연금에서 위험수당 운운하는 건 연금의 취지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의 소치이다.
이처럼 국민은 군인연금 대주느라 허리가 휠 정도고 국가경제는 마비 직전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정치권에 이 문제 해결을 기대하는 건 지나친 것일까. 최근 대한노인회는 국가경제 등을 걱정한 나머지 당사자로서 노인나이 상향조정 공론화의 물꼬를 트자고 제안했다. 퇴역군인들이 노인의 반만이라도 닮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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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선 2015-06-19 03:05:56
오현주 기자는 군인해봤어요?
옛날에는 군인과 국민학교 선생 직업은
돈을 못벌어 배가 고프고 힘들다고 기피하는 직업이고 오늘날도 마찬가지,
지금도 국무총리, 국회의원들도 군대 안간 사람들 많아요
고진감래라는 데... 나무는 심지 않고 열매 딸 때만 배가 아프신가?
그래서 나라를 위해서 희생하려는 나랏사람들이 줄어들고 있어요~